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조기상환·적자국채 추가발행, 청와대 강압적 지시 없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청와대가 KT&G 사장 인사에 압력을 넣고 세수가 충분한 데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나라 빚을 고의로 늘리려 했다는 신재민(32·행정고시 57회) 전 기재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을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식의 법적 대응도 검토하기로 했다.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신 전 사무관의 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 요건에 해당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와 고려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청와대 외압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KT&G 사장 교체 외압 의혹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9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기재부에 근무하던 때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고, 기재부가 이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KT&G 관련 동향 보고’라는 제목의 기재부 내부 문건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5월 MBC의 ‘정부, KT&G 사장 인사개입…문건 입수’ 보도에 등장한 문건과 같은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영상에서 “당시 MBC에 문건을 제보한 사람이 자신”이라며 “서울에 있는 (기재부) 차관 집무실 옆 부속실에 공무원 공용 업무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문건을 입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문건의 명칭이 ‘대외주의, 차관보고’로 시작했다”며 “문건에는 KT&G의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주주총회에서 현 사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문건 작성이) 청와대 지시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과거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선임된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기재부에 지시를 내렸고, 기재부는 청와대 지시 이행을 위해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은행을 움직여 KT&G 사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

신 전 사무관은 “이는 정부가 금융기관을 동원하여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한 것”이라며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지난 30일 배포한 해명자료와 31일 구윤철 2차관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이 거론한 문건은) KT&G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구 차관은 특히 “(신 전 사무관의 주장과 달리) 해당 문건은 기재부 차관에게 보고된 적이 없다”며 “언론에서 KT&G (셀프 연임 등) 보도에 대해 차관이 관련 현황을 문의한 적이 있어 기업은행을 통해 동향을 파악했지만 차관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건 작성 이유로는 “당시 KT&G에 사장 셀프 연임 등 이슈가 있었고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 기관인 기재부 출자관리과에서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현황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선 “그는 KT&G 자료 유출 당시 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KT&G 관련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어 “(신 전 사무관의) 문서유출행위에 대해 불법성 여부 등을 판단해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9일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9일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자국채 발행 외압 의혹

신 전 사무관은 지난 30일엔 유튜브와 고려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청와대가 세수가 충분한 데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나라 빚을 고의로 늘리려 했다는 주장을 새로 내놨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 교체기인 2017년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아지면 향후 정권 지속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인해 “세수 여건 호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조 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15일로 예정된 1조 원 규모의 바이백 계획을 하루 전날인 14일에 전격 취소했었다.

신 전 사무관은 또한 청와대와 김동연 전 부총리가 바이백 취소와 같은 이유로 적자국채 신규 발행을 지시한 적이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적자국채란 정부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재정 적자) 이를 메우려고 새로 발행하는 국채를 의미한다.

그는 “바이백 취소 당일 기재부 재정관리관이 적자국채 발행 가능 규모를 최대치인 8조7000억 원이 아니라 4조 원으로 보고했다가 김 전 부총리에게 강한 질책을 당했다”며 “당시 재정관리관은 ‘제가 정무적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수정 보고서를 들고 재정관리관과 함께 보고하러 갔을 때 김 전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면 안 되는 이유로 ‘정권 말로 갈수록 재정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해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 두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신 전 사무관은 그날 이후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 등이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김 전 부총리가 적자 국채 발행은 없도록 하는 계획을 수용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다시 박 국고국장님을 불러 적자국채의 추가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채 조기상환 취소와 적자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구 차관은 “연말 세수여건과 시장 상황,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내부 내부는 물론 여러 관계기관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최종 논의 결과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처럼 정무적 판단과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는 또한 지난해 11월 급작스러운 바이백 취소 단행 배경에 대해선 “시장 영향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사장 인사 개입 의혹

신 전 사무관은 29일 유튜브 영상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뿐만 아니라 언론사인 서울신문 사장 인사에도 개입하려 했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에서 KT&G 사장교체 건은 잘 안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건은 잘 해야 된다’는 내용의 말이 나오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 측은 “기재부는 올해 9월 기준 서울신문 지분의 33.86%를 가진 최대주주”라며 “올해 3월 기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서울신문 주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기재부도 자체 판단에 따라 합법적 절차로 주주 권리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즉 기재부가 사장 선임에 참여한 건 정당한 법적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는 뜻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또한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신문과 같은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윤 수석은 “서울신문 전 사장은 임기 마치고 후임 인사가 늦어져 임기 2개월을 넘겨 재직했다”며 “(청와대가) 사장 교체를 시도 했다면 여러분의 동료인 서울신문 기자들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가 서울신문의 1대 주주인 점도 참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서울신문 사장 선임이 기재부의 업무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윤 수석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신 전 사무관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 2012년부터 기재부 국고국에서 근무하다 올해 7월 일을 그만뒀다.

그는 사직 후 공무원 학원에서 강의하려고 계약했으나 강의를 하려면 이런 민감한 사연을 설명해야 해 미뤄왔고 이제 강의하지 않으면 “먹고 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았다”며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자신의 후원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추가 동영상 제작도 예고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