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중심의 보수대통합’ ‘범여권의 제3지대 신당’ 등 움직임 구체화
차기 대선주자들 유불리 셈법‧주도권 다툼 등 얽혀 성과는 아직...
“문대통령‧정당 지지율, 이슈와 맞물려 총선 직전 결판” 분석 제기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총선에서 생존하기 위한 이합집산이 본격화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흐름이 등락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세한 흐름 속에 야권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전략 짜기에 골몰한 상황이다.

정계개편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보수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수대통합과 민주평화당 분열로 촉발된 범여권의 제3지대 신당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보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한 이후 한국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하면서 ‘보수궤멸’이라는 위기감에서 보수대통합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보수대통합’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보수가 ‘반문 연대’ 기치 아래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보수대통합 논의는 아직까지는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보수대통합은 각 대선주자들의 차기 대선을 겨냥한 유불리 셈법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평가 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쉽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보수대통합도 내년 총선 직전 보수진영이 위기에 몰리게 되면 극적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한국당은 ‘유승민+안철수+우리공화당 모아 한국당 중심’ 보수대통합 목표
   나경원 “유승민과 통합 안하면 미래 없어”
   “안철수부터 우리공화당까지 모두 같이 하는게 반문연대”

우선 한국당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대통합을 바라고 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내 한국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으로 상징되는 바른정당계를 끌어안고 안철수 전 의원까지 안아 몸집을 키우길 기대하고 있다. 또 여기에 한국당 출신 조원진 홍문종 의원이 이끌고 있는 우리공화당까지 합해 보수대통합을 달성하는 것을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이 정리되면 유승민 의원 및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통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손학규 대표가 나가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승민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시민단체 ‘플랫폼 자유와 공화’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반문재인)연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중도세력 구심점’으로 한 보수대통합론도 제기
   정의화 “중도세력 기치 아래 함께 해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한국당 중심이 아닌 중도층까지 외연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도개혁세력 중심의 통합이 이뤄져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보수진영 인사들은 ‘플랫폼 자유와 공화’ 주최의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보수대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앉았지만 방법론에서 엇갈린 견해가 표출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중심”을 주장하며 “(한국당이) 문을 활짝 열고, 종갓집으로서 내려놓고 다른 분들께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보수정당들의 자기혁신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새 중도세력의 구심점이 세워지고 기존 보수당 내 혁신세력이 중도세력의 기치 아래 함께 한다면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다”라고 중도세력을 구심점으로 한 보수대통합론을 주장했다.

한국당 출신인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통합하면 계산을 하고 갈라치기를 하게 된다”며 “그러는 사이 우리가 끌어올 수 있는 5%의 중도세력은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폴리뉴스’가 지난 21일 진행한 ‘정국 좌담회’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서민, 중산층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느냐, 기득권 수구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나느냐인데 그런 논의는 야당 어디서도 안나오고 있다”면서 “중도성향의 제3의 중간지대를 만들자는 쪽에서 탄력을 받게 되면서 (민주당, 한국당)양쪽에 환멸을 느끼는 제3의 공간이 총선까지 넓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 보수대통합 변수‧걸림돌, ‘황교안 기득권’ ‘박근혜 배신자 응징론’ 등 거론

이런 가운데 보수대통합의 변수이자 걸림돌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기득권 내려놓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세력 ‘배신자 응징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계개편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신을 언급해 통합을 주장하자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저는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교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당 내 친박계는 나 원내대표가 자신들이 ‘배신자’로 여기는 유승민 의원을 고리로 한 보수대통합을 언급하자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하겠나”라며 “원내대표의 월권이고 개인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극우성향의 강성 친박 인사들이 모인 우리공화당은 홍준표 전 대표·김무성·권성동·김성태·유승민 의원을 이른바 ‘탄핵 5적’으로 칭하며 이들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과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우리공화당까지 한 배에 타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수대통합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에 동조한 세력들에 대해 ‘배신자 응징’ 메시지를 낼 경우 보수대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재원 부산 카톨릭대학교 초빙교수는 폴리뉴스 ‘정국 좌담회’에서 ‘보수대통합’변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자론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인생을 살면서 배신한 사람은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며 “응징해달라고 하면서 밖에서 계속 보수세력을 흔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지난 16일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메시지를 내든가, 만약 석방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일조를 해야 한다”며 “‘야당이 통합해라. 함께 가라. 이게 내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박 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다 한국당 중심으로 ‘유승민 안철수’까지 끌어안으려면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이 황교안 대표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당에 들러리를 서기 위해 무조건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차재원 교수는 이와 관련 “유승민 안철수가 함께 가려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그 사람들에게 지분을 줘야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어디로 가야 하나 - 정계개편을 중심으로’ 대통합 개혁정치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어디로 가야 하나 - 정계개편을 중심으로’ 대통합 개혁정치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손학규는 ‘바른미래당 중심 제3지대 정계개편’ 주창
   바른미래당 호남계 선택은... 주승용 “중도개혁정당 만들어져야”

바른미래당 내 손학규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은 바른정당계가 결국 한국당으로 갈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을 거론하며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에 가려거든 혼자 가라”고 작심 발언을 퍼부었다.

손 대표는 지난 20일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며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해 새로운 정치, 제3의 길을 수행하기 위한 새 판 짜기에 들어가겠다”며 한국당과의 통합과 민주평화당·‘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와의 통합을 모두 거부하면서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되는 제3지대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주장하며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컨설턴트인 (주)e윈컴 김능구 대표는 폴리뉴스 ‘정국 좌담회’에서 “바른미래당 내 호남지역 의원들은 민주평화당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해 나온 대안정치와 함께 꾸려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전남 여수시을’이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최근 ‘폴리뉴스’ 통화에서 “크게 하나의 중도개혁정당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이 있다고 본다”며 “제3의 깃발을 들 그런 세력이 나와야지. 그런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 평화당 분열, 대안정치 ‘제3지대’ 신당 창당 추진
   그러나 ‘제2의 안철수’ 구심점 없어 성공 가능성 불투명

제3지대 신당 창당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던 민주평화당은 대안정치 소속 비당권파 의원 10명이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분당됐다.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합류하지 않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만든 민주평화당은 1년6개월만에 분열됐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에 “탈당파는 잊고, 재창당의 길을 가겠다”며 ▲ 개혁정치 ▲ 약자를 위한 정치 ▲ 젊은정치 ▲ 여성정치 등 4가지 자강방안을 제시했다.

대안정치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주창하며 야심차게 평화당을 탈당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인물도 합류하지 않고 있다. 대안정치는 지난 20일 첫 의원총회에서 ‘대안신당 창당준비기획단’의 인선과 신당 창당 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인선안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제2의 안철수’라는 구심점을 찾지 않는 한 이들이 추진하는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컨설턴트인 (주)e윈컴 김능구 대표는 “정계개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 이슈와 맞물리면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총선 직전에 마지막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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