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과 K-ICS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상장 배경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사진=교보생명>
▲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사진=교보생명>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교보생명이 설립 60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여섯 번째, ‘빅3’ 생보사 중에선 세 번째 상장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코스피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 IPO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잠정 결정됐다.

IPO는 기업이 자사 주식과 경영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비상장기업이 설립 후 처음으로 외부투자자에게 자사 주식을 일정 수량 발행해 공개 매도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기업은 IPO를 통해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다. 새로 발행한 주식을 외부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수록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서다.

또한 IPO를 하려면 기업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코스피 같은 주식 시장에 회사를 상장하게 된다. 즉 IPO는 기업 상장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새롭게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상장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인식하는 IFRS17는 오는 2022년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보험금 지급 능력을 새로 평가하는 K-ICS도 시행된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향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돈을 가리킨다. 해지환급금이나 보험사고 발생 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등이다.

이러한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하게 되면 최초 보험계약을 맺은 당시 해당 상품 설계대로 부채를 계산하게 된다. 반면 시가로 평가할 경우 매년 결산 시기마다 위험률(보험사고 발생 확률 등)과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부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은 현재 292%다. 이는 기준치인 100%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IFRS17이 도입되면 저금리 상황인 현재 시점에서 보험부채를 재계산 하기 때문에, 과거 연 7% 이상의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 판매를 많이 했던 교보생명과 같은 생보사의 부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IFRS17과 K-ICS가 도입될 경우 최소 수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연간 5000억 원 가량을 내부유보금으로 쌓고 있으며, 지난해 7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 같은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IPO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엔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보생명 관계자는 분석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나쁜 데도 불구하고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결정한 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FI들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0%를 사면서 지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이어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최근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1조2000억 원의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상태다. 풋옵션 행사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들 가운데 어피너티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의 IPO 추진 배경에는 내년에 기업이 상장할 경우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고 차익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FI들을 달래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로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39.4%다. IPO를 통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 이 지분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주 발행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사주조합에 우호적 투자자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경영권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앞으로 IPO를 위한 주관사 추가 선정,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경우 동양생명(2009년 10월), 한화생명(2010년 3월), 삼성생명(2010년 5월),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 오렌지라이프(2017년 5월)에 이은 국내 6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한 자본 확충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가 불투명한 보험업황으로 인해 줄곧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상장 효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은 총 자산 108조 원, 자기자본 10조 원, 보유계약 434만 명, 계약액 304조 원으로 삼성생명·한화생명과 더불어 국내 생보업계 ‘빅3’로 불린다. 관계사로는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AXA자산운용, KCA손해사정, 교보정보통신, 교보리얼코, 생보부동산신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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