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재사업에서 화학부문까지 포트폴리오 다각화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최근 정유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8조 원 돌파 기대감을 높이던 정유사들은 4분기 들어 유가가 급락, 재고평가손실액이 발생하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84.44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두바이유는 두 달 만인 12월 말 49.52달러까지 급락했다. 통상 2~3개월 전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사들에게 국제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진다.

정제마진 하락도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실질적으로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3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달 2주 싱가폴 정제마진은 3.3달러로 소폭 상승했지만,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에 턱없이 부족하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흐름이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사업인 배터리·소재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최초로 참석한 CES 2019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및 LiBS(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FCW 등을 선보이며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유럽(헝가리), 중국, 미국 등 총 3곳의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생산설비 증설을 결정했다. 2022년 생산설비가 모두 완공되면 국내 서산 공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총 생산규모는 약 30GWh에 달하게 된다.

아울러 최근 개발이 완료된 FCW의 데모 플랜트를 올해 초 완공하고 제품 실증을 통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증평 LiBS 공장 내 부지에 약 400억 원을 투자해 올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양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급격한 시장 확대를 대비해 2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60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46만2000㎡의 부지에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고 2021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현재 하루 80만배럴의 원유 정제능력과 27만4000배럴의 국내 최대 규모의 고도화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연간 280만 톤 규모의 방향족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해 착공 예정인 올레핀생산시설 완공되면 연간 에틸렌 70만 톤, 폴리에틸렌 50만 톤을 생산하게 되며, GS칼텍스는 연간 4000억 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1월 4조8000억 원을 투자한 RUC(잔사유고도화시설)·OD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에 대한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RUC는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ODC는 연간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 및 30만 톤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이 시설이 온전히 가동되면 이익기여도가 연평균 8000억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 건설 등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원재료와 석유화학 제품 생산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울산시 온산공장 근처 약 40만㎡의 부지를 매입했으며, 2023년까지 총 5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비정유사업 진출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사업 투자합의를 체결하고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부지에 신규 올레핀 HPC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합의로 2016년 아로마틱 석유화학 사업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신공장은 2021년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연간 폴리에틸렌 75만 톤과 폴리프로필렌 40만 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통해 연간 3조8000억 원의 수출 증대 효과와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