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민경욱’ 나경원 퇴진론 놓고 설전 벌여
‘나경원 리더십’ 비판, 패스트트랙 정국 거치며 누적
나경원 임기 12월 종료, 임기 연장하려면 의총 추인 받아야
8‧9개각 이후 정국을 뒤흔든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파문이 자유한국당의 내분만 키우고 있는 분위기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가족 증인’ 없는 ‘6일 하루’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합의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당 일각에서는 사퇴 주장까지 나왔었다.
핵심 증인이 빠져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뻔한 ‘조국 인사청문회’에 합의해 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명분만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한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는 원내지도부가 조 장관 임명 이후에도 장외투쟁과 함께 특검, 국정조사, 조 장관 해임 건의안 추진 등의 카드를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내포돼 있다.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거치면서 누적돼왔다는 점에서 ‘나경원 퇴진론’이 향후 더 힘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준표 “새로운 전투 위해 무능한 장수 바꿔야”
민경욱 “분열 꾀하는 자는 적, 내부 총질도 금물”
나 원내대표 퇴진론을 가장 강하게 제기하는 인사는 홍준표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면 안된다?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전쟁 중에 참(斬)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는 거다. 새로운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서 무능한 장수를 바꾸라는 거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올린 글에서는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5당 회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길을 열어주어 괴이한 선거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오늘에 이르게 하였다”며 “장외투쟁 하다가 아무런 명분없이 빈손으로 회군하여 맹탕 추경을 해 주면서 민주당에 협조하였고, 여당이 쳐놓은 덫에 걸려 패스트트랙 전략실패로 국회의원 59명의 정치생명을 위태롭게 하고도 아무런 대책없이 면피하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국민적 분노에 쌓인 조국 청문회에서도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다가 조국을 임명하는데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맹탕 청문회까지 열어 주어 민주당에 협조하였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아직도 구설수가 계속되고 있고 아무런 실효성 없는 국조, 특검까지 거론하면서 자리 보전하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정기 국회도 말짱 황이 된다. 야당 원내대표는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며 “이제 그만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내려오는 것이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야당을 살리는 길이다. 더이상 버티면 추해진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4일에도 나 원내대표의 여당과의 ‘조국 청문회’ 합의에 대해 “여당 2중대 역할이나 다름없는 합의를 해 줬다”며 “야당 그만 망치고 즉시 내려오는 것이 야당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사퇴를 주장했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물 건너 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이틀이 보장된 청문회를 하루로, 단 한 명의 증인도 없는 청문회에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용남 전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가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당연히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가 나 원내대표 퇴진론을 계속해서 제기하면서 민경욱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서는 안 된다. 책임은 좀 더 있다가 물어도 된다”며 “제발 좀 아끼고 합치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홍 전 대표를 비판했다.
민 의원은 “지금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다. 내부 총질도 금물이다”며 “정치 원로들께서는 제발 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나눠주십사고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 의원을 겨냥 “나는 당을 위한 논쟁이라면 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게 요즘 달라진 정치풍토이기 때문이다”며 “비록 그가 친박핵심, 초선이라도 그 논쟁을 받아 준다. 대신 예의는 지켜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내부 충고를 적이라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한참 오버한 거다”라며 “오버액션 때문에 당대변인도 물러난 거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나”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 종료된다. 그러나 의원총회 추인을 받는다면 나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경우 임기 연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황교안 대표와의 호흡 불일치설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친황계’가 나 원내대표의 교체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명연 의원은 최근 ‘폴리뉴스’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 사퇴 목소리에 대해 “당 지도부가 되면 늘 결정할 때 혼자 고독하게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치판에는 항상 찬반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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