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석고정 후 지역·비례 2:1 안 제시...野 4당 “현실성 없다”
바른미래·평화·정의, 360석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감대...“與, 가짜 연동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한 한국당, 내각제 카드 내밀어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 소위원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 소위원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합의한 선거제도 개혁 시한이 임박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정수를 고정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각 당의 셈법이 달라 선거제도 논의는 점차 꼬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300석 의석을 지역구 200석과 권역비례대표제를 적용한 100석으로 나누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기본으로 적용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2:1 비율에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독일식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오래 기간 지역선거 없이 정당 투표로만 의회를 구성해 왔으며 지역구 선거는 차후에 이뤄졌다. 즉 지역구 투표에 중심을 둔 우리나라와는 반대의 경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선거제도 개혁안에서 중점적으로 볼 것은 연동형 도입의 문제보다는 줄어든 지역구 의석수다. 

민주당은 의원수를 고정한 채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렸다. 이는 현재의 지역구 53석을 줄여야만 가능한 수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가 지역구를 줄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지역구를 줄이는 것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이 오히려 선거제도를 ‘고차 방정식’으로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野 4당 일제히 ‘혹평’
야 3당은 그간 민주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해왔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역시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각 당에 촉구한다. 23일까지 각 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책임 있게 제출해 달라”며 5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을 향해 정치협상 테이블 구성을 요청했다. 

하지만 막상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밝히자 야권은 ‘협상용’, ‘현실성 없는 개혁안’이라고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민주당 출신의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마저 “현실성 없는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53석을 줄인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겉포장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도·농 복합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 명백히 말씀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5명의 원내대표 합의안에서 대단히 후퇴되고 왜곡된 내용으로 되어있다”며 “한 마디로, 무늬만 연동형이다. ‘가짜 연동형’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결속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원칙을 비껴가는 안”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복잡해진 각 당 ‘셈법’
선거제도 개혁안을 도출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정치권 흐름에서 직접적 당론을 채택한 것은 사실 민주당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민주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안과 관련한 구체적 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들도 명확한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민주평화당의 경우 박주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구상 했을 뿐 구체적 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며 정의당 역시 심상정 의원이 지난 2017년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당론으로 삼고 있다.

다만 야3당은 정개특위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선거제 개혁안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지난 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60명 늘린 360석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은 명시하지 않았다.  

결국 야 3당과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의 충돌 지점은 의원정수 문제가 첫 번째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못 박은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야 3당 입장에선 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합의가 난제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때문에 일명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라 주장하는 ▲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 방식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가 연동되도록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도 “한마디로 선거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며 “듣도 보도 못한 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 등 희한한 제도를 들먹이는 것 또한 유불리를 따지며 대의를 거부하는 현 집권세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과 야 3당이 공통적으로 민주당과 충돌하는 지점은 ‘지역구 축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은 의원정수 확대 혹은 지역구 축소다. 이중 민주당은 여론의 반대가 높은 의원 정수 확대가 아닌 지역구 축소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현행 지역구 253석을 200석으로 줄이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 4당은 지역구를 줄이는 것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의원 정수가 늘지 않는 그런 한에서의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 기본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53석이나 되는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소선거구제로 가능한 것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지역구 축소와 관련해 “ 200석으로 지역구 의석을 53석이나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지역구 의석을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안은 회피하고 있다”며 “과연 지역구를 한 석도 줄이기가 어렵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온 자유한국당의 수용성을 고려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각제 카드 내민 ‘한국당’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해 온 한국당은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에 내각제 카드를 내밀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총리 추천제를 검토한다면 연동형비례제와 석패율제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지난번 합의안에도 명시했지만, 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 없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도의 정확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즉,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고 싶다”며 “53석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내각제적 요소 도입,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말씀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나 원내대표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 국면에서 내각제 도입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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