“평창올림픽 땐 수원시가 남북화해 무드에 마중물 역할”

염태영 수원시장은 11월 28일 수원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수원에 사는 아이 다섯 이상 가정은 일차적으로 주택 문제를 우리가 다 해결한다. 그리고 교육도 책임지겠다는 정책 목표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면서 “수원시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연소득과 출산율이 반비례한다. 아이를 낳는 가정이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는 얘기”라며 전국 최초로 다자녀 가구에 주택을 지원하는 ‘수원 휴먼주택’을 “3~4년 내에 200가구 정도 더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염태영 시장은 또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를 수원시가 해결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다며 “수원시가 남북화해 무드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며 “그때 약속한 실업팀 선수들은 지금 수원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여름 이슈가 됐던 ‘반바지 행정’에 대해서는 반바지는 일종의 ‘상징’이라며, “의식·의전을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염태영 시장과의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67%의 높은 지지로 수원시장 최초 3선에 성공하셨다. 이렇게 오랫동안 수원시민들이 시장님을 지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것은 문재인 정부 1년 후에 치러진 선거다 보니까 새 정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분위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일부는 지난 8년간 염태영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평가가 기반이 됐을 것이다. 수원 시민이 100만이 넘는데도 그동안 늘 여러가지 형평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시민들의 호소, 그런 불이익을 특례시를 만들어 보다 잘 해결할 수 있는 3선 시장, 새 정부에서 확실하게 구현시킬 수 있는 힘 있는 시장, 이런 것을 기대하는 것도 있었다고 본다. 큰 도시에서 70% 가까운 득표를 보인 것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신뢰가 상당한 바탕이 됐다고 생각하고, 믿고 맡겨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민선7기 수원시정의 핵심가치, 염태영 시정의 핵심기조는?

민선 7기 3대 시정 방향은 ‘활기찬 지역경제, 탄탄한 사회복지, 똑똑한 시민정부’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신성장 강소기업을 유치해 육성하고, 수원시 신산업 융합센터 기반을 조성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또 골목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고 노동권익,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올해 신년사에서 ‘복지시민권’을 보장하는 수원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동, 주거, 교육, 육아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네 개 분야를 중심으로 촘촘한 복지체계를 만들 것이다. 수원시 복지의 기준은 언제나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시민이 될 것이다. 

우리 시는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수원 시민의 정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온라인 정책 토론방인 ‘수원 시민의 정부 아고라’를 운영하고, 정책토론회를 열고, 기본 계획을 만드는 등 시민의 정부를 준비해왔다. 지난 8년 동안 수원시가 일궈낸 거버넌스의 성과는 시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거버넌스는 이제 수원시가 펼치는 모든 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

-전국 최초로 다자녀 가구에 주택 지원을 하셨다. 이른바 수원 휴먼주택이라고 하던데?

지금 막혀 있는 저성장, 저출산, 저고용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풀어야 된다. 그런데 현장에서 풀려면 현장에 권한을 더 주는 방법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국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 

수원시 미래기획단에서 조사를 했다. 인구감소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 쭉 검토를 했더니 아주 재미난 일이 드러났다. 연봉 7천만원 이상 되는 고소득층은 출산율이 0.6이고, 3천~7천 정도는 0.8이나 0.9였다. 그런데 3천만원 이내는 1.3~1.4 수준이었다. 즉, 지금 우리나라 총 연봉, 연 소득과 출산율은 반비례한다. 그 얘기는 아이를 낳는 가정이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 자녀가 8명인 가정이 있는데, 7명 자녀이고 임신했을 때 제가 가봤더니 500만원 보증금에 20만원짜리 8평 반지하에서 월세를 살고 있었다. 엄마는 배가 또 불러 있고 아빠는 연봉 2,500만원짜리 카센터를 다닌다. 그러니까 부모도 있고, 일자리도 있어서, 이 집은 기초생활수급자도 차상위 계층도 아니다. 아무런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저출산 대책이 현장에 맞지 않게 이뤄지고 있는 거다. 

그래서 제가 조례를 만들고, 수원에 사는 아이 다섯 이상 가정은 일차적으로 주택 문제를 우리가 다 해결한다, 그리고 교육도 책임지겠다는 정책 목표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을 방 3개 있는 집으로 옮기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많을 때는 학교가 옆에 있으면 그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살고 있는 기존의 지역에서 적합한 조건의 주택으로 옮기고, 교육문제도 현장에 맞춰 해결해줘야 한다. 3~4년내에 적어도 200가구 정도는 더 만들 계획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는데 시장님은 아이디어맨답게 정책이 항상 디테일 하다. 

제 정책의 지향점은 정치가 자원의 분배를 얼마만큼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하느냐인데, 우리 사회에서 공평성에서 제외되어 있는 계층은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건 중앙 테이블에 앉아서는 안보인다. 그분들의 현실적 수요는 현장을 다녀오면 보인다. 공감 능력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정치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게 저는 현장이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북관계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수원시는 지난해 1월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남북화해 무드에 마중물 역할은 우리 수원시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문제를 해결해줘서 출발이 됐다는 거 아시는지? 사실 중앙정부는 국가대표를 운영할 수는 있어도 실업팀을 운영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가 못하는 것을 지방정부가 해주는 게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어쨌든 남북화해 물꼬를 틀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과감하게 했다. 그래서 2월 평창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응원하기 위해 북한의 제 2인자 김여정이 왔고, 그로 인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까지 갔다. 이렇게 요즘 말로 케미 가 맞아서 그야말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럼 그때 약속한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이 만들어졌나?

그렇다. 창단식은 12월 중순께 열 예정이다. 이미 선발된 선수들이 우리 수원 선수촌에 입촌해서 지금 훈련하고 있다. 약속 다 지켰다. 이렇게 남북 화해도 중앙정부가 할 일이 있고,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 때 시장님의 ‘반바지 행정’은 혁신으로 느껴질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장으로서 고정관념이나 형식의 틀을 깨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반바지를 입은 시장이 처음은 아니다. 2,3년 전에 서울시장도 했고, 그 때 저도 입었다. 그런데 그때는 단순 이벤트로 했다면 올해는 워낙 더웠다. 그리고 우리 직원게시판에 요즘 더운데 반바지라도 입고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호소가 올라왔다. 그걸 보고 내가 반바지를 입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었다. 

그날부터 반바지 입고 회의도 들어가고 야외 행사도 다녔다. 시장이 반바지 입고 의전 인사말을 하고, 행사장 돌아다니는 게 낯설지만 신선했던 모양이다. 언론에 비춰지고 포털에서 1위로 올라가고 그래서 저도 깜짝 놀랐다. 이후에 우리 간부들이나 직원들도 많이 따라 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반바지 행정은 상징이다. 의식·의전을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행사에 가면 내빈들 축사며 자리배치 등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을 파격적으로 올해 화성문화제에는 시장 자리도 없애고, 인사말은 짤막한 영상을 받아 틀었다. 거기에 온 시민이 주인인데 우리가 그 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단체장들 모임에서 어디 가면 각 도에서까지 나와 잘 다녀오시라고 한다. 그런 것부터 깨야 된다고 했고,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이번에 경인일보 혁신대상 의전 간소화에서 혁신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수원포럼이 100회를 맞았다. 수원포럼에 많은 애정을 쏟고 계신데 수원포럼의 가치와 의미는?

민선 5기가 출범한 2010년 7월 수원포럼이 시작됐다. 시장으로서 발걸음을 같이 해왔다고 볼 수 있는 각별한 행사다. 1회 강연자인 고승덕 변호사를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방송인 김미화 씨, 혜민 스님, 조정래 작가, 마크 윌리엄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김난도 교수, 강형욱 반려견 조련사 등 101명이 수원포럼 강사로 나서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셨다. ‘인문학 도시 조성’을 목표로 시작한 수원포럼은 고품격 교육문화도시 조성에도 큰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똑똑한 시민 정부’ 구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3선 시장이 되면 공무원들도 이제 끝인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본인도 재선할 때와 3선할 때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나. 시장님은 어떠신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저는 수원시장이 숙명적 과제였기 때문에 최대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를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쉴틈 없이 새로운 일을 발굴하는 것이 습성화 되어 있어서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겠다 싶지만 지적하신 것처럼 공무원들은 3선 시장의 이후 거취에 대해서 민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뭔가를 할 비전이 있으면 좀 더 협조적일 텐데, 이걸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이전과는 좀 다를 수도 있다. 그런 우려를 어떻게 극복할 지는 저에게 남은 과제다. 

* 염태영 수원시장은 1960년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 매산초, 수성중, 수성고를 졸업했다. 1984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 환경사업부에 입사, 두산엔지니어링 환경사업부 상무이사를 지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2005년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담당 비서관, 2010년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을 거쳐 민선 5,6기 수원시장을 지냈고, 지난 6월 제7회 동시지방선거 수원시장에 도전해 수원 최초 3선 시장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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