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국외영향 정확한 수치로는 나타낼 수 없어
中, 중국 미세먼지가 韓 유입 사실 시인
환경문제에 대해 동북아 포함 국제적 협력 필요

남산에서 본 서울 하늘 <사진=연합뉴스 제공>
▲ 남산에서 본 서울 하늘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이지혜 인턴기자] 수도권에서는 6일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오늘 오전 11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는 180㎍/m³, 초미세먼지는 126㎍/m³이었다. 

6일 10시경,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통해 최근 발생한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으로 대기 정체 등 기상여건 악화와, 국외에서의 초미세먼지 유입을 꼽았다. 

3월 초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대기흐름이 정체됐다. 중국 산둥·요동지역에서 유입된 대기오염물질과 국내 발생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하고 머물면서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 라고 지시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반영하듯, 최근 1주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청원이 2145건이나 된다. 중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라는 건도 다수 보인다. 언론들도 연일 중국발 미세먼지 ‘재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국회차원의 초당적 방중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당도 환경부, 외교부와 얘기해 (중국과의) 공동대처 방법을 빨리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中, 국내 미세먼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6일 오전 11시경 한국 미세먼지 상황.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국을 덮고있다. <사진=어스널스쿨 캡쳐>
▲ 6일 오전 11시경 한국 미세먼지 상황.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국을 덮고있다. <사진=어스널스쿨 캡쳐>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국외영향이 평상시는 30~50%, 고농도시는 60~80%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국외영향에는 중국, 몽골 북한 등이 포함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세먼지의 국외영향 기여도를 분석할 때 모델 관측 이외에 여러 방법을 쓴다. 첫째로 기상학적 분석을 통해 바람의 방향과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논리적으로 연결해 추론한다. 둘째로 성분 분석을 통해 황산염(SO42-) 비중을 알아본다.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 중 황산염은 국외에서 유입되는 황산화물(SOx)에 의해 주로 생성되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온다.  

하지만 시기에 따라서 미세먼지의 국외(중국)영향 기여도 관측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2016년 환경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한·미 대기질 합동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연구는 한국 내 초미세먼지의 52%가 국내, 34%가 중국, 9%가 북한에서 생겨났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 연구는 외부 오염물질 이동이 가장 심한 3~4월이 아닌, 지역 내 광화학적 오염이 집중되는 5~6월에 관측이 진행됐다.

환경과학원도 미세먼지 국내외 기여도는 기상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대기오염의 경우 그 발생원이 국내인지 국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미세먼지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뿐만 아니라, 2차 미세먼지까지 고려하자면 정확한 수치를 내놓기는 힘들다. 

한편 중국 역시 미세먼지로 속앓이를 한 바 있다.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을 위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4년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공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전역 200곳 이상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주요 도시들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년동안 30% 이상 감소했다. 뉴욕타임즈는 이에 대해 “공해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4년 후, 중국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강력한 석탄 규제·자동차 운행금지 등의 정책을 통해, 미세먼지 수치를 지속적으로 낮췄다. 베이징생태환경국은 베이징의 작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7년보다 12.1% 감소한 51㎍/m³ 였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제 정책으로 인한 환경 규제 완화로 인해 미세먼지 수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이 최근 한국 대기오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영향 인정한 中, 국제 협의로 실질적 대책 구축해야

26일 라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관과 양국 간 협력방안 논의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 26일 라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관과 양국 간 협력방안 논의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 환경부는 “서울 미세먼지가 주로 서울에서 나온 것”,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간 미세먼지를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하며 한국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중국은 한국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적극적 대응을 하지는 않아왔다. 앞서 말했듯 ‘월경성 오염물질’의 중국 책임을 정확한 수치로 입증할 자료가 마땅치 않아 한국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중국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부담이었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한·중 환경장관회의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 측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시인했으며, 중국 역시 미세먼지에 대한 인민들의 질타와 부담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미세먼지의 발생 및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유럽(CLRTAP) 및 미국-캐나다의 대기질 협약모델을 바탕으로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1900년대 초부터 수질오염·대기오염에 관해 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노력해왔다. 1950년대 스웨덴은 영국·독일과의 산성비 갈등을 겪다가 1979년 유럽 31개국과 함께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정(CLRTAP)’을 맺고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연구협력을 넘어서 더 실질적인 방안을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현재 한·중은 미세먼지 데이터 교류와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것에 합의했다. 또한 지난 1월 제 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통해 한중 공동 연구 사업 ‘청천 프로젝트’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간 협력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범국가적인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로 받아들여 일본을 포함한 다수의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해결하려는 것도 중요하다. 

한·중·일은 매년 환경장관회의(TEMM)을 갖는다. 환경부는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요약보고서를 제 21차 TEMM이 열리는 11월 이전에 발간하기로 중국과 협의했다. 

작년 10월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자 간 협의체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을 만들었다. 중국·일본·러시아·몽골·북한이 참여한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실질적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오는 5월 서울에 문을 여는 ‘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가 이 역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동북아 미세먼지 등 ‘월경성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그 밖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에 관한 전문 연구들을 수행할 예정이다. 

관련당국은 미세먼지의 국외영향에 대한 정확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국과 실리적인 협력관계를 구축·유지하며, 미세먼지 관련 환경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미세먼지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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