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산업, 전‧현직 고위 임원 연이어 구속
피해자 지원으로 ‘정상 참작’ 염두 불구 반응 '싸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관련해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관련해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현 기자] 지난해 말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SK케미칼은 물론 판매사인 애경산업도 수사 진척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달 15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고 전 대표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달 1일 박철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부사장)을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14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전반을 총괄했다. 이후 2011년까지 9년간 판매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처럼 회사 전‧현직 고위 임원이 구속되며 수사망이 확대되자 애경산업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향후 수사과정에서나 재판 시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애경산업은 지난달 말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 10명에게 ‘피해자 보상 관련 제언의 건’이라는 서면 자료를 보내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지원금 지급 규모는 1인당 약 2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 측은 “가습기 살균제 판매사로서 피해자분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지난해부터 피해와 관련된 사항을 청취했다”며 “검찰 수사와 관계 없는, 조건 없는 지원금”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은 이러한 애경산업의 지원금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서야 구체적인 지원 규모가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피해자 지원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SK케미칼도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메이트’ 단독사용 피해자(1∼2단계) 10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지원을 신청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조덕진(49) 씨가 폐 섬유화로 25일 사망했다. 폐 섬유화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청자(6384명) 중 사망자는 1403명으로 늘었다.

목사인 조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본인 서재에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으며, 2016년 병원으로부터 폐 섬유화를 진단받았다. 

조씨는 정부에 피해 신고를 했지만,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이라고 판정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시기와 발병 시기의 격차가 커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