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착국면, 70년 북미 적대를 녹여내며 서로 이해를 깊이 하는 과정”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이루어진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진 상황임에도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해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대화를 통한 평화 실현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평화 프로세스 성과들을 언급한 뒤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 온 노르웨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배운다”며 “첫째,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냥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며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단의 구조적 폭력 평화적 해결이 중요, 이것이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

또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다. 함께 한 역사는 5천 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며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어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에너지경제공동체·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 비전 갖고 있다”

다음으로 문 대통령은 “둘째,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라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동북아협력을 말했다.

이어 “나는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하랄 5세 노르웨이 국왕이 동행했으며, 써라이데 외교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과 스퇴렌 오슬로 대학교 총장 등 대학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슬로 포럼은 노르웨이 외교부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Center for Humanitarian Dialogue, 제네바 소재 NGO) 공동 주최 하에 2003년부터 매년 개최돼 왔다. 참석자들은 주로 분쟁지역 정부대표, 국제기구, 학계・NGO 대표 등이며 주제는 국제분쟁 중재와 평화 정착에 대한 것이다.

오슬로 포럼 과거 연설자는 구테레쉬 UN 사무총장,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당시 현직) 등 국제기구 고위인사 및 정부 수반 등이다. 문 대통령의 오슬로 포럼 연설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대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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