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황교안 전 총리가 당 안팎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우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데다 당 대표 선거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체 선거인단 중 70%를 차지하는 당원·대의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이 유력하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2, 3위가 누가 될지에 더 관심을 가질 정도다.

황 전 총리가 당권 주자로서 유력하게 떠오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수진영 내 유력한 대권·당권 주자로 떠올랐다.

또한 탄핵에 대한 절차적 문제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친 박근혜 지지층을 결집해 영남에 몰려있는 당원들로부터 크게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지만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선거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곳은 민주당이다. ‘황교안 때리기’를 할수록 친박 성향의 표는 더 결집되는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적 황교안 때리기’는 황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와 궤를 같이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대권 주자로 부상했을 때, 한국당에 입당했을 때, 당권 도전에 나섰을 때, 나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부정했을 때, 심지어 5.18 망언이 터졌을 때조차 황 전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압박했다.

당내 중진급인 우상호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보수 지지층 내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자 “가령 이승만 대통령이 실각했는데 이기붕이 정치를 하겠다, 다음 대선에 나오겠다, 이러면 누가 그걸 받겠나”라고 비판했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자 차기 원내대표를 출마를 준비 중인 김태년 전 정책위의장은 “도로 친박 당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선거에 나서자, 박주민 최고위원은 “출마선언문을 쓸 게 아니라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5.18 망언이 나왔을 때 박광온 최고위원은 황 전 총리를 겨냥해 “국무총리 시절 ‘우리는 5·18 정신을 밑거름으로 민주주의 꽃피우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발전에 힘써왔다’고 말했는데 진심인지 아닌지 밝혀라”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친문 강경파인 4선의 최재성 의원은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전 총리가 당선은 될 건데 정치적 스텐스가 해명이 안 되는 굉장히 기기묘묘한 존재”라며 “한국당이 분열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황 전 총리에 대한 공세의 절정은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밝히면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후 황 전 총리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점을 들어 “이제 와서 탄핵이 잘못됐다는 건 자기부정이고 민주주의 수호한 국민 모독”이라고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민 최고는 “국민 무시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박광온 최고는 “제1야당 대표 후보로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와 중진급 의원들이 돌아가며 반복적으로 황 전 총리를 공격하는 데는 한국당 분열책이기도 하지만 황 전 총리를 때릴수록 황 전 총리가 당선될 공산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정치 9단’으로 알려진 이해찬 대표의 침묵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이런저런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말이 많던 이 대표다. 하지만 황 전 총리 관련 일절 대응이나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황 전 총리가 이 대표를 겨냥해 ‘오만하다’고 공세를 펼쳐도 무대응이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 대표가 ‘탄핵당한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다는 말이냐’고 했다.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다”며 “자기 당 의원 부동산 투기를 해도 사법 청탁 비리가 터져도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언뜻 보면 황 전 총리가 민주당의 공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다를 전망이다. 민주당이 황 전 총리가 당선되길 바라는 것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에 오를 경우 내년 총선에서 공천탈락이 확실한 비박계가 가만있을 리 없다. 한국당이 재차 분열돼 보수정당이 생길 공산이 높다. 또한 박 전 대통령 시절 마지막 총리였던 황 전 총리가 간판이 될 경우 촛불시위 시즌2도 노려볼 만 하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황교안 때리기에 가세하는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황 전 총리가 돼야 비박계가 뛰쳐나오고 나올 경우 올 수 있는 곳은 바른미래당이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 관련 침묵하던 이 대표는 재차 ‘재집권론’을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황 전 총리를 공격했다. 이 총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그분들한테 대한민국의 장래를 맡길 수 있겠나”라며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이를 기반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황 전 총리가 마냥 민주당 공세를 즐기고 있을 때만은 아닌 셈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시계는 정확히 총선과 대선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황 전 총리가 존재한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고 대권 주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황 전 총리의 탄핵 부정발언과 도발에도 침묵하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치 9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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