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BNK금융, 인수 후보로 부상…롯데손보가 업계 하위인 점은 부담

롯데그룹이 지난 달 27일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그룹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롯데그룹이 지난 달 27일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그룹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최근 금융업 철수를 선언한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인수 후보로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필요한 금융그룹들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손보 상표권을 출원한 하나금융과 내년에 지주사로 전환하는 우리금융, 종합금융사 도약을 준비하는 BNK금융이 대표적이다.

7일 특허청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달 29일 ‘하나손해보험’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상표권 분류는 제 36류로 지정서비스는 보험을 비롯한 금융업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계열사에 손해보험사가 없다. 생명보험사인 하나생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를 주로 취급하는 자산 규모 4조 원 정도의 소형 보험사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인수합병(M&A) 기회가 있다면 증권사든 보험사든 가리지 않고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의 하나손보 상표권 출원 시기가 롯데그룹 금융업 철수 선언 시기와 비슷하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는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달 27일에 롯데손보와 롯데카드 매각 결정을 발표했다. 특허청이 하나손보 상표권 출원 신청을 접수한 건 그로부터 2일 뒤인 11월 29일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은 만약을 대비해 상표를 선점해 놓은 것일 뿐 롯데손보 인수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험 상표권만 출원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신청해뒀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이 이번에 하나손보와 함께 출원한 상표권은 하나자산관리, 하나리츠와 같은 금융부문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같은 연구조사부문 등이다.

다만 하나금융이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둔 건 사실인 만큼 하나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내년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도 금융권에선 롯데손보 인수 후보군으로 불린다. 지주사가 탄생하더라도 우리은행 비중이 99%에 달할 정도로 높아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이미 ‘우리손해보험’ 상표권을 등록해 둔 상태다. 우리생명보험과 우리재보험 등 여러 비은행 계열사 상표도 함께 출원했다. 향후 계열사 확대를 대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아직 지주사 체제 정비를 완료하지 않은 데다가 보험사나 카드사 보다는 자산운용사 등 작은 규모의 계열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당장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우리은행 본사. <사진=연합뉴스>
▲ 우리은행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도 김지원 BNK금융그룹 회장은 롯데손보와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온 직후 원론적인 수준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유일한 인물이다.

BNK금융지주는 현재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포함해 BNK캐피탈, BNK투자증권, BNK저축은행, BNK자산운용, BNK신용정보, BNK시스템 등 총 8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익 대부분이 부산·경남은행에서 나온다.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은 아직까지 미미한 정도다.

이 때문에 BNK금융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그룹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롯데손보를 인수할 유력 후보회사로 BNK금융이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종합금융사 도약을 준비하는 BNK금융은 올해 초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BNK금융의 대주주(지난 6월 기준 지분 11.14% 보유)라는 점도 BNK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금융권에선 BNK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타 금융회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K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 BNK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에 더해 롯데그룹의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부터 금융지주와 함께 투자안내서와 입찰신청서(RFP)를 받은 한화그룹도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언급된다. 다만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편 롯데손보가 업계 하위권 손보사라는 점과 영업실적의 상당 부분을 롯데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인수 부담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롯데손보는 직원 1690명, 101개 지점에 1342명의 모집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매출액) 실적은 5793억 원이다. 시장점유율은 올해 기준 3.1%다. 지난 2008년 롯데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10년 넘게 3%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155%대다. 이는 금융감독원 권고기준인 150%를 겨우 넘긴 정도다. RBC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도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는 금융회사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종합 손보사를 추가 인가하지 않고 있으므로 비금융 강화를 꾀하는 금융회사들에겐 손보사가 매물로 나온 것 자체가 관심도 높은 이슈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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