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분할안 주총 승인, 지주사 본사 서울로 이동 결정 
송철호 시장 삭발 단행...“돌아오라고 요구할 것”
여야 정치권 “현대重, 울산 향토기업...울산에 존치해야”

송철호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시민 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송철호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시민 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현대중공업이 31일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안을 승인함으로써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이 한국조선해양으로 바뀌고 본사가 서울로 옮겨진다.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를 주장했던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울산을 넘어 부산·경남 지역경제와도 연결된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관련 문제는 ‘김해신공항’ 문제와 더불어 ‘PK 민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문제해결에 총력전을 벌여왔다. 특히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단행하며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정갑윤(중구)·이채익(남구갑)·박맹우(남구을)·김종훈(동구)·이상헌(북구)·강길부 의원(울주군)등 지역 국회의원들도 투쟁현장과 긴급간담회에 나타나 현대중공업 본사의 울산 존치를 촉구해왔다. 

청와대, 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 본사, 중앙당을 넘나들며 노력했지만 주주총회의 승인을 막지 못한 정치권은 허탈한 표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본사를 울산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일 전망이다.

송 시장은 “주총에서 한국해양조선 등기부 등본 변경사항을 결의하면 간단히 끝날 수 도 있지만, 다시 간단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사를 옮긴다면 다시 돌아오도록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왼쪽)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이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생기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송철호 울산시장(왼쪽)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이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생기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철호 시장, 삭발 단행 “울산시민, 현대重 보내지 않을 권리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 계동 사옥에 위치할 방침이 정해지면서 울산은 발칵 뒤집혔다. 현대중공업은 46년간 울산에 위치하며 울산의 지역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 29일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시민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황세영 울산시의장과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를 촉구하는 삭발을 단행했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은 그 어느 때보다 울산이 어려운 이때,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삭발에 대해 “한국해양조선 본사 이전과 관련해 합당한 근거를 대면서 많은 유관기관 관계자를 설득했지만,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시민 염원은 너무 크고 명백한데 지금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시민 염원을 대변하는 심정으로 삭발했다”고 설명했다.

송 시장은 “수많은 노동자 희생이 현대중공업 모태”라며 “우리 시민은 현대중공업을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왔고, 청와대, 현대중공업 본사,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하는 등 동분서주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세수 문제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 본사가 이전하면 가장 큰 문제가 법인지방소득세” 라며 “2016년 현대중공업이 650억 원, 미포조선이 100억 원의 지방세를 냈는데 울산공장이 부채 때문에 소득이 없게 된다면 세수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 5개 구·군청 단체장과, 구·군의회도 지난 27일 울산시청에서 확대비상회의를 열어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촉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해있는 동구의 정천석 청장은 “현대중공업은 동구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성장해온 향토기업이자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기업”이라며며 “한국조선해양이야 말로 현대중공업의 진정한 본사이며, 반드시 동구에 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은 지난 30일 오후 울산시 중구 서동로터리에서 현대 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23일 울산시장실에서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를 촉구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울산시장실에서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를 촉구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정치권, ‘현대중공업 본사 울산 존치’ 앞에서 한 목소리

‘현대중공업 본사’문제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모두 “울산 존치”를 압박하고 나섰다.

울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지난 23일 울산시장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와 관련해 중앙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만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도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울산에 남아야 한다”며 “울산경제의 침체시기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따른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서울 설립 논란은 조선산업의 위기극복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울산 시민들을 크게 실망 시키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현대중공업은 울산시와 시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며 “어려운 시기를 겪은 현대중공업이 울산시민의 열망을 잘 헤아려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에 존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전날인 22일 권오갑 현대 부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은 절대 없을 것이며, 그 동안 해왔던 지역발전 역할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정부 여당과 산업은행에서 책임감을 갖고 울산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면 울산지역 연구개발 역량이 감소하고 서비스산업 위축과 산업 인력 유출, 미래 산업의 신성장동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을 떠나 유리한 점보다 남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며 “울산시민들의 열망을 깊이 새겨 현대중공업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한국조선해양 본사 서울 설립은 국가 균형 발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부 무소속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역사가 울산에서 시작했으며, 앞으로 한국조선해양이 가야하는 길도 바다에 있기 때문에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열린 영남권 민주노총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박근태 현대중 노조 지부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열린 영남권 민주노총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박근태 현대중 노조 지부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重 “현대중공업 본사, 여전히 울산”해명...‘난감’

현대중공업 측은 “한국조선해양이 신설돼도 사업장이나 본사 이전 계획이 전혀 없이 현대중공업 본사는 여전히 울산”이라고 해명하면서도 “현대 중공업은 “효율적 경영관리를 위해 한국해양조선의 본사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에서 물적분할(분리·신설된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 안건을 상정했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6월 3일 중간지주사이자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과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진다.

이들은 대(對)시민 유인물 등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되더라도 울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원은 전체 임직원 가운데 약 50여명에 불과해 인력이 줄지 않고, 지방세(2018년 302억 원) 감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회사의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일감과 고용이 동시에 늘어 지역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역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현대중공업이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온 이면에는 울산시민 근로자들의 땀과 열정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명실상부한 울산 향토기업이기에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껍데기’만 남을 뿐 ‘알짜배기’는 서울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핵심 인력 및 사업이 서울로 빠져나가면 울산은 하청생산기지로 전락 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에 납부하는 법인세와 지방세는 연간 5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회사가 분할되고 지주사가 서울로 이동하면 세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설되는 현대중공업이 기존 부채의 97%(약 7조 500억원)을 승계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또한 구조조정 등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 및 고용형태의 악화, 인력 유출, 기업 투자 위축, 지역경제 침체 등도 예상되고 있다.

울산 여론은 울산 동구에서만 내리 5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녹록치 않아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