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 5·18 재판 알츠하이머·독감 이유로 불출석
골프 스코어 암산하는 등 인지능력 있다는 증언 나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 병’을 이유로 재판을 거절했지만 해당 시기에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정치권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전 씨는 지난 2017년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를 향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으며 조비오 신부의 생전 증언이 사실에 부합한다며 전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전 씨는 지난해 8월 첫 재판엔 ‘알츠하이머 병’을, 지난 7일에는 ‘독감’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후 전 씨가 ‘알츠하이머 병’을 이유로 첫 재판에 불출석한 시기에 강원도 소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목격이 보도됐다. 특히 전 씨는 독감을 이유로 든 지난 7일 재판 전날에도 이순자 여사와 함께 골프장에서 목격됐다.
여기에 전 씨가 골프 스코어를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정도로 인지 능력이 충분하다는 증언까지 나온 만큼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분노하고 있다. 전 씨가 재판 불출석 사유로 제시한 알츠하이머병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병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분노’
더불어민주당은 전 씨가 골프를 쳤다는 보도와 관련해 지난 16일 “법원대신 골프장을 찾은 전두환전 대통령의 후안무치함,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보도를 지켜본 국민들은 큰 충격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아버지를 자처하며 군홧발과 총칼로 국민을 짓밟은 역사 앞의 대죄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 사법체계마저 농락하며 경거망동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은 역사의 죄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반드시 법정에 출석시켜 그가 뿌린 죄악의 역사에 대해 반드시 단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전 씨를 향해 17일 “‘피눈물’을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종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도 모자란데 심지어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 전 전 대통령은 성심을 다해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당시 전 씨가 와병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했는데 그 와병이라는게 거짓말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하면서 역사의 법정에 서기를 거부한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원은 경호팀에 당시 일정을 명확히 확인해서 골프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 전씨는 더 이상 거짓말로 법원과 광주시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방금 한 일도 기억을 못해서 하루에 열 번씩 양치질을 한다’고 주장하는 전 씨가 골프를 쳤다는 것은 세계 의학계에 기적의 사례로 보고돼야 할 일”이라며 “법원은 전 씨의 골프장 출입 등 사실을 확인해 강제구인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