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P2P금융 혁신성 고려하면 별도 법률로 규율해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은행회관에서 ‘P2P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강민혜 기자>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은행회관에서 ‘P2P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강민혜 기자>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금융당국이 P2P(다자간거래)대출에 대한 투자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P2P업체의 자기자본 투자와 기존 금융회사의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P2P금융의 경쟁력을 높여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은행회관에서 ‘P2P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P2P금융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

P2P대출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하는 핀테크 서비스다. P2P업체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면, 투자자는 대출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이때 P2P업체는 대출 이자의 일부를 중개수수료로 받아간다.

지난 2016년 말 6000억 원 수준이던 P2P업계 누적 대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8000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대출자들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보다 싼 금리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은행의 예적금 상품이나 기존 금융권의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모아서다.

그러나 현재까지 P2P대출에 대한 법적 규제 방안은 마땅치 않다. 그러다보니 지난해에는 허위 대출 상품을 만들거나 투자금을 횡령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P2P대출 법제화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탄 이유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사진=강민혜 기자>
▲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사진=강민혜 기자>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일부 P2P대출 업체의 불법 혹은 불건전 영업 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와 P2P대출 활성화를 균형 있게 조율할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P2P대출 법제화와 관련한 5개 법안이 계류중이다.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7월 발의한 P2P금융 법률안 등 제정안 3개와 대부업법이나 자본시장법에 대한 개정안 2개다.

이날 공개된 정부 추진 P2P대출 법제화 방안은 기존 법 개정이 아닌 신규 법 제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P2P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고려할 때 기존 법체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보다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청회에서 밝혔다.

정부 추진안을 살펴보면 우선 P2P업체의 등록 요건인 최소 자기자본 기준은 기존 3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으로 올라간다. 이는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하는 P2P업체의 책임감을 높여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를 내게 된다.

이와 관련해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대부업 등록요건이 현재 3억 원인데 이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3억∼10억 원 사이에서 업계 의견을 모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일 대출자(차주)에 대한 대출 한도도 도입한다. P2P업체 총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한도를 설정해 특정 대출의 부실화가 업체의 도산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강민혜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강민혜 기자>

정부는 소비자 보호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자기자본 투자와 금융기관의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기존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온라인으로 신청할 경우 수초 내에 대출 승인이 나고 통장에 돈이 입금된다”며 “반면 P2P대출은 일일이 자금을 모아야 해서 대출을 내보내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날이 걸리므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과장은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했을 때 P2P업체가 자기자본만으로 선대출을 하게 되면 대부업과 다름이 없다”며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하되 일정 비율 이상 투자금이 모이면 나머지 부분을 업체가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P2P업계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성준 렌딧 대표는 자기자본 투자 비율과 관련해 ”대출자가 제2금융권 대비 10%포인트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음에도 투자 모집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된다”며 “차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소 30%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융기관이 P2P대출 투자자로 참여하는 문제는 특정 대출건에 일정 비율 이하의 투자 제한 선을 두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기관투자는 P2P금융의 안전하고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이라며 “민간에서 투자하게 되면 직접 투자 플랫폼을 검증하고 실사하면서 (안전한 성장이) 이뤄지고 또 기관에서 큰 투자가 들어오면 성장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송 과장은 “P2P금융에 대한 금융기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금융당국도 가지고 있지만 P2P업체가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모집인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특정 금융회사가 하나의 대출에 투자하는 돈이 전체 투자금의 50%를 넘으면 대출을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이하로 허용하되 업계의 의견을 듣고 비율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업체당 1000만 원으로 제한된 P2P 금융 개인투자 한도를 업체가 아닌 시장 전체로 통합할 방침이다. 현재는 1억 원을 투자하려면 P2P 금융업체 10곳에 1000만 원씩 나눠서 투자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원하는 1곳에 1억 원을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송 과장은 “아직 한도 상향선을 정하진 못했다”며 “법제화 이후 업계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전력 지원할 것”이라며 “P2P금융이 우리 금융산업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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