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스트트랙 결사 항전...결국 합의한 D데이 25일 넘겨
사개특위, 새벽 2시 개회 성공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정회...한국당·바른정당계 ‘항의’
곳곳에서 몸싸움...의안과 앞에서 2시간 대치 후 새벽 4시 쯤 철수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결국 여야 4당이 당초 합의한 D데이인 25일을 넘겼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6일 새벽 전체회의를 여는 데 성공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40분 만에 정회됐다.
25일 ‘패스트트랙’을 상정하려는 여야 4당과 ‘육탄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26일 새벽 4시까지 국회의사당 곳곳에서 철야 대치를 이어갔다.
새벽 1시부터 의안과 앞에서는 2시간동안 양측의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져 한국당 의원 2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벽 3시 약 10분간 만났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국회 곳곳에서 벌어진 치열한 몸싸움은 새벽 4시 민주당 측이 “더이상의 불상사는 안된다”며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새벽 4시 경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오전 9시 의원총회를 갖고 대책을 세울 것이며, “국회법을 위반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침에 자료를 가지고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4당, 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안 ‘이메일 발의
여야 4당은 25일 오후 10시 40분께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이메일’로 제출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안과 안팎을 모두 점거해 직접 방문이나 팩스 제출이 불가능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법안 제출은 국회의장에게 하는 것이어서 이메일을 보내는 절차로써 충분히 법안 발의의 요건을 갖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당 관계자들이 의안과 컴퓨터 모니터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라 법안이 정상적으로 제출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이 팩스로 제출을 시도했던 공수처 법안의 경우 백혜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표창원 의원 대표발의로 의안정보시스템에 잘못 접수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은 접수조차 되지 못했다.
민주당 “한국당 고발할 것” 경고 VS 황교안 ‘상 중 방문’ “독재타도”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밤 11시 40분 국회 로텐더홀에서 ‘불법폭력 회의방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 집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의 물리력 행사를 강력 규탄했다.
이해찬 대표는“국회선진화법은 국회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여당일 때 만든 법인데 그 법을 스스로 산산히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불법행위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자정을 넘긴 시각 기자들과 만나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한국당 의원들 한 명 한 명을 절대 놓치지 않고 끝까지 다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 9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정개특위 회의를 방해한 민경욱·장제원·정진석·정유섭·윤상현 의원과 사개특위를 방해한 이주영·김태흠·김학용·이장우 의원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국회 내 폭력으로 회의를 방해하는게 얼마나 큰 중죄인지 국민에게 직접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장인상으로 하루종일 빈소를 지켰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6일 0시 30분께 상복차림으로 국회를 찾기도 했다. 그는 점거 농성 중인 당 관계자들을 찾아 일일히 악수하고 격려했으며, 함께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더불어 민주당과 또 2중대, 3중대가 하는 짓을 봐달라”며 “우리는 불법과 싸우고 있다. 반드시 막아내고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고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정 넘겨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장 재진입 시도...설전 이어져
민주당 의원들은 0시 10분께 국회 본청 220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몰려가 다시 개의를 시도했다. 회의장을 봉쇄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일제히 스크럼을 짜고 민주당 의원들을 밀어냈다.
반말과 고성이 난무하고 욕설이 나오기도 하는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양측 보좌진 및 당직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폭력 등 불법행위 채증에도 신경 썼다.
같은 시각 국회 본청 445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나중에 법정에 서서 여러분 행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자 전희경 한국당 의원이 “법치 얘기하려면 민주노총 가서 얘기하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법안을 처리하는게 아니라 상정하려는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결국 회의장 진입에 실패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보좌관들에게 이러고 싶지 않으니 의원들이 앞으로 나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새벽 2시 사개특위 개회 성공...정족수 부족으로 40분만에 ‘정회’
사개특위는 결국 새벽 2시 40분께 국회 본청 6층에 위치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회의를 개의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사개특위는 전날 오후 9시 본청 220호 회의실에서 개의하려고 했으나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로 실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과 대치하던 중 법사위 회의실이 비어있는 틈을 노려 회의를 여는데 성공했으나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 박범계·박주민·백혜련·송기헌·표창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만 참석헸다.
백혜련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가 무법천지였던 적은 처음”이라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동물 국회를 막고자 하는 선진화법은 종일 완전히 무력화 됐다”고 비판했다.
뒤늦게 개회 소식을 알고 달려온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불법적인 회의 개의라며 크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일시와 장소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회의는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서 패스트트랙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가세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공지하지 않고 회의를 여는 것이 어디있느냐”고 따졌다.
이상민 위원장은 “사개특위 위원 모두에게 회의 장소 변경을 공지하지 않은 것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또한 법안이 의안과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항의에 대해서는 “인편 접수를 한국당이 원천봉쇄하려고 해서 팩스와 이메일을 동봉했다. 법안이 접수됐음을 위원장으로서 선언한다”고 응수했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 이상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은 일단 회의 40여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2시간 동안 의안과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한국당 의원 실신하기도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오전 1시 30분께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공수처)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7층 의안과 사무실로 집결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를 막으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충돌 소식을 듣고 달려온 300여명으로 의안과 앞이 북새통을 이뤘다. 좁은 공간에서 양 측은 멱살을 잡고 싸우고 반말과 고성, 욕설을 내뱉으며 2시간 가까이 치열하게 싸웠다. 이 과정에서 김승희·박덕흠 한국당 의원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으며,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목에 기브스를 하고 돌아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몸이 밀려 넘어진 뒤 5분 간 일어나지 못했다.
민주당 측은 장도리를 이용해 의안과 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했지만 진입에 실패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3시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찾아와 10분가량 비공개 회담을 했지만 결렬됐다. 나 대표는 “끝까지 법안을 접수하셔야겠다고 한다. 끝까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홍 원내대표는 3시 30분께 의안과 앞 농성 중단을 선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현장에 있던 의원들에게 “오늘 밤새도록 싸우려고 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조금 이성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했다.
그는 “이 국민의 뜻을 영원히 막을 수 없다”며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반드시 패스스트랙을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벽 4시, 결국 ‘밤샘 몸싸움’ 소강...민주당 “불상사 안돼” 철수 결정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오전 4시께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과의 대치를 일시 중단하고 해산한 후 오전 9시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전열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주 격렬한 몸싸움 도중 기진맥진해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고, 상당히 놀라운 부상을 입은 일도 있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이상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가 현장에 있다가 아무래도 여당이니까 어떤 사고가 발생할까 결단을 내려 중단시켰다”고 밝히며 “한국당이 공수처를 막기위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사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이메일로 제출해 법안 발의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는 “국회 의안과는 사무실 모니터를 한국당에 점거당해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가 법안을 입력한 시간과 주제를 확인하면 된다”며 “우리가 법안을 입력했는데 한국당이 이를 편취했거나 파괴했다면 공문서 손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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