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내수 실적 상승세지만…경쟁사와 여전한 격차
콜로라도·트래버스로 SUV 라인업 보강
KAIDA 가입으로 수입차 브랜드 인식 제고
노사 갈등 계속되면 신차 생산 차질 빚을 수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6월 25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GM 한국 디자인센터에서 경영 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제공>
▲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6월 25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GM 한국 디자인센터에서 경영 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한국지엠이 올해 들어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신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내수 실적 반등에 나섰다. 최고경영진들 역시 각종 자리에서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7월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 실적은 6754대였다. 전월 대비 16.7% 증가세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월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월별 판매량 상승세도 눈에 띈다. 1월(5053대)부터 5월(6727대)까지 상승하다가 6월(5788대)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달 다시 그 기세를 회복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진행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주요 제품 가격 하향 조정을 시작으로 선수금과 이자가 없는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달에는 기존 36개월이던 더블 제로 프로그램을 50개월로 확대 운영하고, 스파크 10년 할부 조건 등도 이어갔다.

하지만 국내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실적이 주춤한 쌍용차(8707대)는 물론, 지난 1년 동안 노사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르노삼성(8306대)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지엠의 올해 1~7월 누적 내수 판매량은 4만2352대로 전년 동기보다 17.8% 줄었다. 경쟁사와 달리 신차 출시가 없었고 완성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라인업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1~7월 트랙스와 이쿼녹스 등 RV 모델의 판매량은 8579대에 불과했다.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사진=한국지엠 제공>
▲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하반기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를 연달아 출시한다. 콜로라도는 이달에, 트래버스는 9월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정통 아메리칸 DNA’를 내세우고 국내 경쟁 차종과의 차별화를 강조, 폭넓은 제품군을 선보여 수요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SUV 중심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점차적으로 판매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출시 이후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임팔라, 이쿼녹스 등 한국지엠의 수입차들은 해외에서 생산됐다는 사실보다 국내 브랜드라는 소비자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이 쉐보레 모델을 수입해 한국에 출시할 때마다 가격 책정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난해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는 미국에서 제작한 수입차였다. 그러나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맞붙기 보다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을 택했다. 미국 시장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했지만 수입차 특성상 현대차 싼타페와 르노삼성 QM6 등보다 상대적으로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소비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국지엠은 최근 쉐보레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식 수입차 업체로 등록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다. 올해 하반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출시되면 쉐보레 차종 중 60% 이상이 수입차종이 될 전망이다.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시저 톨레도 부사장은 “쉐보레는 강력한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기대 이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KAIDA 가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입차로서의 성공적 포지셔닝을 통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판매에서 고급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지엠에게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성공적 안착뿐만 아니라 노사 화합이라는 큰 숙제가 남았다.  특히 한국지엠 SUV 라인업의 주 제품 중 하나로 꼽히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생산이 확정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8일 한국지엠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노조는 이미 사측과의 단체교섭 시작 전인 지난 6월 19~20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 74.9%가 찬성함으로써 추가 찬반투표를 진행하지 않아도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5.56%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 원 등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또 인천 부평2공장, 부평 엔진공장,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 사업 계획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5년간 총 4조4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배정된 트레일블레이저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서 노사가 화합해야 할 때”라며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강도 높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노사의 격한 대립은 양측 모두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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