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평화당 오려는 움직임 있다고 밝혀
이언주, 빨간 외투 입으며 한국당에 눈도장
황교안 체제‧친박 실세 한국당엔 당장 가기 힘들어

김관영 원내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등 바른미래당의원들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관영 원내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등 바른미래당의원들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분당할 것이라는 신호가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이 신호가 가장 강하게 감지된 때는 지난 20일에 열린 의원총회가 열린 시점이었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바른미래당의 8명 의원들이 소집을 요구해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그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실제로 당내에서 활동하는 의원 25명 중 24명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열띤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의원총회는 정오를 넘겨 오후 1시 40분까지 장장 4시간 4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합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쏠리고 있는 유 전 대표와 이언주 의원은 의원총회 도중에 회의장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균열이 봉합되지 않고 여전히 내홍이 남아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의원총회가 진행되기 전에도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의원총회 이틀 전 18일 오신환 의원은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패스트트랙을 할 경우) 일부 탈당을 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이 있는 것을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이 무리한 추진으로 또 다른 당내 불안의 씨앗이 되지 않게 해야한다”며 패스트트랙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 ‘국민의당’ 출신 다 떠나도 교섭단체 지위 유지
균열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균열을 더 촉진하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평화당으로 이적하려는 의원들과) 대화를 했다. 그런 의사를 (해당 의원들이) 먼저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평화당으로 오려는 의원들과 “지금도 국회에서 조우를 하게 되면 ‘어떻게 돼가느냐” 하는 정도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의원들이 평화당으로 오려고 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제가 답변하기가 ’거시기‘ 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월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와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21명 중 13명은 비례대표 출신이기에 최대 8명 정도 내에서만 이적 가능성이 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고 최대 8명의 국민의당 출신 의원이 떠나도 바른미래당의 의석수는 21석이 된다. 의원 수가 20명 이상이어야 자격이 부여되는 교섭단체 지위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당을 떠나도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 청록색 정당에서 빨간색 고집하는 이언주, 손학규 향해 “찌질하다”며 내부 총질까지
문제는 몇몇 의원들이 평화당 행으로만 저울질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당으로의 복귀가 점쳐지는 유 전 대표는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지만, 이언주 의원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한국당으로 갈 것 같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나돌았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이전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이 의원이 김 의원의 구역구인 부산 영도 출신이라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이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라고 발언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의원은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 티브이>에 출연해 손 대표의 선거 운동을 두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 너무 절박하게 매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명분이 있을 때 절박하면 국민 마음이 동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이렇게 하면 짜증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의 행보는 이전부터 바른미래당의 결과 같지 않았다. 보수 단체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가 하면, 한국당의 상징색인 빨간 색이 들어간 외투를 즐겨 입었다. 지난 6일 한국당이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이 의원이 빨간 외투를 입고 참석하여 한국당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이 세미나에서 황교안 대표와 반갑게 인사를 했으며, 주호영‧홍일표‧김종석 등 여러 의원과 악수를 했다. 기념촬영 때는 한국당 의원들이 이 의원에게 앞쪽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는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의원의 빨간 옷 사랑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해 여당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 의원은 여당의 항의를 비판하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조용히 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의원들은 어리둥절하며 이 의원을 쳐다봤고 이때도 이 의원의 옷 색깔은 빨간색이었다. 이 의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앞으로도 빨간 옷을 즐겨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당장은 탈당 가능성 적어 보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당장의 탈당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난 20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관영 원내대표와 패스트트랙 관련 입장 차를 보이며 “자기만 내로남불이다”라고 힐난하기도 했지만 탈당설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탈당 얘기를 거론한 분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을 부인했다.

이혜훈 의원 역시 탈당설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제기되는 탈당설과 관련해 “그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바른정당 출신들 8명을 오래 알고 개인적으로 안다. 그런 분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문을 약간 열어두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보수진영이 재편이 있으려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일이다. (전제조건은) 보수개혁이다”라며 “(보수의) 몰락이 시작됐던 시발점은 (2016년) 공천 파동이었다. 권력자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좋은 곳에 꽃고 그 다음에 입맛에 안 맞는 사람은 골라내서 찍어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친박 중심의 공천이 있을 것 같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현재로선 그게 바뀌었다는 그런 징후가 잘 안 보인다”며 현 상태에서 탈당한다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의원의 지적은 현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남 통영‧고성 지역에 황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정점식 후보가 낙점된 것을 두고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

황 대표 체제가 지속되는 현 시점에서는 바른 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복귀하더라도 현재 한국당은 친박이 다시 실권을 잡았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으로 분류됐던 한선교 의원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을 ‘누님’으로 불렀던 윤상현 의원은 얼마 전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친박이 한국당의 당권을 휘어잡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바른미래당에서 탈당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친박이 물러나고  비박이 실세를 거머쥔다면 탈당 가능성의 무게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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