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핵시설+알파’가 회담 성패요인, 트럼프 ‘깜짝 카드’도 이에 달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의미함에도 북미는 그 구체적인 내용은 꼭꼭 숨겨놓고 27~28일 정상회담까지 끌어가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남·북·미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회담의 결론’을 인지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미 정권 모두 이번 2차 정상회담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건 듯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또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결과를 예단하고 국내적 정치적 효과와 영향을 염두에 둔 행보다. 즉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간 양자 거래에 대한 합의 틀이 일정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움직임을 보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실해진 후 이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가급적 절제해왔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북미 간의 협상이기에 우리가 가타부타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고 입장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말을 더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말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상응조치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철도·도로 연결사업 본격화 등 남북경협 확대가 ‘테이블’ 위에 오르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구축된 ‘한미워킹그룹’서 진지하게 논의돼 왔던 사안들이다. 이를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만드는데 우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쪽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실무협상이 마무리단계임에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 내 비판여론을 의식해 ‘깜짝 카드’를 준비해놨다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약 1주일 앞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북한 비핵화를 서두를 것은 없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를 따로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통화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치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실무협상’의 내용을 꼭꼭 숨겨 놓기에 급급하다. 비건 대표는 이날 북한과의 정상회담 마무리 실무협상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하면서도 ‘연막탄’만 피우는 모양새다.

한국과 미국의 ‘조심스런 행보’와는 달리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결기’를 보여 대조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기고문 방식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로 비유하면서 “앞길이 멀다고 주저앉을 수 없고 쉬어갈 수도 없으며 시련과 난관이 막아선다고 돌아서거나 물러설 자리는 더더욱 없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기성의 관념과 뿌리 깊은 적대의식을 불사르는 과감하고 새로운 투쟁 방식”이라며 “예상 밖의 파격적인 결단”으로 표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기사가 보도된 것은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비핵화 조치’에 따른 내부 단속용으로 읽혀진다. 즉 비핵화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결단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北 ‘영변 핵시설 + 알파’가 핵, ICBM 반출 또는 IAEA 사찰단 방북 등이 거론돼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주목해야 할 지점은 3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에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는가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상응조치로 내놓을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조치, 세 번째가 대북제재 완화 수준이다.

이는 6.12 1차 북미정상회담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추진 ▲평화체제 보장 ▲6.25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의 합의 중 앞선 3가지 사항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의 문제다. 이들 3가지 사안은 서로 맞물려 있지만 기본 축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여부다.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는 이에 연동돼 있다. ‘북한의 선행적 조치’ 주장이나 ‘유인 내지 견인책의 일환으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상응조치를 전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내놓을 조치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이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북도 거론되고 있다.

ICBM에 대한 북한의 조치가 가시화되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앤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용한 정치적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또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수용한다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실질적인 검증절차에 돌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내 비판여론을 약화시킬 수 있다.

IAEA 사찰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그것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과 28일 하노이로 향해 김정은 위원장과 두 번째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말을 흐린 바 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으로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에 대한 수위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 그리고 대북제재 완화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신문이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로 표현한 북한의 비핵화 추가조치의 수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카드’ 여부도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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