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제 진짜 실력 나올 것”, 최태웑 “조정받지만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
셀트리온 서정진 “세계 바이오시장 1,500조,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 백 조 가져온다”
文대통령, 현정은 회장에게 “희망고문 받고 있죠, 속도 내겠다” 위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끝난 후 기업인들과 청와대 영빈관에서부터 본관-불로문-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경내 산책을 했다. 산책 중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이 반도체 경기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기업(삼성, 현대차, SK, LG) 참석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신영 회장) 등과 각각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들고 산책했다.
산책 중에 김수현 정책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말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말하자 구광모 LG 회장이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달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여유가 깃든 답을 했다.
이에 같이 산책하던 최태원 SK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격의 없이 얘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가격은 하락하지만 수요는 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못하는 것이다. 그냥 포기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에 서 회장은 “대통령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약을 잘 안 먹는다. 부작용 때문이다.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거라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또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다.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쓴다.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한다”고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연구업 종사자들에게 맞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서 회장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한다.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 백 조는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바이오산업 육성을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는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가 대북제재와 연계된 부분을 염두에 두고 한 위로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친 후 녹지원에서 동반했던 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 후 여민1관으로 이동했다. 특히 현정은 회장에게 악수하며 “속도를 내겠다”라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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