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기업 계속성·재무 안전성 고려” 참여연대 “시장 투명성 훼손”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기심위에 출석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사진=연합뉴스>
▲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기심위에 출석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판단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주식 매매거래 정지는 당장 오늘부터 풀렸다. 이를 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와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0일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기업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달 14일부터 매매가 금지 됐던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11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주식 거래정지 당시 33만4500원이었던 삼성바이오 주식은 이날 5만9500원 오른 39만4000원에 마감했다.

거래소는 “기심위에서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공익 실현과 투자자보호 등을 고려해 심사한 결과 (삼성바이오는) 경영 투명성 면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전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심위는 ‘기업 계속성’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의 매출과 수익성 개선이 확인된 가운데 사업전망 및 수주잔액, 수주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무 안정성’에 대해서는 “지난 2016년 11월 공모증자 및 올해 11월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등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내에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면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는 “법상의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경영투명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기심위는 다만 삼성 측이 감사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경영 투명성 개선계획을 제출함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기심위 회의에 출석해 “이번 (분식회계) 이슈를 계기로 시장과 사회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글로벌 바이오기업에 걸맞게 경영투명성을 더욱 제고하겠다”며 “신중히 검토해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거래소의 상장유지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내년 1분기부터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주기적 점검 등을 통해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회계조직과 분리된 내부회계 검증부서를 신설해 감사위원회 보좌 기능을 강화하고 법무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자문부서로 확대 개편할 것”며 “내년 2분기부터는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한 후 이를 기반으로 하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내놨다.

거래소는 향후 3년 동안 삼성이 제출한 경영 투명성 개선계획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거래소의 이번 결정으로 상장 폐지는 피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거래소의 이번 결정으로 상장 폐지는 피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바이오가 금융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판단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상장폐지 우려라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22조 원, 소액주주는 8만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폐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거래소가 지난 2009년 2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제도가 도입한 이후 회계처리 위반으로 심사 대상에 올랐던 16개사가 전부 상장폐지를 면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앞서 삼성바이오와 마찬가지로 거래소 기심위 상장폐지 심사에 올랐던 대우조선해양도 5조 원 분식회계를 저질렀지만 개선기간부여 결정에 그쳤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주식 거래는 1년 3개월 동안 정지됐다. 이는 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 정지기간이 한 달을 넘기지 않은 것과는 대조된다.

그러나 고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바이오에게 거래소가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삼성바이오의 상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바이오는 거래소가 적자 기업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난 2015년 11월 상장규정을 개정하면서 상장회사에 올랐다. 시가총액 6000억 원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 2000억 원을 넘기면 적자를 내는 기업이라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바이오의 상장은 지난 2016년에 이뤄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건 삼성바이오의 지난 2015년 회계처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통해 상장회사에 올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분식회계로 아름답게 꾸민 재무제표를 제출하여 상장한 삼성바이오는 당초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지 조차 의심된다”며 “(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은) 일단 상장만 한다면 그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이 금융 관계당국의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수호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속히 제거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증선위가 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삼성바이오를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21일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에 배당한 상태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한 법적 공방도 예고되어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14일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고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하자 서울행정법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삼성바이오의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한 첫 심문을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증선위가 의결한 제재 처분을 모두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제재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삼성바이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증선위 제재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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