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로운 방법론’ 언급 주목, 북미협상 2020년 美대선 전 사실상 ‘마지막 승부’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재시동이 걸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한미정상회담과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한 유엔 기조연설과 정상외교를 위해 3박5일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편으로 제74차 유엔총회 연설 및 한미정상회담 등을 위해 뉴욕으로 출발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논란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해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멈췄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번 북미협상 재개를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1차 파도’,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과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된 ‘2차 파도’에 이은 ‘제3차 파도’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북미협상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벌이는 사실상의 ‘마지막 승부’이다. 이번 협상에서 북미 양쪽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거래에 결실을 맺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대선국면에 묻히면서 다시 긴 어둠의 터널로 빠져들 수 있다.
최근의 북미 간의 움직임을 보면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셈법’ 요구에 부응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잘못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방법(new method)론’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측 실무협상 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20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됐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바로 지점을 두고 깊숙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간의 거래’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9일 문 대통령의 방미를 설명하면서 이번 ‘3차 파도’에 대해 “두 번째 정치적 파도의 정점이자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 평양공동선언 의미에 대해 한번 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북한이 1년 전 내놓은 ‘영변핵시설 폐기’를 원점 단계로 설정해 이에 상응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 내지는 ‘스몰딜’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는 유엔 대북제재 면제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데 있다. 문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북미 양쪽이 수용할 수 있는 절충점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 해제 대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경협 확대가 ‘절충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군사적 체제안전 보장조치 쪽으로 협상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과 관련해선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상응조치’로 한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지시간 23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갈등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한 한미 간의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도 핵심적인 논의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외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2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는 24일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각국 정상들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제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4일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도 만난다. 핵심은 2020 도쿄올림픽 문제다. 문 대통령은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있어 협조와 아울러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올림픽조직위원회의 욱일기 경기장 반입 허용과 후쿠시마산 식자재 선수단 공급에 대한 문제제기 여부도 주목된다.
또 문 대통령은 유엔 방문 중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주최하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4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하는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고위급행사에 참석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文대통령 방미 두고 與 “중재자-촉진자 역할 하길”, 野 “北 눈치보기 우려”
- [文대통령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전문] “파리협정 충실 이행, 수소경제 확대”
- 文대통령 “쌀 5만톤 대북지원 추진 중, 비핵화 진전에 따라 더 확대”
- 文대통령 美 도착, 다음날부터 한미정상회담 유엔 정상외교 돌입
- 文대통령 방미길 오르면서 “돼지열병-태풍-평화시장 화재, 잘 챙겨달라”
- [한미정상회담] 文대통령 “3차 북미회담 열리면 세계사적 업적”, 트럼프 “지켜보자”
- 文대통령 “DMZ 평화지대화, 北안전보장 동시에 우리 안전도 보장”
- [이슈] 文대통령 ‘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 3차 북미회담 성공에 달려
- 文대통령 “인도와 한국, 식민지 시절 서로 영감을 준 해방의 동반자”
- 한국당 “文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거짓…9‧19 합의는 휴지조각”
- 文대통령 IOC위원장 만나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 바란다”
- [한-호주 정상회담] 文대통령 “국방-수소경제-핵심광물로 협력지평 넓히자”
- [文대통령 유엔연설 전문]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 한반도서 일어나길”
- [文대통령 유엔연설] “한반도문제 3원칙, 전쟁불용-남북상호안전보장-공동번영”
- [한-덴마크 정상회담] 文대통령 “내년 P4G정상회의, 협조해 달라”
- [한미정상회담] 靑 “지소미아 전혀 언급 안돼, 文대통령 ‘공평한 방위비 분담’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