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적·조직 개편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체제 구축

2018년을 마감하면서 금융, 산업, 유통 등 경제‧산업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이슈가 됐던 인물과 기업들을 살펴본다. 특히 올해는 경제 전반에 저성장, 제조업의 위기 등 다양한 불안한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5세대이동통신 시대를 열었고, 삼성전자는 휘는 디스플레이 장착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IT업계에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있었고,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4세 경영시대를 시작했다. 또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은 수석부회장에 올라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면서 새롭게 도약을 하려 준비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슈는 우리금융지주의 탄생 예고였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내정된 인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우리금융지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한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 변혁에 뒤쳐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투자자들은 지배구조개편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에 ‘광주형 일자리’라는 역풍도 거세게 불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매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이는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분기 기준 최저 영업이익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1월 해외시장 도매 판매는 각각 40만3381대와 24만7115대다. 특히 중국 판매는 각각 7만 대, 4만 대로 전년동월 대비 26.3%, 20% 감소했다.

지난 9월 14일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이다. 그는 올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부진을 인적쇄신·조직개편 등으로 타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적 리스크는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 자동차 산업 투자와 변화 모색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모빌리티 지향점과 역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모빌리티 지향점과 역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구글 웨이모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메이븐(차량공유)과 크루즈(자율주행) 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등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구글, 우버 등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앞서나가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그 뒤를 쫓는 모양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현대차의 3대 전략 방향성으로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을 들며 자동차 산업 변혁에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 역시 스마트 모빌리티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인사 단행에서도 드러났다. 미래 자동차 사업환경 변화에 그룹차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연구개발(R&D) 부문 인사, 조직개편에 집중했다.

인사 단행을 통해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이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이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처음으로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를 중용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BMW 고성능차 개발 총괄 출신인 비어만 사장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 직속 기구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을 전담할 별도 조직 ‘AIR Lab(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을 신설하고 이를 총괄할 전문가 김정희 이사를 네이버랩스로부터 영입했다. AIR Lab은 ▲생산 효율화 ▲프로세스 효율화 ▲고객경험 혁신 ▲미래차량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서비스 비즈니스 등 현대차그룹의 '6대 AI 전략과제'를 수행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내부 개혁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미국 미고와 동남아시아 그랩, 인도 레브에 투자를 결정했으며, 자율주행과 관련해 미국 메타웨이브, 오로라, 이스라엘 오토톡스 등과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딥클린트, 이스라엘 알레그로 ai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조길형 충주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조길형 충주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수석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뿐만 아니라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리는 수소전기차 개발·보급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8 CES를 통해 공개된 넥쏘는 그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원과 충전소 부족이라는 문제로 좋은 판매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연간 3000대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지난달 기준 올해 넥쏘의 누적 판매량은 587대다. 수소전기차의 원조 격인 현대차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중국, 일본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원금과 충전소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정 수석부회장의 수소차 사업 구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회는 내년도 수소전기차 관련 예산을 총 1421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그 중 구매 보조금 예산은 900억 원으로 이를 통해 수소차 4000여 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공개하고 글로벌 수소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FCEV 비전 2030을 통해 수소차 생산능력을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만1000대로,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해외 시장 다변화·권역본부 중심 공략

현대차의 해외 수출 상황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큰 타격이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고 25% 관세 폭탄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은 현대차그룹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수행을 포기하고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을 만난 것도 이런 이유다.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대대적인 해외사업부 인사교체를 단행,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실적 부진 돌파에 나섰다. 설영흥 상근고문은 비상근 고문으로 발령하고 이병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했다. 또 현대차는 글로벌미래전략TF팀장 김승진 부사장을 사업관리본부장에,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 김선섭 전무를 인도권역본부장에 임명했다. 기아차는 미국판매법인장 윤승규 전무를 북미권역본무장으로 겸직시키고, 기업전략실장 이종근 전무를 멕시코법인장으로 임명했다. 슬로바키아법인 이경재 생산실장을 슬로바키아법인장으로, 러시아권역본부장에는 김진하 이사를 각각 발령했다.

이번 인사 단행에서 주목할 점은 미·중 사업본부뿐만 아니라 멕시코, 러시아 사업본부 인사발령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신흥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10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글로벌 주요 신흥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한 110만121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6.8%, 기아차는 19.7% 증가했으며, 4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0월 누계 기준 14.7%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 판매 내실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주요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미국에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룰라이드 등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늘려 판매와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국에서는 사양과 가격을 현지에 최적화하고 바이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신기술을 대폭 적용한 신차들로 회복 기반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권역본부 중심으로 각 부문과 협업을 강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권역본부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자발적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 노사 갈등 문제…숙원사업 GBC 해결되나

현대자동차그룹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수석부회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국내 문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방법으로 총수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라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 자문사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지난 5월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취소되고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발표된 지금까지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상반기에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만큼 수정안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연례행사처럼 불거지는 노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광주형 일자리’로 인해 노조의 반대가 더욱 드세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기존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파업까지 강행하며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내린 가운데,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은 실적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다만 현대차의 숙원사업인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내년에 착공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호재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2019년도 경제정책 중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조기착공 추진 내용에 GBC가 포함됐다. GBC에 대한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가 남아있지만 내년도 경제정책에 직접 언급된 만큼 착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GBC는 심의를 통과하면 서울시의 건축 허가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에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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