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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사람]우리 총구에 꽃이 피는 날은 언제 오는가?

평화를 구원(救援)하려는 ‘작은 인간’의 투쟁과 그 초상
장편소설 『총구에 핀 꽃』, 이대환 작가와 만나다

베트남전쟁에서 총구에 꽃을 피운 한국전쟁의 고아

‘1‧4후퇴 때/휴전 직전 그때/다섯 살 아이/엄마 없는 그 아이 보았지//너무나 일찍 동서남북을 알아버린/그 아이 보았지//약 없이/아문 상처의 그 아이/몇날 며칠/씻지 않아도/눈동자 똑바로 원한 맺힌 그 아이 보았지.’

고은(高銀) 시인의 「다섯 살」 앞부분이다. 이대환 작가의 장편소설 『총구에 핀 꽃』 4장 첫머리에 그 전문이 놓여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6‧25전쟁이 만든 고아 손진호다. 노시인의 기억에 박힌 ‘다섯 살 아이’일지 모르는 손진호는 미국에 입양돼 히피청년을 거치며 미군 윌리엄 일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 1967년 봄날 일본으로 휴가 나와 주일쿠바대사관에 망명한다.

‘죽느냐 사느냐’가 햄릿의 문제였다면 ‘죽이느냐 살아남느냐’는 자기 실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예리하게 세우고 죽이는 의무를 스스로 벗어던진 윌리엄 일병의 앞길을 그러나 일본정부가 막아버린다. 주일미군지위협정을 준수해야하니 대사관 대문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체포해 미군 헌병대에 넘겨야 했던 것이다. 기약 없는 유폐의 시공(時空)을 박차고 나온 그가 일본시민단체 베헤이렌(베트남에 평화를! 시민연합)의 손을 잡고 쿠릴열도 바로 앞 홋카이도 최북단 네무로에서 소련 땅으로 탈출한 때는 1968년 봄날이었다. 그리고 달포 뒤, 모스크바 북한대사관의 평양행 강권을 슬기롭게 물리치고 드디어 자유의 ‘작은 인간’으로 스웨덴에 정착한다.

왜 손진호(윌리엄 일병)는 자신의 총구를 꽃으로 막아버렸을까? 『총구에 핀 꽃』에서 다음의 두 장면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우람한 나무 밑 맨땅에 한 인간이 비스듬히 엎드린 자세로 널브러져 있었다. 아직은 따끈할 인간의 옆구리를 분대장이 군홧발로 떠밀어 뒤집었다. 피로 버무린 흙덩이가 들러붙은 얼굴이었다. … 시체 위에 불현듯 다른 여자가 겹쳐졌다. 누군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어도 앞가슴이 시체와 같은 핏빛이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어린 시절에 피란길의 어느 대낮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어머니의 앞가슴이었다. 포탄 파편이 목에 박혔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는, 흥건히 피에 젖은 가슴으로만 남은 어머니. 그는 진저리쳤다.>(88쪽)

<하얀 그 꽃을 윌리엄 일병은 이른 아침에 팬텀들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중대기지 전방의 정글을 수색하는 중에 발견했다. 파편을 맞고 뇌수가 삐져나온 시체, 그 무참히 파괴된 머리를 기도하듯 내려다보고 있던 꽃이었다.>(147쪽)

손진호는 ‘하얀 그 꽃’을 꺾어 밤새 불을 뿜었던 자신의 M16 총구에 꽂는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지만 그것은 평화의 꽃을 피운 것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총구에 핀 꽃』이다. 소설에는 그의 그런 모습이 전선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시사주간지 표지를 장식한 것으로 그려져 있다. 어쩌면 그 꽃은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는’ 생모(生母)의 환생이 아니었을까. 가족 내력이 암시해준다.

손진호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홋카이도 탄광으로 강제징용을 끌려 나가 생사불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950년 이른봄에는 할머니와 젖먹이 여동생이 기침병으로 죽고, 6‧25전쟁 발발 직후엔 경찰인 아버지가 대구 근처 전투에 불려간 뒤 소식두절 되고, 어머니는 영덕에서 포항으로 피란 오는 길에 포탄 파편을 맞아 즉사한다. 졸지에 고아로 전락한 아이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수녀의 지갑을 날치기하다 붙잡혀 그 손을 잡고 ‘흰 수염 푸른 눈 신부’가 일궈나가는 ‘송정원’(수녀원과 고아원, 포항제철이 들어설 때 철거 이주)에 들고….

이 파란만장한 전쟁고아가 2018년 오뉴월에 어느덧 73세 노인이 되어 30세 넘은 혼혈 외아들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다시 일본, 한국을 방문해 까마득한 옛날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이름의 스웨덴 여권을 소지한 손진호는 서울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한 외아들의 안내를 받아 전쟁고아로 떠돌았던 포항에도 찾아와 자신의 고독하고 고달프고 위험했던 젊은 날의 역정에 대해 “고향을 상실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아니라, 상실한 고향을 찾아 기나긴 여행을 수행한” 것이라며 “자신의 고향은 평화”였으니 “평화에 의한, 평화를 위한, 평화의 여행”(316-317쪽)이었다고 토로한다. 송정원 시절에 ‘아버지’라 불렀던 ‘흰 수염 푸른 눈 신부’의 묘소 앞에서다.

 

염탐과 책략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구한다면 어림없고 어리석다

6‧12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트럼프가 “김정은의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더니 시진핑이 잰걸음으로 평양을 국빈 방문한 데 이어 미중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6‧25전쟁 69주년을 맞는다. 전쟁과 평화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때, 장편소설『총구에 핀 꽃』을 정독한 기자는 그 작가와 만나 소설 대단원의 어느 페이지부터 펼쳤다. 요나스 요나손(73세 손진호)이 1950년 여름에 아무렇게나 어머니를 묻었던 도로변 언덕 자리를 더듬더듬 찾아보려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그 미망을 포기하고 조그만 식당의 평상에 외아들(소설의 ‘나’)과 마주앉아 칼국수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아버지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서독과 동독의 경우하고는 많이 다르지. 무엇보다도 고르바초프가 없어. 남한과 북한의 경우에는 고르바초프의 영혼이 없고 평화가 없어. 그 귀중한 핵심이 없는 대신에 패권과 장사의 투키디데스 함정은 있잖아?”

패권국가 미국과 신흥강국 중국,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결이 한반도의 운명에 끼칠 악영향을 아버지는 깊이 염려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한반도에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동전의 양면관계였어. 동전의 양면관계란 간발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선후의 관계가 아니라 동시의 관계지. … 지금은 남과 북이, 남과 북의 두 지도력이 똑같이 진심이라서 신뢰관계가 진정으로 돈독하다면, 염탐과 책략이 아니라 용기와 결단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거의 동시에 불러올 수 있겠지. 그것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을 나침반 역할도 해줄 것이고.”

아버지가 말을 흐렸다. 언뜻 새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고개를 젖혀 느티나무를 우러러보았다. 무슨 즐거운 일이 벌어졌는지 막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새 소리는 빽빽이 허공을 가린 잎들 사이로 햇빛처럼 새어나오고 있었다.

“문재인과 김정은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들었던 그 새 소리 같구나.”

“예.”

나는 짠했다.>(326쪽)

『총구에 핀 꽃』에는 ‘새 소리’가 미국 입양을 떠날 어린 주인공이 어느 밤에 송정원 운동장에서 송정분교의 짝꿍 송기수와 함께 들었던 ‘수녀님들의 다듬이질 소리’와 연결돼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다듬이질 소리를 손진호는 성모 마리아의 자장가처럼 기억하고 있으니까, 전쟁의 운명을 타고났으나 청년시절에 자기 결단으로 그것을 벗어던진 그 ‘작은 인간’의 영혼에는 마르지 않는 평화의 샘 같은 음악이지요.”

지난 23일 서울에서 이대환 작가를 만나 신간 발간의 의의와 평화에 대한 그 믿음의 일단을 들여다 봤다.

모처럼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거대담론이 아니어도 엽기적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을 후비고 쑤시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손진호가 간직한 ‘수녀님들의 다듬이질 소리’ 같은 평화의 샘을 가슴 어딘가에 보듬게 되기를 빌어보는 ‘참으로 순진한 상념’에도 젖어들게 만든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순진한 상념이지(웃음). 엽기적 사건이라, 이건 태평성대였다는 저 요순시대에도 있었잖아요? 순(舜)의 아버지가 순의 이복동생과 짜고 순을 죽이려고 우물 속에 파묻기도 하고 지붕 위에 올려둔 채 불도 질렀다니, 정말 엽기적 패륜인데, 순은 임금이 되고 나서 그들을 잘 돌봐줬다고 하잖아요? 이 사건을 작가가 소설로 바꾸자면 순임금과 그 애비를 하나의 동일인물로 다루는 게 맞을 겁니다. 시기지심의 간악과 측은지심의 애린을 동시에 지닌, 하나의 얼굴에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원형적 어떤 진실을 형상화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개인, 작은 인간의 영혼이 소중합니다. 세계평화, 인류평화, 민족평화, 이 거대담론 앞에서도 평화의 고향은 ‘작은 인간’의 영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네요. 트럼프도 시진핑도, 문재인도 김정은도 자연이나 신이나 그 앞에서는 한낱 ‘작은 인간’에 불과한데, 먼저 그들의 영혼에 부디 평화가 박혀 있기를 빌어봐야지요. 왜냐면, 그것이 현재 거머쥐고 있는 거대권력을 파괴의 괴물로 둔갑시키는 것을 막아줄, 비록 허술하긴 해도 일차적 방어막이니까요.(웃음)

소설에서 요나스 요나손(손진호)이 지적하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남과 북의 두 지도력이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진심과 상호 돈독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작가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순진하게 들릴 테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새로 쓰려는 담대한 평화적 변혁에 대해 염탐이나 책략으로 성공하겠다고 덤벼든다면 그건 어리석고도 어림없는 수작이지요. 서울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평양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는데, 염탐과 책략은 무성하고 두 정상의 신뢰관계는 허약한 게 아닌가, 백두산 천지에서 사진 찍었으면 뭣하나, 이런 염려와 실망이 돋아나려 해요.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말했다는 그 ‘인내심’에서 내가 부족한 건지, 허허 참. 시진핑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할 말은 다 했다는 배짱으로 물 먹이는 것도 같은데, 그러나 역사의 시간은 개혁개방이라는 대하(大河)의 편이고, 그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배들이 들어가는 길이지요. 분단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책무를 떠나서 부국강병을 평화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앞세우고(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앞날의 한국 대통령도 류성룡의 ‘징비록’을 머리맡에 두고 자강 교훈을 잊지 않는 기본책무를 헌법수호처럼 지켜야지요), 남과 북이 ‘배짱 대결’로 나가기로 한다면야 오늘의 상황에서는 역사의 시간이 남한의 편인데, 그러나 부질없는 대립과 대결로 민족의 행복과 평화와 역량을 낭비하는 시간들을 이제부터는 줄여나가야지요.

 ‘작가 후기’를 보면, 이 소설을 써야겠다는 자극을 처음 줬던 사람이 베트남전쟁 기간에 일본에서 베헤이렌을 이끌었던 오다 마코토 선생이라고 밝히셨더군요. 오다 선생은 유신체제 시절에 사형선고를 당했던 김지하 시인을 구명하려는 국제적 지식인연대도 조직했던 작가라고요?

그렇지요. 후기에 써놓은 그대롭니다.                                                                                           

그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오다 선생과 몇 차례 만난 때는 21세기 벽두의 서너 해 동안이었다. 오다 선생은 늙어갔으나 건강했다. 일본 고베의 자택에서 낮술을 함께 마시고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한국 포항에서 해후한 오다 선생이 김진수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청한 가슴에는 ‘청년 김진수’의 나이테들이 쓰라림으로 응어리졌다.> 그러니까 ‘김진수’가 작가의 가슴에 응어리로 맺혔고, 작가는 ‘김진수’를 모델로 ‘손진호’라는 새 인물을 창조하면서 오래 묵은 응어리를 풀었던 거로군요?

<김진수 한국계 미군 주일쿠바대사관 망명사건: 1967-68>이라는 비밀해제 외교문서가 실재합니다. 그러나 사실들만으로는 시대적 진실을 형상화할 수 없어요. 여러 사실들이 모이고 겹쳐져 은폐된 진실의 실루엣이라도 드러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실이 여러 사실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관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작가는 허구라는 특권을 활용해 진실의 실체를 추적하고 체포하려 들지요. 흔히들 누군가 거짓말을 꾸며대면 “그건 완전히 소설이다. 소설 쓰지 말라”고 소리치는데, 내 귀에는 아주 기분 나쁘게 들려요. 왜 소설이란 말을 아무데나 함부로 찍어 붙이나, 이거지. 소설의 허구는 진실을 담아내기 위한 도구인데, 그런 항변은 허구(소설)와 진실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거잖아요?

 

이 부분에서 작가도 웃고 기자도 웃었다. 『총구에 핀 꽃』에는 허구(소설)와 진실의 관계가 나온다. 아버지(손진호)의 삶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는 외아들(‘나’)의 말을 통해서다.

<“허구란 작가가 자유자재 변형할 수 있는 그릇이고, 그 그릇이 최후로 담아내야 하는 실체는 어떤 사실들의 배후를 관장하는 진실과 그 진실의 핵을 이루는 인간의 문제입니다.”>(18쪽)

실존의 인물인 김진수에겐 송기수라는 어린 시절의 단짝이 없었던 거지요?

송기수는 허구의 인물인 손진호의 단짝이고 역시 허구의 인물이지요.

소설의 송기수는 미국 입양 가는 손진호에게 노고지리(종달새)를 잡아줬던 단짝이고, 노고지리는 소설에서 스스로 자유를 찾는 상징으로 등장하고, 미군 손진호가 베트남 전쟁에서 천재일우처럼 맹호부대의 송기수와 한 번 조우했을 때도 둘은 노고지리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소설의 라스트 엔딩은 73세 손진호가 국립묘지 ‘육군 병장 송기수’의 자그만 비석 앞에 소주를 바치는데 이때 노고지리 같은 새가 저무는 허공에 솔방울처럼 떠 있고…. 허구와 진실의 관계라는 말을 이해하겠습니다.

노고지리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작은 인간’의 은유나 상징이라고 읽혔던 거군요. 정확히 읽어냈네요.(웃음)

작가 후기에는 먼저 오다 마코토 선생의 영전에 이 소설을 바친다고 돼 있더군요.

오다 선생께서 김진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그때 그 자리에서 언젠가는 소설로 쓰겠다는 약속을 어설프게 걸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니까….

이대환 작가는 지난 5월 11일 『총구에 핀 꽃』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경재 교수(숭실대 국문학과)와 함께 일본 고베의 한적한 바닷가에 세워진 오다 마코토 문학비를 찾아갔다고 했다. 책 한 권과 소주 한 병을 챙겨 들고서.

 

우리 총구에도 꽃은 필 것인가?

베트남전쟁 때 북베트남 정규군으로 사선을 넘나들며 아비규환의 지옥 현장을 숱하게 체험하고 목격했던 바오닌은 전후에 작가가 되어 『전쟁의 슬픔』이라는 명작을 남겼다. 아시아출판사가 기획시리즈로 펴내는 ‘아시아문학선’의 첫 번째 작품(‘아사아문학선’에 한국소설로는 처음 들어간『총구에 핀 꽃』은 제21권)으로 번역 출간돼 있다. 바오닌은 단호히 말한다.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봄과 초여름에 걸쳐 문재인-김정은, 트럼프-김정은이 우리 민족에게 던져놓은 ‘평화’는 일 년을 넘겼으나 여전히 우리 민족끼리는 풀지 못할 화두로 이 시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6‧25전쟁 69주년. 북과 남이, 남과 북이 서로 동족의 심장을 겨누고 있는 한반도의 총구에 꽃이 피는 그날은 마침내 올 것인가? 기어이 데려올 수 있을 것인가? 평화가 파괴되면 보잘 것 없는 파편으로 전락해 버리는 ‘작은 인간’은 평화의 화두를 어찌할 것인가?

이대환 작가는 ‘홍콩 6월’을 말했다.

“홍콩 6월은 더 거시적으로 보면, 현재 중국의 일국양제, 1국가 2체제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지요. 그걸 보면서 한반도의 우리는 ‘남북 2국의 평화체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긴 세월 속에서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일국양제든 일국일제든 통일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어요. 또, 홍콩 6월은 평화의 화두를 풀어줄 실마리도 다시 보여주더군요. 『총구에 핀 꽃』에서 노고지리는 스스로 인간의 손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라고 했지요. 그 노고지리가 ‘작은 인간’의 은유나 상징이라고도 했는데, 홍콩 시민 700만 중에 200만이 평화의 대하를 만들어 시진핑의 ‘범죄인 송환법’을 굴복시켰잖아요? 내가 보기엔 그것이 거대권력에겐 노고지리 한 마리에 불과해 보이는 ‘작은 인간’의 위대한 힘입니다. 한국의 ‘촛불’을 수출한 것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는 홍콩 6월은 ‘작은 인간’을 새삼 각성시켰습니다. 우리의 ‘촛불’에는 무슨 ‘빠’라며 홍위병처럼 설쳐대는 개인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대세는 정치적, 문화적 문맹에 가까운 그들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화를 마치는 기자는 우리의 다탁 위에 『총구에 핀 꽃』에서 불러낸 한 문장을 올려놓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나 거대 폭력이 평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작은 인간의 영혼에 평화가 살고 있다면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257쪽)

 

 

임재현 편집국장

내부고객인 취재기자들과 바른 사회, 부강한 나라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외부고객인 독자들께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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