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전 대표이사 중앙지검 고발
SPC 계약 조건 못 지키자 발행어음 자금 2000억 원 투입

[폴리뉴스 임지현 기자] 금융소비자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사기, 증거인멸과 은닉,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소원에 따르면 이는 증권선물위원회가 8일 정례회의에 상정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징계안 심사를 지난달 24일에 이어 또 다시 연기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금소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발행어음 불법대출 관련자와) 비호·유착된 모습을 보여 증선위의 향후 어떤 조치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고발로 그 중심에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SK실트론,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다시금 주목되는 가운데 그들의 삼각관계와 현황을 심층 분석한다.

 

▲발행어음, 누구에게 대출했나?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논란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해 8월 한투는 ‘키스아이비제십육차’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1672억 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이 지분에 대해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TRS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5년 만기로 최 회장이 SPC에 일정 금리를 제공하고 해당 지분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분을 최 회장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실질적으로 SPC가 인수한 SK실트론 지분의 권한을 최 회장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한투가 SK실트론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조달한 2000억 원의 발행어음 자금에서 초래됐다. SPC는 지분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2000억 원을 발행했는데 20회에 걸쳐 차환하겠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하자 보증을 선 한투가 발행어음 자금 2000억 원을 여기에 투입했다.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 자금은 개인에게 쓰일 수 없다. SK실트론 지분 인수에 한투의 발행어음 자금이 투입되면서 SPC와 TRS 계약을 맺은 최 회장 개인 용도로 자금이 쓰인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실제로 한투가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계 조치를 내렸지만 한투는 발행어음 자금은 최 회장이 아니라 SPC에 제공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 SK실트론 이용해 개인 재테크?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SK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의 지분을 각각 70.6%, 29.4% 인수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SK그룹은 LG로부터 SK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했고 4월에는 잔여지분 49% 중 KTB PE(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19.6%를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추가 확보했다.

같은 달 최 회장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으로부터 29.4%의 지분을 동일한 방식으로 인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SK㈜가 49%의 잔여지분을 취득할 때 당초 매입가에서 경영권프리미엄이 제외돼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데도 잔여지분을 전부 취득하지 않고 이 중 19.6%만 취득했다”며 “최 회장이 취득한 나머지 29.4%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한 회사 기회 유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당시 국민의당 의원)도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을 매입한 것은 회사가 지분 매입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을 통해 거래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당시 SK그룹과 최태원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중국 등 해외경쟁업체로부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SK실트론이 3, 4년 뒤에 2배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창출해 낼 것이라는 정보를 SK그룹 측으로부터 최 회장이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IB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말 진행된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자회사 이용 재테크 논란 처음 아냐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자회사인 SK C&C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논란에도 휘말린 바 있다.

SK C&C의 주식을 헐값에 인수한 뒤 일감 몰아주기라는 편법적 방법으로 회사를 키워 자신의 재산을 키웠다는 것이다.

당시 유공(현 SK에너지)과 선경건설(현 SK건설)이 액면가 1만 원인 SK C&C의 주식을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 매제에게 주당 400원에 팔았다.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008년 7월 SK C&C 주식의 희망공모가는 11만~13만 원(액면분할로 액면가는 500원)으로 치솟았다. 2억 8000만 원에 SK C&C 지분을 매입한 최 회장은 지분 44.5%(890만 주)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고 4000배 오른 1조2000억 원의 상장 차액을 얻었다.

그러나 2016년 3월 SK계열사들이 SK C&C에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한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SK텔레콤·SK건설 등 7곳이 “부당지원으로 인한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증선위, 징계안 심사 또 보류... 금감원, 금융위 기싸움?
증권선물위원들은 8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징계안이 상정된 정례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는 6시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도 끝나지 않았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알려진 한투 징계안 관련 회의 결과는 또 ‘보류’였다. 처음 심사 연기 결정이 난 지난달 24일과 같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자료 요청’이 그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증선위가 사건의 위법성 자체를 다시 따져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와 금감원과 금융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투의 발행어음 대출거래를 불법으로 판단한 금감원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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