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물 만난 고기격’이다. 친문 핵심이자 현직 광역단체장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설 앞두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김 지사를 ‘공범’으로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대선무효운동까지 펼칠 심산이다. 한 마디로 지난 대선 패배는 조작된 댓글과 여론조작으로 패했다고 보는 셈이다.

당장은 청와대를 향해 ‘실체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시키며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은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정권 무효운동으로 정치투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 분수령은 2월27일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현재 한국당 유력한 당권 후보로는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당 대표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인사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감으로서 최대 아킬레스건은 ‘도로 친박당’, ‘탄핵 총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지사의 구속은 황 전 총리의 입지를 높게 만들고 있다. 한국당과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 정부를 여론조작으로 탄생한 정권으로 몰아세우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부정할 심산이다. 이럴 경우 두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에서 예상밖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조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월 21∼25일 전국 성인 2천5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황 전 총리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달보다 3.6%포인트 상승한 17.1%로 조사됐다. 황 전 총리가 오차범위 안에서 이 총리를 앞선 것은 리얼미터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김 지사의 구속으로 ‘일시적’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지지층이 황 전 총리와 겹쳐 마냥 좋아할 만 일은 아니다. 홍 전 대표는 당권 도전 선언하면서 황 전 총리를 겨냥해 ‘탄핵총리가 출마해서 나왔다’고 각을 세웠다.

홍 전 대표가 황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은 ‘1등 때리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영남권을 중심으로 강경 보수파들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어 차별화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얼미터-오마이뉴스 로데이터를 보면 영남권에서 황 전 총리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경수 구속 후폭풍이 거세질수록 홍 전 대표의 지지층이 흔들릴 공산이 높다.

김 지사의 구속으로 가장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는 인사는 바로 오세훈 전 시장이다. 당장 자신의 저서 ‘미래’라는 출판기념회장에서 출마 선언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보류했다. 오 전 시장측은 설 이후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불출마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출마 여부를 미룬 배경 역시 김 지사 구속으로 당내외 친박 세력과 태극기 세력이 결집하면서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엿보인다. 오 전 시장은 친박.비박을 아울러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박계 지지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갔다가 다시 탈당, 한국당에 복당한 인사다.

김경수 구속이 황교안.홍준표 두 인사에게는 기회를, 오 전 시장에게는 위기를 주고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 뒤다. 황 전 총리가 만약 당 대표로 될 경우 오히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화장실에서 웃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탄핵 촛불시위’를 상기시키면서 ‘박근혜 시즌2’로 몰아세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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