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했던 통합이 낳고 있는 결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힌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힌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바른미래당에 있던 이학재 의원이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으로 바른미래당이 창당된 이후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이 탈당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기존 30석에서 29석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통합 직전 국민의당 의석이 38석, 바른정당 의석이 9석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까지만 놓고 봐도 무려 18석이 줄어든 통합이 된 셈이다. 국민의당만 놓고봐도 마이너스 통합이다.
 
문제는 바른미래당에서의 탈당이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라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유승민·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정운천·하태경·지상욱 의원 등 8명이다. 당장은 자유한국당행의 명분이 없기에 추가 탈당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결국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보수통합에 몸을 싣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치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들은 손학규 대표가 이끌고 안철수 전 대표가 뒷받침하는 제3세력 보다는 보수통합세력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더구나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회복되고 정국이 다시 양당구도로 회귀한다면 선거를 의식해서도 이들은 보수통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 전 대표도 최근 자신이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당이 가는 길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진로를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아마도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유 전 대표와 함께 향후 진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가운데 유력한 대안은 자유한국당과 손잡는 보수통합의 길이다. 바른미래당에 있는 보수성향 정치인들이 움직일 쇄신의 명분을 자유한국당 측이 제공한다면 결국 보수통합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이언주 의원도 개별적으로 자유한국당으로 가거나 보수통합에 참여하는 선택을 할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분당이 되면서 통합은 원점으로 돌아가버리게 된다. 바른정당 출신 정치인들은 원위치로 돌아가고, 공연히 국민의당의 분열만 낳은채 왜소해진 당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창당 당시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은 허망해지는 결말이 된다.

애당초 안철수 전 대표가 원칙도 없이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붙인 후과를 두고두고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상식과 신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하듯이 통합을 했다. 서로 간의 정체성에 대한 공감대도 부재한 묻지마 통합이었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통합의 효과를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당 지지율은 정체되었고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했다. 이제는 당의 분열에 대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그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무리한 통합을 하지 않고 제3세력으로서의 길을 갔다면, 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국구도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무모한 집착이 하루아침에 38석의 당을 쪼개고 무너뜨렸다. 사당(私黨)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바른미래당의 현주소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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