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의미 없다’ 분위기에서 “민심의 경고” 위기감 표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3보궐선거가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극명하게 드러난, 여권이 패배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2곳(경남 창원성산, 경남 통영·고성)과 기초의원 3곳(전북 전주시 라선거구, 경북 문경시 나·라선거구)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가진 당선자는 없었다.

민주당은 당초 경남 창원성산의 경우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정의당 선거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상황이 됐고, 통영·고성의 경우 전통적으로 보수텃밭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2곳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기에는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을 때와 견주면 여권에 대한 상당한 민심 이반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에게 위기감을 주고 있다.

내년 총선을 꼭 1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민심 이반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총선 참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평소 “20년도 짧다”며 내건 ‘20년 집권론’이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민주당 압승한 지방선거와 비교해 확연한 민심 이반 흐름 드러나
  ‘진보정치 1번지’ 창원성산, 여영국 504표 차 ‘가까스로 기사회생’
   민주당 ‘통영시장 고성군수’ 모두 싹쓸이, 이번엔 한국당 승리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이자 PK(부산‧경남) 지역의 ‘진보정치 1번지’로도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개표율 99.98%까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뒤지다 막판 판세를 뒤집으며 504표(0.54%) 차이로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해 6·13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한국당 김태호 후보가 33.84%,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61.3%를 획득했던 곳이다. 창원시장 선거의 경우는 민주당 허성무 후보(54.81%)가 한국당 조진래 후보(23.9%)를 2배 이상 앞서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진보 단일후보였던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51.5%를 획득하면서 40.21%를 얻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0.54%p 차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것이다.

한국당이 선거 막판 ‘축구 경기장 유세 논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회찬 폄하 발언’ 등 자책골을 내고 여 의원이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나섰음에도 신승한 것이다. 민주당으로부터 이반된 민심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영·고성의 경우는 전통적인 보수 강세지역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입후보를 하지 않아 새누리당 이군현 전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된 곳이다.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가 한국당 정점식 후보에게 23.5%p 차로 패한 것에 대해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19대 총선의 2배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것이 성과(홍영표 원내대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모두 차지했었다. 당시 통영에서는 강석주 후보가 1.3%p, 고성에서는 백두현 후보가 12.6%p 차이로 당선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기초단체장을 석권했지만 이번에는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호남의 경우도 전북 전주 완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평화당 최명철 후보가 43.6%를 얻어 30.14%를 얻은 민주당 김영우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56.33%의 득표율로 당선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민주평화당은 선거 결과에 대해 한껏 고무돼 있다.

지방선거 결과와 보궐선거 결과를 단순 비교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던 민심의 흐름이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유추해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내 “바짝 긴장하라는 경고” 목소리 표출
   이해찬 “경제 민생 문제에 전력해야”
   손혜원 “이번 선거 예방주사, 지금부터 정신차려야”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민심의 경고”라는 위기감 표출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현장에서 분위기를 보면 결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과 호소가 많이 있었다”며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동안을 잘 평가하고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어떻게 정부를 운영해야 될지, 당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될 지 평가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해서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경제, 민생 문제에 전력하는 입장을 가져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이 보다 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라고 하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총선을 앞둔 1년 시점에 바짝 긴장하라고 경고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서 긴장하고 또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도당위원장으로서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도부가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해 “어려운 곳인줄 이미 알고 있었다면 후보 좀 일찍 정해주고 더 전략적으로 당에서 전력투구해 줄 수는 없었나”라며 “지난 총선에 후보도 못낸 부끄러운 지역에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또 이렇게 당하다니요”라고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손 의원은 “통영시장, 고성군수 모두 민주당이니 더 안심했나. 단 하나 희망이 있다면 이번 선거를 예방주사로 삼아 심기일전하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정신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중도부동층 민주당 지지 철회 확인”
   “민심 얻는 인사‧정책 만들어가야”

이번 4‧3보궐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장관 후보자 지명에 따른 부실 인사 검증 논란, 특히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포르쉐 승용차 소유에 대해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한 청와대의 부적절한 대응이 민심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은 경제정책, 인사문제 등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면밀한 분석을 통한 변화를 시도하고 개혁 과제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만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폴리뉴스’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식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PK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이 정도 상황이라면 확고한 지지층을 제외하고 중도, 부동층이 민주당의 지지를 상당히 철회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경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에 맞는 인물로 국무총리도 교체해야 한다”며 “중도층의 민심을 얻는 인사를 하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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