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천연유래 97.47%’ 등 문구에 소비자들 천연물질로 오인 우려”

[폴리뉴스 박현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자연주의’를 브랜드 컨셉으로 한 치약을 광고하며 사용한 ‘천연유래’ 표현에 대해 소비자가 천연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해당 광고를 중단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고법 제2행정부(전지원 부장판사)는 아모레퍼시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광고업무 정지 처분 취소’ 사건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법적 공방은 지난 2017년부터 비롯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출시한 자연주의 치약 제품 ‘플레시아’의 용기와 포장 면에 ‘천연유래 97.47%, 유자 추출물, 레몬오일 함유, 프랑스산 퓨어솔트 함유’ 등의 문구를 기재해 광고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천연성분, 천연제품, 천연유래 등 용어가 혼동돼 있는데, 실제로 천연제품인지 궁금하다”며 “천연유래가 어떤 의미이며, 치약 전체 함량의 98%가량을 천연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면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2월 해당 아모레퍼시픽 치약 광고를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로 판단, 한 달간 광고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식약처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같은해 11월 패소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아모레퍼시픽 측 변호인단은 “소비자들이 이미 천연유래 원료와 천연 원료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제품의 원재료나 성분에 대해 오인할 우려가 없다”며 “기존 광고물을 전부 폐기하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등 막대한 손해가 예상돼 광고 정지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미 관계 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인 제품의 광고 문구로 인해 국민 생명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식약처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들은 천연유래와 천연물질의 차이를 알기 어렵다”며 “광고를 본 소비자는 치약에 천연물질인 유자와 프랑스산 소금 등이 상당량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실제 치약에 사용된 천연유래 원료는 모래 등을 가열한 뒤 황산 처리해 제조한 덴탈타입실리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천연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화학물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안전을 지키려는 공익은 원고가 그로 인해 입는 경제적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며 “식약처가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사안 전반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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