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채용비리 여파로 올해는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 한국수출입은행 채용 필기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 한국수출입은행 채용 필기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올해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신규채용 규모를 늘린다. 상반기 공채 규모는 최소 1200명 수준이다. 아직 채용여부 및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산업·하나·국민은행 등이 있어서 실제 채용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금융공기업과 5대 시중은행 중 8곳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했거나 윤곽을 잡았다.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수출입은행, 한국토지공사 등 4개 금융공기업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다.

이들 8곳이 현재까지 밝힌 채용 규모는 1209명 이상이다. 지난해 상반기 1174명보다 소폭 많다. 다만 아직 채용여부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곳이 있어서 실제 채용 인원은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수은·신보·한투공사 등 4곳서 상반기 최소 347명 선발

우선 금융공기업 가운데 채용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영업점 인력 수요가 많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채용인원을 220명으로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보다 50명 많고 하반기보다도 10명 늘은 규모다.

이달 20일 실시되는 필기시험은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은행은 필기 통과자를 대상으로 한 1박 2일 역량면접과 임원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정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상반기 신입 직원 30명을 채용한다. 분야는 경영, 경제, 법, 정보기술(IT), 기술환경 등 5개다. 채용과정 진행은 전문 대행업체가 맡는다.

필기시험은 이달 27일 여의도중학교에서 열린다. 필기를 통과하면 1차 직무역량평가 면접, 2차 조직가치적합도 평가 면접을 치러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채용만 진행했는데 95명을 선발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전체 채용인원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신보는 상반기 채용에서 일반전형 55명 가운데 20명을 비수도권 지역인재로 구분해 채용할 계획이다. 15명을 뽑는 특별전형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5명, 데이터 전문 2명, 리스크관리 4명, 기술평가 및 투자심사 4명 등 전문 인재를 선발한다.

한국투자공사는 상반기 채용에서 27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상반기 11명과 하반기 18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아직 상반기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기관은 지난해 상반기에 일정 인원을 선발한 바 있다. 아직 채용 진행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반면 예금보험공사는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 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채용만 진행한다.

5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 5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신한·우리·농협은행 상반기 최소 860명 채용…국민·하나은행 검토 중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 채용을 이미 완료했다. 채용인원은 460명으로 지난해 320명보다 40명 더 많다.

신한은행은 아직 정확한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소 지난해 상반기(300명)보다는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채용(200명)을 웃도는 200~250명을 상반기에 뽑을 계획이다.

최근 3년간 하반기 채용을 원칙으로 해온 KEB하나은행도 올해는 상반기 채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인원이 미정이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 71명을 뽑았던 KB국민은행은 올해도 일정 인원을 선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채용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선 지난 2018년 은행권의 실적이 좋았던 점, 희망퇴직으로 채용 여력이 생긴 점에 비춰 볼 때 올해 시중은행들의 채용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가 대표적 양질 일자리인 금융권에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은 보수와 재직기간 등 측면에서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기준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공공기관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309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직원(6707만 원)보다 38.8%나 많았다. 또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급여는 대개 9000만~1억 원 수준이다.

한편 올해 시중은행·금융공기업의 상반기 채용 키워드는 ‘블라인드’다. 지난 2017년 불거진 채용 비리 사태의 여파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은 올해 모두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부정 청탁에 따른 채용은 취소 대상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면접에 참여하는 은행도 대다수다. 성별·연령·학교차별은 엄격히 금지하고 신한·우리은행은 고졸자에게도 채용 기회를 주기로 했다. 채용 모범규준에 따라 대부분 필기시험도 치른다.

금융공기업도 공공기관 운영지침을 준수해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 학교명과 학업성적, 사진, 성별, 생년월일 등 정보를 지원서에서 아예 삭제하는 식이다. 또 채용과정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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