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새 태양이 솟아 올랐다. 긴 터널 같았던 2018년을 통과하면서 한국은 온통 경제 근심에 저마다의 이마에 주름이 더 깊게 패였다. 날만 새면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의 모든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돌리고 화살을 쏟아 부었다. 소득주도성장의 경제 정책 기조에 따른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는 악의 근원인 듯 지탄의 대상이 됐다. 

물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야당과 보수 진영의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생생한 경제의 현장에서 확인된 하소연들은 불황에 대한 엄살도, 침소봉대도 아니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은 분명 의도는 좋았으나 실물경제의 현실이라는 두터운 장벽을 넘기에는 분명 덜 치밀했다. 이 와중에 경제 투톱이라 이름 불리워진 장하성과 김동연의 동상이몽은 계속 파열음을 냈다. 

지난해 10월말 만난 일본 거주 한국인 경제 전문가의 분석은 이랬다. 그는 국내 대학 학부에서 경영학을, 미국 대학원에서 공업경영학 박사를 거친 뒤 국내 기업을 거쳐 일본에 30여년 간 체류하며 가히 한일 비교 경제학자로 불러도 될만한 경륜을 갖췄다. 그가 진단한 한국경제 정책의 문제점은 경제부총리가 관료 출신이어서는 어렵다는 것.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학자나 정치인이라면 힘 있게 소신을 관철할 터인데 주위에서 흔들어대니 먹혀 들지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달리 말하면 김동연의 실력은 인정하는데 힘이 없으니 어려울 거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부총리는 낙마한 뒤 손수 차를 몰고 정부 청사를 떠났다.

새 경제정책의 수장이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장담했지만 지난 연말에도 새해 경제전망은 여지 없이, 아니 그 어느 해보다 무시무시한 수식어와 수치로 무장한 채 쏟아져 나왔다. 한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해 1월 전망치로 92.7을 기록해 8개월 연속 기준치(100)을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전망치도 수출(92.1), 내수(93.5), 수출(91.0), 자금(94.0), 재고(104.9), 고용(99.7), 채산성(98.1)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기대를 걸었던 수출 증가율도 3.1%로 지난해의 절반(6.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치(EBSI)를 조사해 발표했다. 1분기 지수는 93.1로 8분기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추락했다. 

해외 경제연구기관들의 분석 결과도 피해갈 수 없었다. 영국의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한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 모멘텀 둔화는 지난 4분기를 넘어 2019년에도 지속될 것이며 소비는 제자리에 머물고 투자도 당분간 부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은 특히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고용에서 두드러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노동 핵심연령층(24~54세)의 고용률은 지난 2분기에 76.4%로 36개 회원국 중 하위 7번째였다. 일본은 85.2%이며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정도였다. 

이렇게 안팎으로 엉망인 한국경제전망으로 우리는 2019년의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상투적인 접근법이긴 하지만 경제개발 단계를 벗어난 이후 5공 시절의 3저 시대와 90년대 초중반의 불안한 호황을 거쳐 IMF 재앙을 지난 뒤 우리 경제의 전망은 항상 아슬아슬했다. 이는 세계 자본의 일상적 공황 불안에 의한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모를 갖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들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의 전망을 비롯해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면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언론기관들이 이들의 전망치를 인용해 연말에 양산하는 특집기획은 정부를 비판하는 또 다른 무기라는 점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 전망들이 원가 절감을 위한 고용 축소 등 기업들의 긴축 경영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어렵다는 얘기들이 판을 치니 가정경제마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부채질되는 것이다. 좋은 약이란 모두 독인 법이다. 적당히 쓰면 약이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경제전망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것이라는 경계의 수준을 넘어서 사회 발전에 필요불가결한 건전한 근로의식과 합리적 소비라는 선순환을 깨고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면 경제만 더 엉망이 될 뿐이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이다. 돼지도 황금이 붙어야 더 값어치 있게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돼지 그 자체에 있다. 낙관성을 잃지 않는 이 동물에게서 올해 우리는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용기와 희망을 배워야 할 것이다. 게다가 돼지는 외관과 달리 매우 영리한 동물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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