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서 보암사 시위 개최
‘직접치료’라는 문구의 모호성이 분쟁 시발점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암입원보험금 신의성실 원칙에 의한 약관대로 지급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암입원보험금 신의성실 원칙에 의한 약관대로 지급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임지현 기자] “암환자는 살고싶다.”

1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에서 열린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시위의 키워드 중 하나는 ‘살고싶다’였다.

난치병 환자들의 생에 대한 갈망.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 이야기를 거친 시위현장에서 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위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현장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이었다. 상여를 단장하고 플랜카드를 가슴에 붙이는 등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동시에 여유로웠다. 무려 25차 시위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날 오전 11시 시위가 시작되자 보암모 회원들의 가슴에, 나무 위 플랜카드에 새겨진 문장들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암환자들의 입원비를 약관대로 지급하라.”

“금감원은 암입원보험비 사람 봐가며 차별 지급하는 보험사를 영업정지 시켜라.”

“금감원은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하라.”

시위 내용의 골자는 국내 보험사들에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현재 삼성생명 등은 요양병원 입원을 암치료를 위한 ‘직접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보험 약관에 명시된 직접치료라는 단어에 대한 모호성이 분쟁의 시발점인데 보험사 측은 2008년과 2013년 법원에서 ‘직접치료에 해당하는 입원’을 종양 제거 또는 증식 제거 수술, 방사선치료, 항종양 약물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로 판단한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암사는 “판례는 약관에서 정한 법령이 아니며 보험금 부지급 근거가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판례는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계약조항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사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암사 회원인 B씨는 “신장암으로 부분 절제를 했다. 수술 후 구토 등 고통이 지속되는데도 병원에서 퇴원을 종용해 요양병원으로 가서 102일간 머물렀다. 지금도 2년이 넘게 진통제를 먹고 있다. ABL생명에서 처음에 여기에 대한 보험금 일주일치를 주겠다고 했으나 거부했다. 적어도 50%는 줘야 되지 않느냐고 따지자 2017, 2018년 2년 동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보암사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자 지난달에야 100%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참여연대의 김주호 팀장은 “못 받은 보험금이 수억 원 되는 것이 아니다. 몇 백만 원, 많아야 몇 천만 원 정도인데 1년에도 수조 원씩 벌어들이는 보험사들이 몇 백, 몇 천만 원 주기 싫다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 찾아가서 불법인 것을 알고도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보험금을) 깎고 깎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보험금 수령인과 보험사와의 합의까지 대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는 이어 “분쟁조정만 형식적으로 하고 안 되면 법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 금감원과 금융위의 행태이다. 그 몇 백, 몇 천만 원 받자고 다 법원으로 달려가면 수년간 소송에서 이긴다고 한들 어떻게 제대로 된 구제를 받을 수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명목으로 한 금감원이 한 조치는 논란만 더 키웠다.

2014년 4월 금감원은 암입원비상품 명칭 명확화를 위해 약관의 내용을 ‘암 치료를 직접 목적’에서 ‘암 직접치료 입원’로 상품 명칭 변경을 권고했는데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조건의 약관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국회의원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해당 명칭의 변경 전 후 차이에 대해 묻자 “변호사 몇 분께 물어보니, 전자의 경우 입원의 목적이 암 치료인지 여부를 따지는 내용이고, 후자는 입원해서 받는 치료가 직접치료인지 여부를 따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후자의 경우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는 약관상의 해석을 소비자입장에서 훨씬 더 좁게 보는 내용이라는 견해도 일각에는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해당 내용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만 더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이날 수년 간 이어진 분쟁 종식의 염원을 담아 진행된 상여 퍼포먼스는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까지 이어졌다.

시위에서 암입원보험금 미지급 최다 업체로 거론된 삼성생명 측은 이와 관련 질문에 “분조위(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사례에 따라 별도로, 판례에 따라서 처리하기로 했다. 별다른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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