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물컵갑질 사태 이후 14개월 만에 경영복귀
경영갈등 표면적 마무리 …비판 여론 형성은 부담

조현민 한진칼 전무<사진=연합뉴스>
▲ 조현민 한진칼 전무<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물컵갑질’ 사태로 물의를 일으키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불과 14개월 만에 한진그룹에 복귀했다. KCGI의 거세지는 경영권 공세에 총수 일가가 서둘러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른 복귀’라는 비판 여론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전 전무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받고 전날부터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룹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았다.

한진그룹 측은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 형제 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며 “한진그룹에서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사회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는 지난해 4월 물컵갑질 사태 이후 14개월 만이다. 해당 사건은 검찰 수사를 거쳐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룹 측은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제기되던 한진가 경영갈등설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인 없이는 인사발령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대한항공 브리핑에서 “(상속문제와 관련) 가족들과도 지금 많이 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내부 갈등이 곧 해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조현민 전무의 이른 복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회장과의 ‘거래’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내년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계속해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5.98%로 2대주주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17.84%)을 중심으로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무(2.30%) 등 총 28.95%다. 삼남매의 지분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은 별도의 유언장이 없다면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라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삼남매에게 각각 1.5대 1대 1대 1 비율로 나눠진다. 분할로 상속받을 경우 조원태 회장 지분은 보유 지분과 상속 지분을 합쳐도 6.3%밖에 되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조현민 전무가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남기고 계열사 경영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과 함께 관세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조현민 전무의 복귀로 미루어 볼 때 처벌을 피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조현민 전무의 복귀로 한진가 경영갈등이 표면적으로 마무리 된 것처럼 보이지만,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조현민 전무와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현재 총수 일가와 관련한 일부 재판도 진행 중이다.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는 “어떠한 반성도 없이 경영복귀는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직원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조현민씨가 던진 물컵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와 미래 가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면서 “가족 일가가 벌인 수 없이 많은 갑질의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무혐의지만 그 어떤 반성이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 한번 한 적 없는 그들이 한진칼이라는 지주회사의 경엉진이 된다는 것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을 주장하던 그들의 민낯이 여실이 들어나는 행태”라며 “조원태 회장의 취임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복귀는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다시 자신들의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KCGI는 ‘조양호 전 회장 퇴직금 지급 과정 관련 소송’과 ‘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 등으로 계속해서 한진그룹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주주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진가에 대한 비판 여론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GI는 사내외 이사 선임이 일반결의로 규정된 한진칼의 내년 주총에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는 역설적으로 KCGI의 지분 확보 공세를 강화하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라며 “반대로 리더쉽 관점에서 시장의 인정받지 못한 조원태 회장은 28.9%라는 우호 지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를 100% 자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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