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배상비율 주목…분조위 결정 강제력 없어 은행들 수용 안 할 수도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오는 9일, 늦으면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오는 9일, 늦으면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키코(KIKO)’ 사건에 대한 분쟁조정안을 이달 중 낼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과 피해기업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은행권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사건, 피해기업들은 형사상 공소시효(15년)가 남은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오는 9일, 늦으면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직후 키코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 1년 만이다.

당초 윤 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결론 도출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피해기업과 은행 간 입장차가 워낙 커 분쟁조정위원회 상정 시기가 미뤄져 왔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총 15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업체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키코 상품 때문에 30억~8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지만 앞서 소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번에 금감원 분쟁조정 대상이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당초 수출 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으로부터 키코 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속출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 상품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직접 피해금액 규모는 최소 10조 원, 2차 피해까지 포함하면 20조 원을 상회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 상품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결했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 키코의 불공정성이 아닌 은행의 불완전 판매 문제에 대해 금감원 법적 권한 범위 내에서 분쟁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상품을 판매인(은행 등)이 상품의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 등을 금융상품 구매인(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상품 위험성을 어떻게 고지했느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4개 기업별로 과실비율이 다르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피해기업이 입은 손실의 20~30%를 은행에 배상시키는 분쟁조정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경우 배상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이 부담할 배상액은 300억~450억 원 수준이 된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우선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본 후에 조정안 수용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배상을 해야 하는지, 비율은 어떤 정도가 적정한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키코 공대위. <사진=강민혜 기자>
▲ 지난 6월 1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키코 공대위. <사진=강민혜 기자>


반면 키코 공대위 측은 피해액의 100%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는 분쟁조정안 도출을 기대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금감원 분쟁 조정 배상 비율이 20~30%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이는 은행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키코 사건은 해외에서는 이미 형사 처벌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키코와 유사한 ‘쿠폰 스와프’ 상품 분쟁을 은행협회 소속 분쟁조정기관을 통해 처리했다. 공개된 사례에선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은행의 보상비율을 20% 선에서 결정한 바 있다.

또 비슷한 사례로 독일에선 은행이 100% 책임을 지라는 판결이 나왔고, 인도에선 키코와 유사한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 최고 수준의 벌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금감원의 분조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서 은행들의 수용 의무도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즉시연금 사태’ 때처럼 은행들이 금감원의 권고에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들은 현재 키코 사태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손해 발생으로부터 10년)가 지난 데다 유사 사례로 분쟁조정을 신청할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키코 공대위는 ‘키코 사태’를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형사상 사기 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이므로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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