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터 정비까지 전주기 협력 성공…단수 아닌 복수업체 계약
성윤모 장관 "한국 주도적 역할 확보"…기간연장·참여확대 '숙제'

[연합뉴스] 한국업체들이 '원전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계약 범위나 기간이 애초 기대했던 데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4일 바라카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 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한국과 UAE가 원전 건설부터 설계, 운영, 정비까지 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2017년 초 UAE와 한전KPS 간 수의계약이 결렬되고 경쟁입찰로 바뀌는 어려움 속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UAE와 꾸준한 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계약은 절대 쉽지 않았고 큰 성과"라며 "사실상 한국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한수원은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KPS[051600]와 컨소시엄(팀코리아)을 꾸려 바라카원전 정비사업계약을 '통수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바라카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한수원이 정비 계약을 모두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전체 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일단 기간을 한정했다.

또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 업체가 컨설팅 등 부수적 사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 계약 기간이 줄고 참여업체는 늘면서 단독·일괄수주할 경우 기대했던 것보다 계약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 한국 원전 수출 1호 바라카원전…후속 성과는 '기대 이하'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라카 원전은 APR1400 4기(총 5천600MW)로 구성된다.

바라카 1호기는 2012년 건설을 시작해 지난해 완료됐고, 현재 2, 3, 4호기 건설이 진행 중이다. 바라카원전 준공률은 현재 93% 이상이다.

한국은 2009년 12월 프랑스, 일본 등과 경합한 끝에 바라카 원전 건설 입찰에 성공해 중동 지역 최초의 원전 건설 입찰이자 한국 원전산업 사상 첫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바라카 원전 4개 호기가 만들어내는 전기량은 UAE 발전용량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 2천100만t가량 감축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건설 분야 14만개를 포함해 약 2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수출 효과는 21조원, 후속효과로는 72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바라카원전이 한수원의 APR1400으로 구성되는 만큼 준공 후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등의 업무를 맡는 장기정비계약(LTMA) 또한 한수원이 맡을 것이 유력시됐다.

한수원은 2016년 LTMA와 함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히는 운영지원계약(OSSA)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가 2017년 2월 LTMA의 계약형태를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고 미국의 얼라이드파워, 영국의 두산밥콕 등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5월 UAE원자력공사(ENEC)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데 첫마디가 한전KPS에 정비 계약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약금액은 적긴 하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이후 나와가 계약을 통째로 한 업체에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와 나눠 계약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원전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정부와 업체는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무기로 협상에 임했고, 결국 정비사업계약을 따냈다.

한수원과 나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체결했다.

다만 계약형태는 정비사업을 한 업체에 일임하는 LTMA가 아니라 나와가 주도권을 잡고 복수업체에서 정비서비스를 받는 LTMSA로 바뀌었다.

계약 기간은 5년이지만 추후 합의에 따라 연장하기로 했고, 계약금액은 나와가 발행하는 역무지시서(task order)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애초 목표했던 단독·일괄수주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그래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한수원·KPS 컨소시엄이 얼마나 담당할지는 100% 명확하게 밝힐 순 없으나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외국기업(과의 계약)은 아직 발표가 나온 것이 없고 금액도 굉장히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정비 관련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성과로 내세웠다.'

◇ 정부 원전 정책 공격 거세질 듯…나와 "상관없다"

한국 원전 수출 1호로 주목받던 바라카 원전의 후속 사업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공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원전업계는 정부가 원전 축소 정책을 편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원전 수주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 경쟁국에 공격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원전산업 축소에 따른 전문인력 이탈 우려 등이 UAE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 원정정책과는 별개로 원전 수출에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이번 결정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체코,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세일즈'를 벌였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원전에 관심을 보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나와 역시 "정비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UAE는 바라카원전 사업을 협상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원전 정책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이번에 나와가 밝혔듯 나와의 의사결정은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나와가 바라카 원전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국이 원전 건설을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 계약까지 가져갈 경우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와는 계약방식을 LTMA에서 LTMSA로 변경하면서 "나와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작업 주도권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APR1400 운영 경험을 가진 팀코리아가 정비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팀코리아의 사업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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