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 당 대표에 올랐다. 입당한지 43일만 이다. 황 신임 당 대표조차 자신의 변화된 직함에 어지러울 수 있 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관료 출신으로 이렇게 단시일에 제 1야당의 수 장에 오른 인물이 과거에 있었을까. 거꾸로 그만큼 한국당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였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역대 당 대표 선거전에서 특히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지는 막강한 자리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난 전당대회였다.

황 신임 당 대표는 당선된 이후 일성으로 혁신과 통합을 강조했고 외연확대를 통한 보수대통합, 나아가 대안정당을 만들어 수권정당으 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구호는 정치인스러운데 설득력은 떨 어진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일단 당직인선이 탕평과는 거리가 멀다. 한선교 의원은 대표적인 친 박이다. 한 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17 대 국회에서 대변인을 지낸 ‘원조 친박’이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 고 치른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이계 의원들이 친박계 의원들을 상대로 벌인 ‘공천 숙청’에 반발해 경기 용인수지에 무소속으 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특히 사무총장은 총선 전에는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의 교체 권한을 갖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당 연직 부위원장으로 공천 실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황 전 대표와 성균관대 선후배지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추경호 의원을 임명했다. 추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황 대표가 국무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최측근’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의 현역 의 원 시절 지역구인 대구 달성이 지역구로 2016년 총선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진박 공천’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들 두 사람은 내년 총선 국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발휘하게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실권을 사실상 친박계 최측근 인사들이 장악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표 만들기’에 친박계 6인방이 존재 하고 당직 인선도 막후에서 좌우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정 치 초년병인 황 대표 입장에서 선거를 도와준 친박계 인사 들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혁신과 통합을 최우선으 로 삼은 그다. 안정을 추구한 당직 인사로 이해해도 통합과 는 거리가 멀다. 당 대표 선거에서 2등을 한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단일성지도체제에서 2등은 할 일 없다’고 한 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또한 황 대표는 5·18 망언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 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인이 말한 혁신의 시작 은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취임 상견례차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 표가 ‘5·18 망언 의원 처벌’을 요구하자 황 대표는 ‘김경수 지사 판결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뜬금포를 날렸다.

상견례 자리에서 덕담 대신 날선 발언을 한 이정미 대표 도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 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대표의 반응도 통합 과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할일이 태산’ 같이 놓인 황 대표 입장에서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당내 친박, 비박, 잔류 파, 탈당파 등 아울러 통합의 물꼬를 터야한다. 합리적 보수 진영에서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 고 있다.

황 대표가 대표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신선한 정치초년생 이라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 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 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또한 허상이다. 왜냐하면 여권 성향 주자들의 총합을 보면 50%대가 넘고 여전히 황 대표 를 비롯해 보수 잠룡군 총합은 30%대로 탄핵전과 다를 바 가 없다. 대선은 일대일 대결이다. 당 대표는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 첫 단추다. 첫 단추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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