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압승 요인은 ‘친박 결집과 중립지대 표심’ ‘당 분열 위기감도 작용’
총 103표 중 68표 득표 - 비박·복당파 김학용 35표에 2배 가까운 압승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1일 신임 원내대표로 4선의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을 선출했다. 나 의원은 세 차례 도전한 끝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보수 계열의 정당 역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되는데 성공했다.

이날 오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 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 정용기(재선, 대전 대덕)의원이 총 103표 중 68표를 받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원내대표 후보 김학용(3선·경기 안성), 정책위의장 후보 김종석(초선·비례) 의원은 35표를 얻는데 그쳤다.

당초 친박·잔류파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비서실장을 지낸 비박·복당파 김학용 의원간의 경쟁이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 의원이 김 의원을 33표라는 배 가까운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나 의원이 친박·잔류파의 지지를 받으면서 김 의원보다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나오기는 했으나 예상보다는 큰 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 친박계 결집, 중립지대 의원들 나경원 선택한 듯
   “전당대회도 친박‧잔류파에 힘 실려” 주장도 제기

비박·복당파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직전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까지 했지만 김 의원의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다.

이같은 경선 결과는 오랜 계파 갈등에 지친 당내 중립지대 의원들이 김학용 의원에 비해 계파색이 약한 나경원 의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비박·복당파가 당선될 경우 친박계의 신당 창당설이 현실화돼 분당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성태 원내대표에 이어 비박·복당파의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하면서 친박계가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향후 한국당의 세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 친박·잔류파가 미는 후보가 당선되면서 내년 2월말 예정된 전당대회도 친박·잔류파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나경원 의원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선 결과에 대해 “우리 당이 통합과 변화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의 계파 프레임에 갇혀서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선거 결과처럼 통합을 선택한 게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친박쪽을 끌어안는 제스쳐를 많이 했다”며 “최근 한국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것들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형성됐고, 이런 상황에서 계파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의원들의 표심이 나경원 의원에게 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났다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큰 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내년 전당대회에서도 친박·잔류파 중심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선거제도 개편, 유치원3법 등 당면 현안 과제 눈앞에...

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으로 내년 12월까지다. 그러나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가 6월 이내인 경우에는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의원 임기 만료 시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총의 추인을 받으면 2020년 4월 총선 때까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나 의원은 당장 소수 야3당이 단식 농성까지 하며 요구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갈등 ‘포인트’인 유치원3법 처리 등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나 의원에게는 총선을 앞둔 내년 1년 동안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원내 사령탑으로서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막강한 책무가 주어져 있다. 무엇보다 나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주장해온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통합에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 의원은 당선 직후 인사말에서 “부족한 저에게 중책을 맡겨줘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의 막중한 책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는 오늘 의원들께서 과거 아니라 미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정견발표에서는 “당당하고 확실하게 싸우겠다”며 “전략과 논리를 앞세운 대여 협상으로 불필요한 투쟁은 지양하되, 보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경우는 장외투쟁과 정책저항운동을 통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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