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단 파견에 부담 느낀 듯, 17시 판문점 만남 제안...정의용·박지원·서호 가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12일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한 남북 접촉을 제안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한이 조문단 파견 대신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 전달로 예를 갖추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북측은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통지문에서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6월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측은 통지문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에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여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전날(11일) 오전 공동연락사무소 회의 때 이희호 여사의 서거 소식이 담긴 부고를 북측에 전달하고, 북한의 조문단 파견을 기대했다. 이 여사가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바 있어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희호 여사 서거에 조문단을 파견이 이른바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조문단 파견 없는 조의문과 조화 전달로 예를 차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으로 북미협상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상황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북한의 ‘선제조치’ 양보문제가 의제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1주년을 맞아 친서를 전달하면서도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6월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4차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도 조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조문단이 방남하더라도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도 고려에 둔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을 대신해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날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 물밑 대화를 이끄는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것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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