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은행 이사회 임추위, 김 회장의 행장 겸직 여부 결정할 듯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대구은행 이사회가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여부를 논의한다. <사진=대구은행>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대구은행 이사회가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여부를 논의한다. <사진=대구은행>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DGB금융지주가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공식화하면서 지주사 중심의 ‘친 회장’파와 은행 중심의 ‘반 회장’파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금융기관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과도 정면 배치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오는 18일 오후 4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추천한 김 회장이 은행장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검증한다.

은행 임추위가 18일 김 회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받아들이면 해당 안건은 이달 29일로 예정된 은행 임시주총에 상정된다.

DGB금융지주는 현재 대구은행의 유일한 주주(지분 100% 보유)다. 따라서 은행 임추위가 해당 안건을 주총에 올리기만 하면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기정사실화된다.

반면 은행 임추위가 김 회장을 은행장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주총에 관련 안건이 올라가지 않는다. 18일 나올 은행 임추위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를 열고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 겸직체제로 간다”고 결의했다.

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당시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함으로써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안정과 통합,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김 회장 겸직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서 추천한 후보를 포함해 총 6∼8명의 역량과 자질을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구은행 이사회는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주 이사회의 결의는 지난 4월 은행 이사회와 함께 선언한 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 분리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금융지주 측이 CEO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여 비리를 차단하자던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금융기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과도 정면 배치된다.

현재 KB국민·신한·KEB하나·농협·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지주사 회장이 계열사인 은행장을 겸하는 곳은 우리금융 뿐이다.

그나마도 우리금융은 올해가 지주사 출범 첫해라는 명분이 있다. 아직까지 지주사 내 은행 비중이 99%라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분리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DGB금융그룹의 경우엔 박인규 전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등을 저지른 전례가 있다. 지난해 박 전 회장은 관련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DGB대구은행 제2본점. <사진=연합뉴스>
▲ DGB대구은행 제2본점.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 이사회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 이사회가 그동안 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와서다. 김 회장은 과거 하나금융그룹 요직을 거친 인물로 비 대구은행 출신 외부인사다.

일각에선 DGB금융그룹의 내부 갈등이 지주사 중심의 ‘친 회장’파와 은행 중심의 ‘반 회장’파 간의 파벌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친 회장파의 키워드는 김 회장이 졸업한 경북고다. 현재 DGB금융지주 자추위 5명 중 3명(김 회장 포함)은 경북고 동문이다. 게다가 역대 대구은행장 11명 중 4명이 경북고 출신이었다.

반면 반 회장파의 키워드는 대구상고와 영남대다. 이는 박인규 전 회장 겸 은행장이 졸업한 학교들이다. 최근 수년간 DGB금융그룹 내에선 해당 학교 졸업자들이 ‘박인규 라인’으로 불리며 요직에 대거 포진해왔다. 그러나 김 회장 취임 후 지난해 7월 이들은 상당수 물갈이 됐다.

즉 DGB금융그룹 내에서 지역 명문고인 경북고와 대구상고 출신들이 파를 나눠 다투고 있는 셈이다.

한편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이사회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거부하는 사태에 대비해 주주제안권 행사도 검토 중이다. DGB금융은 현재 대구은행의 지분 100%를 소유한 대주주로 은행 이사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다만 주주제안권을 사용할 경우 은행 이사회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비춰져 지주사 권한 남용 논란이 일 수 있다. 이 경우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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