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향후 다른 대형가맹점과 협상 걱정”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카드 수수료율 인상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카드 수수료율 인상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현대자동차와 갈등을 빚어 온 신한·삼성·롯데카드가 결국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측의 갈등이 사실상 카드사의 ‘참패’로 결론 난 셈이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향후 이동통신사 3사 등 여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지난 11일 현대차가 제시한 카드 수수료율 인상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전날 현대차에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즉각 수용하지 않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처음 카드사들에 조정안을 제시했던 당시(3개 카드사와의 가맹계약 해지 전)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부분의 카드사는 지난 1일 현대차의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8%대에서 1.9% 중반대로 0.1∼0.1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주로 대형가맹점에 쓰이는데 이를 중소가맹점과 공동 부담해왔다”며 대형가맹점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내놓은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동결에 가까운 0.01~0.02%포인트 인상으로 맞섰다. 동시에 카드사들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다 지난 8일 1.89% 수준(현행에서 0.05%포인트 인상)의 조정안을 다시 내놨다.

이에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BC카드 등이 조정안을 받아들였고,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지난 10일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서까지 추가 협상을 이어왔다.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으론 금융당국이 우려한 카드수수료 ‘역진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수료 개편 전 30억 원 초과∼50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2.18%이고, 500억 원 초과 대형가맹점은 1.94%였다. 양측 간 격차는 0.24%포인트다. 현대차가 제시한 0.05% 내외의 수수료 인상으론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끝까지 버티던 신한·삼성·롯데카드도 결국 현대차에 백기를 들게 됐다. 현재 3개 카드사는 현대차가 제시했던 1.89%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 인상 조정안을 수용한 상태다.

반면 현대차는 해당 조정안을 재검토 중이다. 만약 현대차가 3개 카드사에 일종의 ‘괘씸죄’ 등을 적용해 조정안(1.89% 수준 인상안)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 인상안을 제시하면 양측의 협상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상 갈등이 현대차에 대한 카드업계의 ‘투항’으로 결론지어지면서, 원래부터 협상력에서 ‘갑’의 위치를 점하던 대형가맹점에 한층 더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대형가맹점과의 관계에서 카드업계는 ‘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에 있었던 현대차와의 카드 수수료율 협상에서도 카드업계는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거의 올리지 못했다. 카드사 노동조합이 연매출 500억 원 초과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을 법령으로 명문화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양측 간 갈등 해소자로 나설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물론 여신전문금융업법 18조3항에는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게 돼 있다.

문제는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라는 문구의 해석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역마진이 발생하는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로 봐왔다. 이 경우 현재 카드업계와 현대차 간 논의 중인 수수료율은 마진이 0에 가까운 수준(카드업계 주장)이라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

지난달 19일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부당하게 낮은 수준에 대해선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카드업계는 이번에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참패’한 일이 향후 여타 대형가맹점과의 카드 수수료율 협상에도 불리한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통 3사와의 협상을 앞둔 지금 현대차와의 협상 결과가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이 아직 남아있는데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의 혜택을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이 많이 누리고 있는 점은 누구나 안다”며 “대형가맹점들은 마케팅 혜택을 본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원칙을 인정하고 수수료 인상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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