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감경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좀 더 논의할 필요”

청와대는 11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비롯해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감경됐거나 감경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청원에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은 엄격히 해야 한다. 특히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을 감경해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답변에 나선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번 기회에 심신미약 판단 사유를 구체화하고 단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심신미약 기준을 구체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에는 119만 2,049명이 동의해 역대 최다 동의 청원을 기록했다. 또 10월 초 31kg 작은 체구의 50대 여성이 건장한 20대 남성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당해 숨진 사건에도 약 41만 명이 심신미약 감경을 반대했고, 5년 전 한 모텔에서 엽기적 상황으로 여성이 숨진 뒤 피의자가 심신미약으로 감경된 사건에도 약 25만 명이 분노했다. 11일 현재 청원이 진행 중인 포항 약국 칼부림 사건 역시 심신미약 관련 사건이다.

김 비서관은 답변에서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서 심신미약 감경 의무를 없애는 형법 개정안, 이른바 강서구 PC방 사건 피의자 이름을 딴 ‘김성수법’이 통과됐다. 심신미약에 대해 ‘감경한다’는 조항이 ‘감경할 수 있다’로 개정됐다”며 “그동안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무조건 형을 깎아 판결해야 했으나 이제는 법관이 감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실제로 감경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비서관은 “정확한 통계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최근 3년 간 형사 1심 판결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심신장애 관련 형사사건은 전체 형사사건의 0.03%, 이 중 실제 법원이 심신장애로 인정한 사건은 0.006% 밖에 안 된다”며 정신감정에 의한 심신미약의 경우 통상 법원이 감정 결과보다 더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단순 우울증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고, 최근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예 심신미약 감경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 비서관은 “적법하게 행위 할 수 있는 능력인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 행위자를 비난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는 근대형사사법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심신미약 기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원에 올라온 관련 사건들을 보면 포항 약국 사건의 경우 지난 11월 1심 판결에서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했으나 정신감정 후 심신미약을 인정해 3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심신미약 상태라고 볼 수 없다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최근 항소했다.

청원에 등장한 모텔 엽기 살인사건의 경우, 1심은 심신미약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심신미약을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주취감경의 경우, 조두순 사건 이후 2010년 4월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심신미약 감경 규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고, 실제 구형과 양형기준도 변화하는 등 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아울러 김 비서관은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의 성명서를 인용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법률상 개념인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의미이며, 정신질환 그 자체가 범죄 원인이거나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닌 만큼 불필요한 편견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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