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큰 고래 작은 고래 함께 노는 동해바다, 이것이 우리 한국의 목표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돌고래를 상상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해수부의 마스코트가 '바다랑'이라는 돌고래였다. 태평양의 돌고래처럼 영리하고 씩씩하고 매력 있는…

"우리는 태평양을 향해, 5대양 6대주를 무대로 뻗어 나가는 영리하고 기민한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
세계화의 시대, 정보지식사회에서 이러한 '돌고래형 국가'를 만들 때에 우리는 21세기에 다른 고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들의 분쟁까지도 중재제어할 수 있는 참된 평화국가로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도 고래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을 '돌고래형 국가'로 만들고 싶어했다. 2005년 11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255명의 신임 사무관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무원 소양교육을 마치고 일선 배치를 기다리고 있던 행정부의 동량들을 향한 주문이었다.

이는 '한반도 3면이 바다'처럼 엄연한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한 가운데 부산이 위치해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1의 항만도시, 동북아 물류허브로서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해양과 대륙의 접촉지대, 여기에서 부산항만공사(BPA)의 역사가 이뤄지고 있다. 항만 관리·운영하는 BPA는 물동량 처리 기준 세계 6위이며 환적화물 처리 세계 2위를 자랑한다. 5차 산업시대 국가 경쟁력은 '물류 경쟁력'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 취임한 부산항만공사 최고경영자 남기찬 사장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 사장은 자율과 책임의식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구현 활동을 통해 시민의 호평을 받고 있다. <폴리뉴스>는 28일 부산시 중구 부산항만공사에서 남기찬 사장을 만났다. 그의 경영철학과 공사의 핵심사업, 부산항만 발전에 관한 전반적 청사진을 나눴다.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 <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 <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에서 '인본 중심의 사회적 가치 구현과 공공의 이익 창출'이라는 키워드로 항해를 시작했다. 우선 경영철학이라 할 수 있는 항해 방향은?

"연관 산업과 협업 및 상생,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사회적 가치 구현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공사의 경영은 시대정신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경영철학이다. 지난해 8월 말 취임 직후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해 사람중심, 혁신성장, 상생협업, 고객존중의 4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9월 '사회적 가치'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사람이 행복한 상생의 부산항, 국민이 신뢰하는 BPA'라는 사회적 가치 구현 목표와 4대 추진전략을 마련하여 시민단체, 터미널 운영사, 배후단지 입주기업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사회적 가치 비전 선포식을 통해 우리공사의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바 있다."

 

해양에 대한 가치… "우리도 고래입니다"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는 시대정신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오거돈 부산시장의 시정철학과는 이어지고 있는지? 또 강단 학자로서의 정체성과 현실 참여의 삶이 잘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는지?

"학자는 시대정신 즉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참여는 우선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행동이다. 또 전문성을 현장에 접목해 전문성을 더욱 높여보자는 목적도 있다. 사장에 취임한 이후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경영방침, 즉 사람중심·혁신성장·상생협업·고객존중에 담아 이를 구현하고 다른 곳으로 확산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첫 부산항에 입항한 크루즈 사파이어 프린세스호. <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 올해 첫 부산항에 입항한 크루즈 사파이어 프린세스호. <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5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한다. 부산항도 이 흐름에 예외일 수는 없는데 부산항의 여건에 맞는 스마트 항만조성과 관련한 계획은?
 
"5차 산업혁명의 항만에 적용 사례를 들라면 단연 '크루즈 사업'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크루즈선 43척, 7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항을 이용했는데, 이는 국내에 입국한 크루즈 관광객 10명 중 7명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셈이다. 

올해 부산과 인천, 제주항을 통한 국내 크루즈 입항은 140항차, 20만명 이상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프린세스 크루즈 34항차를 비롯해 코스타 크루즈 30항차, MSC 8항차, 셀레브리티(Celebrity) 6항차 등이다.

이에 부산항 입항부터 출항까지, 승객에서 선원까지 모두를 위한 시설 운영 및 확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선 국제여객터미널(3선석) 위주로 운영하되, 선석 부족 시 영도터미널 부두를 이용하고 영도크루즈터미널 확충을 위한 실시설계 등을 할 예정이다.

또 중국 시장 편중을 탈피해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시장 다변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환동해 항로 활성화를 통해 일본·러시아 항만당국과 후동으로 항로 개발 및 마케팅 추진,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한 크루즈 및 카페리 항로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또 크루즈 원스톱 종합지원센터 운영을 통한 크루즈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항만, 관광, 교통 등 기관별로 분산된 크루즈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크루즈 오베이션호가 부산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부산항은 지난해 상반기에 크루즈선 43척, 7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항을 이용했다..<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 크루즈 오베이션호가 부산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부산항은 지난해 상반기에 크루즈선 43척, 7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항을 이용했다..<사진 제공=부산항만공사>

 

"항만에도 '낙수효과'라는 게 있다. 지난해 상반기 부산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선용품 수출액은 총 194억원으로 국내 선용품 시장의 96.2%를 차지했고 그중 선박용 유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77.6%)하고, 기타 식료품, 선박부품 등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배가 많이 다니다보면 떨어지는 게 많다(웃음).

국내 크루즈 관광시장은 사드 영향에 따른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감소 등으로 침체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항은 일본, 대만, 극동러시아 등 크루즈 시장을 다변화하고 테마 크루즈, 한·일 다모항 크루즈 등 모항 상품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국내 크루즈 대표 항만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또한 감사한 것은 부산세관이 우리를 돕고 있다. 세관은 부산항 크루즈 관광이 본격화됨에 따라 '크루즈 통관전담팀'을 운용하며 신속한 통관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행자 1명이 대표로 휴대품 신고를 하는 '휴대품 일괄신고제도', 전담 직원 배치, 승객별 터미널 분리 운영, CIQ(세관·출입국·검역) 공간 확장·재배치 등이다. 특히 올해 5월 1일부터는 국내 최초로 크루즈 여행객이 시내 사후면세점에서 물품을 사면 내국세 환급(TAX-REFUND) 시 달러, 엔화, 위안화 등 자국 화폐로 이뤄진다. 또 부산항 크루즈 전용 입국심사장 건물도 현대화돼 이 모든 절차가 여기서 원스톱으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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