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사태 때 국내 중소기업 절반 망해…피해액 집계도 못 했다”

18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구 위원장에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강민혜 기자>
▲ 18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구 위원장에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강민혜 기자>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키코(KIKO) 사태’ 피해자들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망언을 중단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달 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인 키코 안건을 두고 “(금감원의) 분쟁조정 대상일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최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당초 수출 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으로부터 키코 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속출했다.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 사태를 조사한 결과 공대위와 연락이 닿은 471개 기업 가운데 235개사가 도산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 상품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결했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 키코의 불공정성이 아닌 은행의 불완전 판매 문제에 대해 금감원 법적 권한 범위 내에서 분쟁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상품을 판매인(은행 등)이 상품의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 등을 금융상품 구매인(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의)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 든다”며 키코 사태 안건의 금감원 분조위 상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키코 공대위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최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이유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키코공대위) 공동대표(가운데)가 1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키코공대위) 공동대표(가운데)가 1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공대위 측은 “키코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지시했던 것”이라며 “금감원의 권한을 침해하고, 최 위원장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이르면 이달 말 불완전판매 여부와 피해기업들에 대한 보상 비율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조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서 은행들의 수용 의무도 없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키코로 인한 피해액을 공식 집계해본 적이 없다”며 “키코 사태 때 우리나라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망했는데 당국을 비롯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키코와 같은 불법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드물다”고 짚으며 “일본도 기업 피해액 일부를 은행에게 보상하라고 했고, 사기죄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는데 한국만 은행이 아무런 죄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키코와 유사한 ‘쿠폰 스와프’ 상품 분쟁을 은행협회 소속 분쟁조정기관을 통해 처리했다. 공개된 사례에선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은행의 보상비율을 20% 선에서 결정한 바 있다.

또 비슷한 사례로 독일에선 은행이 100% 책임을 지라는 판결이 나왔고, 인도에선 키코와 유사한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 최고 수준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토대로 공대위 측은 “은행의 키코 판매를 사기로 규정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키코는 사기사건인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입장을 오락가락 바꿔가며) 키코 피해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키코 사태를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과 지난 2013년 키코 대법원 판결이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한편 공대위는 금감원 분쟁조정 4개사와 함께 배상 수령금 일부를 출연해 ‘키코 사건을 비롯한 금융피해기업을 위한 지원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키코 피해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동양사태 등 금융피해자들의 지원 공익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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