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과의 통합, 장‧단점 고려해 신중한 접근 필요
스튜어드십 코드, ‘연금사회주의’ 아닌 자본주의에 충실히 부합
향후 종합복지서비스기관 자리매김 목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폴리뉴스 본사 회의실에서 임재현 편집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이은재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폴리뉴스 본사 회의실에서 임재현 편집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박현 기자]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를 유지, 관리,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무엇보다 국민 복지를 실현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비중을 지니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국가적 중요성이 높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사건에 휘말리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로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며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고, 그로 인한 손실로 국민적 분노가 확대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2017년 1월 당시 문형표 前보건복지부 장관과 기금이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10개월간 수장 공백 상태에서 뒤늦게 김성주 이사장(55)이 2017년 11월 취임했다. “취임 당시 공단이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김 이사장은 체질 개선과 조직 혁신에 방점을 두고 지금까지 1년 8개월간 국민연금공단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러한 배경 아래 김성주 이사장은 지난 5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폴리뉴스 본사 회의실에서 가진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외부 정치‧경제 권력 등의 개입을 배제,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공단의 내부 혁신 및 국민연금제도 운영의 이모저모에 상세히 언급했다.  

기금 운용 관련 “정치‧경제 권력 개입 배제” 천명

김성주 이사장은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주력한 가운데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사상 최초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 연금제도 개선안을 반영, 취임 후 첫 번째 성과를 이뤄냈다.

둘재, 그동안 기금 운용과 관련해 존재했던 외부 정치‧경제 권력의 개입 논란을 거울 삼아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며 독립성의 원칙을 바로 세웠다.

셋째,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금융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공단 자산 수탁 업무를 맡고 있는 세계 1, 2위 수탁은행인 미국 SSBT은행, 뉴욕멜론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부족한 연기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민연금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넷째, 공단 내 비정규직 1231명 전원을 직접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 완료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1월 9일 세계 1위 수탁은행인 미국 SSBT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1월 9일 세계 1위 수탁은행인 미국 SSBT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공무원연금과의 통합, 장‧단점 감안해 신중한 접근 필요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모든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기타 직역 연금은 탄생 배경과 사회경제적 요인 자체가 다르다”며 “미국, 독일, 캐나다 등도 따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공무원연금은 평균 가입기간이 27년으로 더 오래 내고 더 많이 내니까 그만큼 많이 받는 것”이라며 “양 제도를 통합한다면 공무원들에게 지급받는 금액 일부를 국민들에게 나눠주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자본주의 시장경제 부합

최근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김성주 이사장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평가했다. “주주의 권한 행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김 이사장은 “주요 세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장기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으며, 다만 기업 측의 우려를 감안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적용해 가겠다는 점을 주지했다”면서 “정부 개입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전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행사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종합복지서비스기관 자리매김 목표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의 비전과 과제에 대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보장사회를 거쳐 복지국가를 향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이 종합복지서비스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노후소득 보장과 의료 보장을 통해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지만 국제적 위상이 낮은 편인 현재의 국민연금이 글로벌 연기금으로 역할을 펼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방식을 통해 국내 경제, 산업. 기업을 떠받치는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글로벌 측면에서 책임 투자 원칙을 확고히 세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단계별로 실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셋째, “국내에서 국민연금공단이 가장 앞선 경험과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이나 런던에 가면 경쟁력이 떨어짐을 체감한다”는 김 이사장은 “새로운 시장 영역에 정통한 전문가도 없다시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성주 이사장이 지난 4월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제2사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 김성주 이사장이 지난 4월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제2사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다음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②.

Q. 2017년 11월 이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성과를 꼽는다면?

취임 일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연금을 민들겠다”고 선언한 후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국민연금 사상 최초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 연금제도 개선안을 반영해낸 것이 첫 번째 성과다.

둘째, 그동안 기금 운용과 관련해 존재했던 외부 개입 논란, 특히 정치‧경제 권력의 개입 논란을 거울 삼아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에 힘을 기울였다. 즉 ‘국민연금공단이 지닌 돈은 국민의 돈이고, 국민의 노후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기 때문에 어떤 이라도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바로 세웠다. 그 일환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및 회의록 등 전 과정을 공개하는 가운데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셋째, 지난 2017년 국민연금공단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후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금융생태계를 적절히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공단 자산 수탁 업무를 맡고 있는 세계 1, 2위 수탁은행인 미국 SSBT은행, 뉴욕멜론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부족한 연기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민연금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넷째, 공공기관 가운데 선도적, 모범적으로 공단 내 비정규직 1231명 전원에 대해 직접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콜센터 직원까지도 공공기관 최초로 역시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Q.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모든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기타 직역 연금은 탄생 배경과 그 사회경제적 요인 자체가 다르다. 현재 미국, 독일, 캐나다 등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양 제도를 통합하려면 급여율과 보험료율이 일치해야 하는데, 예컨대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은 18%, 국민연금은 9%인 상황에서 통합 시 보험료율을 어디에다 맞춰야 하는지 의문이다.

공무원연금은 평균 가입기간이 27년으로 더 오래 내고 더 많이 내니까 그만큼 많이 받는 것이다. 양 제도를 통합한다면 공무원들에게 지급받는 금액 일부를 국민들에게 나눠주라고 해야 하는가? 서로 다른 기준을 지닌 제도를 무조건 통합하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캐나다 역시 CPP 9.9%를 11.9% 인상하는 연금 개혁을 2016년 단행했지만, 공무원연금과 교사연금은 20% 수준으로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공무원연금개혁법을 무리하게 시행하는 가운데 양 제도의 수령액만 비교하면서 공무원연금이 특혜를 받는 제도인 것처럼 정부 주도로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지금 일각의 통합 주장 밑바탕에는 당시 공무원연금에 대한 인식 오해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월 24일 미국 뉴욕멜론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월 24일 미국 뉴욕멜론은행과 전주사무소 설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Q.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반시장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활동이며, 이를 통한 주주의 권한 행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국내 대기업들의 10% 안팎의 지분을 지닌 1, 2대 주주 위치에 있었음에도 권한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주요 세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장기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그동안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난해 7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으며, 다만 기업 측의 우려를 감안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적용해 가겠다는 점을 주지했다. 정부 개입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전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행사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다. 이사장도 이에는 관여할 수 없다.

특히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행한 의결권 행사에 대해 국민 3분의 2가량이 해당 의결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여론을 나타냈으며, 인터넷상에 수천 개의 ‘좋아요’ 표시와 함께 독립적 의사결정에 대한 긍정 평가 및 이를 지지하는 격려 댓글이 쇄도했다. 이러한 주주권 행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활동이며, 일각의 ‘연금사회주의’ 주장은 가당치 않다.

과거 공단 책임자들을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임명권자의 의중에 상당히 영향받지 않았을까, 또 시장의 힘센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에 자유롭지 못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달라진 정부 아래 권력과 재벌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Q. 향후 국민연금공단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한다면?

첫째, 보장사회를 거쳐 복지국가를 향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종합복지서비스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 기초연금 업무와 장애인 종합조사 및 활동 지원업무도 위탁받고 있다. 보장사회란 국민들이 은퇴 후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세상, 돈이 없어도 아플 때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즉 노후소득 보장과 의료 보장이 잘 된 사회를 말한다. 즉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다.

둘째, 기금 운용 측면에서 현재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국제적 위상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글로벌 연기금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펼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방식을 통해 국내 경제, 산업. 기업을 떠받치는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측면에서 책임 투자 원칙을 확고히 세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임기 내 그러한 목표를 세우고 단계별로 실현해 나갈 방침이다.

셋재, 공단 내 다수 투자 전문가들이 있지만, 새로운 시장 영역에 빨리 진출하거나 적응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그나마 국내에서 국민연금공단이 가장 앞선 경험과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이나 런던에 가면 경쟁력이 떨어짐을 체감한다. 해당 역량 강화가 시급한데도, 국내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는 그저 ‘수익률이 얼마 올랐느냐’, ‘의결권은 어디에 어떻게 행사할 것이냐’ 등 작은 문제에 연연하는 것이 아쉽다. 더욱이 큰 틀에서 거대한 기금이 국내외에서 운용되는 가운데 기금 운용의 철학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관련 전문가도 사실상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공단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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