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박6일간 해외순방을 마치고 들어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 ‘유임’을 사실상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특감반원들의 일탈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물론 조 수석 사퇴를 주장하는 야당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다. 8명의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자기 부하의 공직 기강 해이까지 책임론이 일만하다.

보수 야당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무적 판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조 수석이 누구인가. 교수 출신으로 SNS를 즐겨하고 ‘강남좌파’라는 별칭이 붙은 진보적 성향의 인사다. 정치 경력은 일천하다. 조 수석 한명 내친다고 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거나 국정운영이 흔들린다는 것은 오버도 한참 오버다.

법학 전공인 조 수석은 청와대 임명될 당시부터 한 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사법개혁이다. 역대 정권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검찰 개혁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위해 청와대에 입성한 그다.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청와대를 떠나면 교수로 돌아가면 된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붙잡아 둔 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이 말로는 외쳤지만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한 사법개혁, 검찰 개혁을 하기 위함이다. 거꾸로 말하면 조 수석이 아니면 여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누구도 나서서 검찰 개혁을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사장 출신이자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조응천 의원은 청와대 공직기강 사태가 발생하자 조 수석의 책임론을 제기해 눈총을 받았다. 추후에 당내 여론이 악화되자 한발 물러났지만 조 의원의 모습이 바로 여당의 현실이다. 조 의원의 조 수석 책임론에 가장 기뻐할 사람은 자신의 친정인 검찰이다.

반면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금태섭 의원은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 전반기 사개특위 위원이었고 올해 재구성된 사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원내 지도부가 ‘만류’하면서 빠지게 됐다. 이유는 초선이고 다른 재선급 이상 중진들이 사개특위 구성에 참여하고 싶어해 밀렸다는 게 정설이다.

여야 사법개혁특위가 구성돼 있고 수장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하지만 사개특위는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기달리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부터 공수처 설치까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갑론을박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세월이다.

여당마저 검찰개혁에 대해 ‘생색’만 내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조 수석이 지고 있다. 그나마 조 수석은 지난 6월 검찰과 경찰 수뇌부를 설득해 검경 수사권 합의문을 내놓았다. 물론 공은 국회로 갔지만 조 수석이 사법개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남다르다.

결국 조 수석이 물러날 경우 화장실에서 웃을 사람은 검찰이고 사법당국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조 수석 뒤에 숨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 정확한 진단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조 수석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여야 국회의원은 비겁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 수석은 교수출신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반면 민정수석실 2인자인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재선을 한 정치인이다. 대표적인 강경 친노.친문 인사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호통을 친 인사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만 누가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조 수석은 ‘검찰개혁’용 수석이고 실무적으로 일은 백 비서관이 다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6월경 청와대가 특감반의 일탈을 알았다면 그때 백 비서관이 나서서 정리했어야 맞다. 야당의 ‘조국 책임론’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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