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의 정국진단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선거구제 합의가 5당 원내대표에 의해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합의문을 발표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구제 개편을 합의한 바 없다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는 국민 여론 상 어렵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두 당 대표의 단식 투쟁, 그리고 민주평화당도 청와대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특히 손학규 대표가 고령인 데다가 혈압이나 신장 비대 등으로 단식 10일을 넘어가는 매우 급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던 합의였습니다.  

그런데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문제 제기 되고, 급기야 합의를 부정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그것은 합의문 자체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의문 1항에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을 거치지 않은 단계에서, 갓 선출된 원내대표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적극 검토’라는 문구를 넣은 것입니다. 단식 투쟁을 하는 야 3당을 대변했던 게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였습니다. 단식투쟁을 더는 할 수 없으므로 이 합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두 당 대표의 단식이 점점 한계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면 나경원 대표를 고려한 듯한 ‘적극 검토’라는 표현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있던 시기에는 ‘공감’이란 표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검토한다는 부분이 들어갔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 대표가 못 받겠다고 해서 합의문이 불발되었다고 합니다.  

‘공감’이 ‘적극 검토’로 바뀐 거죠. 그러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낳을 수밖에 없고, 이런 정치제도는 권력 구조를 개편을, 즉 개헌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다. 다시 말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창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야 3당도 개헌과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었습니다. 안 받을 이유가 없는 거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 했기 때문에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대 양당의 목소리와 양해 안이 함께 담기면서 합의문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적극 검토’와 ‘원포인트 개헌’이 결국 정개특위가 열리자마자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합의문을 기본 동력으로 12월 말까지 선거구제 개편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안을 만들어 내고, 1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3김 시대의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이견이 많은데 연말까지 어떻게 개정안을 완성한단 말인가”라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김종민 의원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아셔야 할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의 숙원 사업이었다는 겁니다. 오래된 정치 개혁 사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여당이 되었다고,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압도적이라고 말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선거구제 개편 만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도 그렇고, 저도 그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정말 사심 없이 정치를 펼쳤던, 그리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났던 두 정치인이 왜 그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구제 개편에 목매달았는가. 저는 민주당 현직 의원들이,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리라 봅니다. 그래서 야 3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야 한다고 지난주에 말씀드렸던 겁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제 우리 정치사에서 도도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이게 의원정수 확대에서 걸려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의미 있으려면 비례대표가 100석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역구 의석은 못 줄입니다. 줄이려면 지역구 의석을 200석까지 줄여야 총원 300석에서 비례 의석이 100석 됩니다. 그래서 비례 의석을 늘리려면 의원 수가 360석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330석까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합의문에는 ‘의원정수 10% 이내 확대 요구 등을 포함해 검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정치개혁 문제가 걸려 있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의원정수 확대는 '의원 예산을 동결하더라도 동의하지 않는다’가 80%입니다. 이걸 누가 풀어낼 것인가, 누가 풀 수 있는가.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50%의 지지도를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이 17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OECD 평균이 9~10만 명 정도라고 하죠. 그리고 우리가 470조의 예산을 다룬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의원정수의 확대가 결코 국민들에게 그리고 국가 발전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겁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그랬습니다. “지금도 밥값 하는 국회의원들 많다. 밥값 하는 국회의원들을 더 늘리자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서 자유한국당은 어차피 ‘가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봅니다. 주도적으로 할 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야 3당의 사활이 걸린 '민심 그대로의 국회'에 대한 명분을 갖고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다시 강조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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