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희 금소원 원장,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당국 문제 지적

조남희 금융소비자 원장이 11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폴리뉴스 임재현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조남희 금융소비자 원장이 11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폴리뉴스 임재현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임지현 기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11일 “금융산업에는 진영논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소비자원 사무실에서 폴리뉴스와 가진 ‘폴리경제인터뷰’에서 국내 금융당국 전반의 문제점을 짚었다. 특히 국내 시민단체들이 금융문제에 접근할 때 정치성향에 휘둘리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금융업무를 하는데 무슨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느냐”며 “이건 돈에 관한 것이고 오로지 국가경제나 개인에게 발전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돈에 관한 것을 다루는 분야에서 다른 사회분야처럼 움직이다 보니 많은 기관들이 이런 것에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정권이 진보정권이라 참여연대 등이 다 그쪽으로 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었던 여신금융협회장 모피아 인선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 전문가들이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도 관료 중심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개선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것들이 그대로 고착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어 결국 금융위 고위관료 출신이 협회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도 향후 발전방향의 관점에서 업계 전문가인 민간인들이 해야 한다고 가슴으로 생각했지만 금융관료의 보이지 않는 지배가 있는 환경에서는 현실적으로 관료에게 (협회장직을) 맡기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금융소비자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면.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소비자에 관한 문제를 보다 전문성 있게 다루는 기관이다. 민원이나 금융 피해에 대해서 조언, 해결, 중재하는 업무를 한다. 소비자를 위한 대책, 교육 관련 활동을 하고 있고 금융 전반에 대한 정책도 계속 제안하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활동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있는지.
과거 근저당권 설정비나 CD금리,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 소송 등 대규모 소비자 소송을 진행해 왔다. 동양사태 피해에 대해서도 공동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금융문제 전부에 우리가 관여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이 양재파이시티 사업을 진행할 때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화물터미널 개발과 관련해서 피해액이 4000억 원에 이르렀다. 우리은행에서 1800억 원, 증권회사에서 22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었다. 그것들을 우리가 피해자대책위원회와 해결했다. 이때 어떤 피해 사건보다도 많은 보상을 받았다. 이런 대형 사업에서조차도 보이지 않는 피해 집단들이 많이 나온다. 아파트 수천 세대 입주자들의 중도금 대출이 잘못된 사건 등 우리가 해결한 것들이 많이 있다.

-소송만 총 몇 건 해결했나.
공동 소송만 해서 큰 건은 7~8건 정도다. 일부 개인들만 소송을 하고 대책위원회가 나서서 집단적으로 협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승소 비율은.
법으로 가면 우리가 대부분 진다. 왜냐하면 법은 불균형, (소비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고 사법부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낮기 때문에 1심에서 이기더라도 서울 고등법원에 올라가면 무조건 졌다.

-금융소비자 보호운동에 뛰어든 계기나 취지는.
신한종합경제연구소 근무 시절에 금융관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약관, 관행, 실제 창구에서 벌어지는 일 등이 너무 불합리했다. 소비자 측면의 고려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 금융이라고 하는 것은 미래, 노후 대비 수단인데 사회 전체적으로 무관심, 무지한 것을 보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초에 미국 연수를 갔는데 그 당시 미국에도 소비자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그때 그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런 문제가 20여년 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 사태 등이 미국에서는 80년대 중반에 일어났다. 당시 소비자 보호에 대한 대책들이 미국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었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기관도 세우게 됐다. 우리와 같은 기관이 7~8개 이상 존재하는데 나처럼 금융계 출신이 아니다보니까 정의적 측면에서는 맞는데 실무, 이론, 정책적 차원에서의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옳다 그르다만 따지지 개선 방향에서는 논의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우리가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불법대출 건에 대해 검찰 고발을 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시장은 대부분 투자의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머지 아주 일반적인 부분에도 소비자 보호의 책임성이 상당히 미약하다. 자본시장의 질서를 확립해야 국민 전체적으로 노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한투 사건은 자본시장 불법행위의 전형이다. 자본시장법이라는 최소한의 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조차도 지키지 않으려는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가 상당히 많이 알게, 모르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나 현재 증권가에 한투 발행어음 불법대출 논란과 유사한 사례는.
대부분 이런 사례는 법인과 법인의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다. 기업이 자회사를 갖고 있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 하는 상황 속에서 TRS의 변칙적인 거래가 있어왔는데 자본시장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개인까지도 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이다. 이런 경우가 음성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거액의 자금을 기반으로 담대하게 불법행위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각한 사안이고 이것을 그대로 뒀을 때는 자본시장에서 다른 불법적인 행태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 신설에 대한 금융위원회 방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문제는 왜 중요한가.
특사경 제도는 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에서 시행한다. 감독하는 입장에서 ‘수사’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에는 국세청, 금융위라는 부처에는 금감원이 있다. 금감원은 실무를 감독하고 조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특사경 있어야 한다. 금융위에만 있고 금감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알력은 결국 국회와 청와대가 풀어야 하는데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이 있는가.
금융위는 정책을 입안하고 금감원은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하는 기관이다. 이 양 기관이 업무를 혼용해서 하다보니까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다. 더불어 금융위가 전반을 휘두르다 보니 과거보다 양 기관이 크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만을 담당하고 감독원은 감독과 소비자 보호, 조사 측면에서의 실무적인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위는 3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데 일에 비해서 조직이 비대하다. 정책 기능에 집중하면서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기관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일부 지배구조만 금융위가 갖고 나머지는 금감원이 갖는 통합적 체제도 요구된다.

-정부와 금융업계에 쓴소리를 많이 한다. 정부와 업계의 방해, 회유 또는 알력은 없었는지.
현재 금융당국이 모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금융 당국을 상대로 정책적 비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그런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현재 이런 일을 10년 가까이 했지만 한 번도 양 금융당국에서 나를 공식적으로 불러준 일이 없다. 직접 찾아가면 만나주지만 공식석상에서는 한 번도 인정해 준 적이 없다. 금융위, 금감원에 자리가 400개가 있는데 한 번도 이 자리에 선임되거나 회의에 가본 적도 없다. 개의치는 않지만 금융당국이 광범위한 의견을 과연 수렴하고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과거엔 금융당국이 내가 세미나나 방송에 출연한다고 하면 이런 얘기를 해달라거나 이런 정책을 언급해달라고 전화가 왔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고 하고 내 의도대로 했었다. 

또 이런 사례도 있었다. 모 공기업인데 서류를 조작해서 고객한테 덤터기를 씌웠었다. 우리가 다 적발해 개선토록 했는데 하지 않아서 보도자료를 냈다. 그랬더니 다른 언론사를 통해 우리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서 이 기업을 사기 행위, 문서변조로 고발했다. 이후 공기업 전무가 일주일동안 여기 와서 검찰 고발 취하해달라고 부탁해 들어준 적이 있다. 

-현 금융관련 시민단체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정치성향이 없다. 금융 업무하는데 무슨 정치가 있고 보수가 있는가. 이건 돈에 관한 것이다. 오로지 국가경제나 개인에게 발전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다. 금융산업에는 진영논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와 같은 단체들은 아무래도 진보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것은 돈, 시장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매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돈에 관한 것을 다루는 분야에서 다른 사회분야처럼 움직이다 보니까 많은 기관들이 이런 것에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정권이 진보정권이라 참여연대 등이 다 그쪽으로 가 있다. 보수성향의 단체도 옛날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목소리조차 없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나만 중도에 있다. 

요즘 보수는 정책입안에 대한 활력이 없어 수요가 없고 진보 쪽에서는 자기들끼리 하다보니까 내가 설 자리가 없다. 우리 단체가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특성상 진보 정권에 들어서 내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 진보진영이 수용성이 부족하다.

-여신금융협회 회장 둘러싼 모피아 논란에 대한 견해는.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 전문가들이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도 과거 못지않게 관료 중심이다. 개선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것들이 그대로 고착되는 것이 안타깝다.

협회장 인선의 경우는 업계의 머리와 가슴의 생각이 달랐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보면 업계 전문가인 민간인이 해야 한다고 가슴으로 생각했지만 금융관료의 보이지 않는 지배 하에서는 그 관료에게 맡기는 것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 예상했던 결과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 내정자가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측면은.
과도하게 정부가 개입하는 게 너무 많다. 카드, 여신 전문 업종은 수수료 인하로 인해서 많은 수익 기반이 상실됐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 영업을 할 수 있게 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치 문제 비롯해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 위해 가장 개선해야 할 과제는.
금융은 다른 산업 못지않은 첨단산업이다. 첨단산업임을 인식하고 여기에 맞게 업계의 자율성을 확보시켜 줘서 첨단산업으로서의 국가, 업계의 경쟁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현행 법규 중에서 세계적 추세에 동떨어지는 것은.
금융위가 규제산업에 너무 매어 있다 보니까 모든 것이 규제 중심으로 이뤄진다. 업계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금융산업 내에서 경쟁적인 관계를 더 만들어서 해외에 진출했을 때 더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금소원의 향후 역점 사업 계획이나 포부는. 
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소비자보호 업무이다. 투자자문, 증권업 등이 발전해야 국가적 발전이 있는데 이 분야가 발전도 안 되고 소비자 권리도 많이 침해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산업과 소비자 보호 분야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이차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곳인데 이런 인식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 정책 부분이 실질적 제도를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어 소비자 보호 제도를 정립하는데 앞으로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금융 산업 개입이 너무 일상화돼 있다. 과도한 정책 개입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금융정책 제언도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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