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검찰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법개혁을 위해 비장의 무기로 키워온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낙마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후보자 관련 고발된 11건에 대해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 3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조 후보자와 청와대를 멘붕케 만들었다.

검찰은 고발된 건에서 불법적인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도 압수수색중 입수된 별건을 터트려서라도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싶은 유혹에 빠질 공산이 높다.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검찰개혁을 좌초시킨 최대 공신으로 조직내에서 평가를 받을 공산도 높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조국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이 검찰개혁을 위해 쏟아 붓은 시간과 열정을 보면 임기말전에 조국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제와 검찰개혁안을 연동시켜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또한 친문 주류는 ‘총선 차출론’, ‘조국 대망론’을 연이어 띄워 단시간에 조 후보자의 몸값을 대권 주자 반열까지 올려놓았다. 청와대는 비법조인 교수출신을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직행시킨데는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믿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쎄게 뒷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검찰개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숙제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참여정부 시작과 더불어 ‘검찰개혁’을 화두로 삼았다. 평검사들과 대화를 시작으로 검찰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검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대선불법자금수사를 여야 가리질 않고 벌여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구속시켜버렸다.

당시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은 ‘국민검사’로 떠오르면서 역으로 참여정부가 추진하던 검경수사권 조정, 고비처 설치(현 공수처)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검찰발 권력형 비리수사가 국민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검찰개혁은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운명이다’는 저서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고 적었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죽어서도 후회할 것이 검찰개혁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이해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지만 검찰개혁이 자칫 노무현 시즌 2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지지층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해주고 조 후보자가 수사결과가 나오는 동안 힘들더라도 버티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검찰의 현재 모습은 조국 후보자를 가만 둘 리 만무하다. 검찰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조 후보자 딸에게 지급한 장학금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면서 자료 확보를 위해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까지 탈탈 털었다.

이 정도면 검찰의 뜻은 명확하다. 이제 남은 것은 문 대통령과 조국 후보자의 검찰개혁에 대한 분명한 대국민 입장문 발표가 필요하다. 청문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2의 조국을 찾기에는 시간도 없지만 조국 후보자가 당하는 것을 본 예비 후보자들이 선뜻 맡을 지도 의심이다. 검찰과 문 대통령과 조국의 대국민 여론전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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