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장’ 사진 공유하며 피해자 추측‧동영상 유포 등 2차가해 분위기 저지
악성루머 피해 연예인들, 선처없는 강경한 법적대응 예고
‘피해자’ 아닌 ‘가해자’와 문제의 본질에 관심 갖자는 목소리 커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사진 = 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이지혜 인턴기자]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경고장’의 문구다. 

가수 정준영이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유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2차 가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의 본질에는 무관심한 채 동영상과 피해자의 실체를 쫓아다니는 ‘집단 관음’ 문화를 뿌리뽑자는 취지다. 

지난 11일 정준영의 ‘몰카’ 의혹이 보도된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하루 종일 ‘정준영 동영상’이 자리했다. 

“정준영 동영상 좌표 좀”, “준영아 뿌리고 가라”, “영상 어딨냐 알 권리를 실현해라” 등 피해 사실을 희화화 하고 2차 가해를 조장하는 일부 누리꾼의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어 카톡 내용에 걸그룹 멤버가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미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던 ‘증권가 지라시’ 맨 아래에 특정 걸그룹 멤버들의 실명과 동영상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허위 사실을 이어 붙인 악성 루머가 번졌다. 

이 같은 사태에 카톡 내용을 권익위에 대리 공익신고한 방정현 변호사와 처음 ‘승리 카톡방’을 보도했던 SBS funE 강경윤 기자가 “정준영 동영상 관련 지라시는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루머가 생성된 지 한시간만에 악성 루머 작성자뿐만 아니라 유포자에 대한 초강경대응을 예고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 13일, 하루 만에 상당량의 사례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JYP는 추후 발생한 사례에 대해서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준영 동영상 루머’에 수많은 여성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배우 이청아, 오연서, 문채원, 정유미 등 피해자의 소속사 측은 선처없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무분별한 허위 사실의 확대와 성희롱으로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에 시선이 쏠리는 사회현상을 지적하며 2차 가해를 방지하고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려는 적극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2차 가해 저지 '경고장' <사진 = 서울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제공>
▲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2차 가해 저지 '경고장' <사진 = 서울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제공>


2차가해 “경고장” 이미지 유행... 피해자 특정하는 보도에 항의하기도

SNS 상에서는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의 해시태그와 함께 ‘경고장’ 이미지가 확산됐다. 이 경고장에는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동영상 유포 = 2차 가해”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2차 가해 시 받을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정확히 명시한 경고장도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붉은 글씨로 “유포만 해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가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2차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 국민제보 홈페이지’를 안내했다.

누리꾼들은 단톡방 대화 등에서 피해자를 추측하는 대화나 동영상 유포가 언급될 시 해당 이미지를 보여줄 것을 독려하거나 자신의 개인 SNS에 이미지를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경고장’ 이미지를 처음 만들어 배포한 서울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는 “우리는 누가 피해자인지 질문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폭력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다”고 밝히며 디지털 성범죄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한 누리꾼들은 피해자 신상을 추측할 수 있는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12일, 13일 피해 여성을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한 선정적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지금 스무고개를 해보라는거냐”, “피해자 안 궁금하다”, “‘기레기’도 가해자다”라고 비난했다. 해당 언론사는 다음 날 방송 리포트 및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처음으로 ‘걸그룹’을 언급한 보도에 대해서도 “걸그룹이라고 왜 따로 표기해놔요. 사람들이 그걸로 궁예(추측)하고 피해주는 거 모르나?” 라는 댓글이 큰 공감을 받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해당 기사에 대해 “피해자가 걸그룹인 게 이 기사 내용에 꼭 들어갔어야하는 건가요? 피해자를 왜 특정하나요? 재미있어요? 남자들 또 걸그룹 누구누구다 하면서 피해자 궁예(추측)할 거 뻔히 알면서 이따구로 쓰냐고요” 라며 분노했다. 


정치권 한 목소리로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 주목해 줄 것” 촉구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정치인들도 2차 가해 확산을 멈춰줄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안타깝게도 어제 하루 종일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정준영 동영상’이었다”며 “이 사건에서 집중되고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다. 피해 여성을 검색하는 것을 멈춰달라.”라고 호소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역시 1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제 핵심은 정준영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상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누군지 알려고 하는 것은 우리도 제2, 제3의 정준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궁금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들과 범죄 카르텔의 실체여야 한다”며 “2차 가해를 하며 피해 사실을 유희거리로 소비하는 것 또한 거대한 범죄 게이트를 만든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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