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 실정으로 야권에 주어진 기회...연동형 비례대표제 상관없이 통합에 혁신 심어야”
“야권 대선주자들, 부채 많은 기업...나뉘어진 상태로 총선에서 좋은 성과 어렵다”
“18·19·20대 공천, 보수가 궤멸직전까지 간 원인... ‘공천 혁신’ 이뤄야”
“탄핵 책임 문제, 전략적으로 유예해야...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조건 통과 어려울 것”

박형준 동아대 교수(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가 24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가졌다. 박 교수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의 방향에 대해 확장성이 있는 '곱셈 효과' 통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박형준 동아대 교수(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가 24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가졌다. 박 교수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의 방향에 대해 확장성이 있는 '곱셈 효과' 통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 17대 국회의원)는 24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 통합의 방향에 대해 “‘덧셈효과’보다는 확장성이 있는 ‘곱셈효과’가 있는 통합이 됐으면 좋겠다”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 대권주자들이 한 링 위에 올라와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정권의 실정으로 주어진 기회를 야권의 입장에서는, 특히 보수와 중도 입장에서는 새로 살려야하는데 ‘통합’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힘주어 말하며 “‘무조건 통합’이 아니라 ‘통합에 혁신을 심는 것’이 야권을 위해서도,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합에 혁신을 심는 것’에 대해 ‘공천 혁신’을 강조하며 “과정과 결과를 얼마나 공정하게 할 수 있으면서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하느냐, 공천 방법에 있어서 과거와 다른 혁신적인 방법을 이끌어내서 인적 혁신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8·19·20대 총선 공천이 보수가 궤멸직전까지 간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현재의 보수 정당에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황교안 대표가 상당히 앞서 있기는 하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하고, 그 외 대선주자들은 각자도생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본다”며 이들을 ‘부채가 많은 기업’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의 부채는 국민들 마음에 쌓아놓은 빚을 갚는 것”이라며 “지금 거론되는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한 링 위에 올라와야 한다. 다른 사람의 정치적 자산을 나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뉘어진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대단히 어렵다. 결국 수도권이 중요한데, 보수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뤄서 수도권에서 이기기가 확률적으로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황교안 대표에 대해 “야권의 리더로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황 대표의 삭발에 대해 “조국 사태 자체가 소위 투쟁을 통해서 결집하는 전략이 일정하게 먹히는 계기를 마련해 줬고, 투쟁의 상징적 행위가 삭발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도보수 층이 황 대표의 리더십에 다시 기대를 갖는 흐름이 있다고 생겼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수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에 대해 “이 문제는 현재 ‘보수 분열’의 소재가 되지 ‘보수 통합’의 소재가 되진 않는다”며 전략적으로 유예를 해놓고,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진 세력도 “보수가 문재인 정권에게 이대로 계속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정치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분열하는 상황에 대해서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주고, 그런 흐름 속에서 탄핵 문제 등이 정리되길 바라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와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무조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굉장히 선전하고, 정의당도 선전해야 여권이 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국 구상에 의하면 이 정당 지지율 수준을 갖고 여권이 정의당과 합쳐서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얻어야 의미가 있다”며 민주당의 정당지지율 35%선이 무너지면 민주당이 무리해서 선거법을 밀어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제38대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4월 합리적인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출범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이하는 박형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조국 정국을 맞이해 자유한국당은 호재를 맞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삭발’에 나서면서 모범생 이미지를 극복하고 투쟁에 앞선 지도자 이미지로 변화에 성공한 것 같다.

말씀하신 그대로다. 정치권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 일정한 가수요가 생긴다. 신상품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황교안 당대표가 취임한 이후에 일정한 기간, 1~2달 동안은 상당한 기대에 따른 가수요가 있었다.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도 하고, 당 지지율도 올랐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보수층과 중도보수층 양 쪽으로부터 비판받았다. 보수층은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서 왜 제대로 못 싸우느냐’고 지적했고 중도보수층은 ‘친박’이라는 프레임을 비판했다. 또 당내 인사 등에서 새로운 면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쌓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국 정국’이 벌어지면서 반전이 생기는 과정들이 있었다. 황교안 대표가 이제 좀 정치에 익숙해진 것도 있다. 

조국 사태 자체가 소위 투쟁을 통해서 결집하는 전략이 일정하게 먹히는 계기를 마련해 줬고, 투쟁의 상징적 행위가 삭발이라고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중도보수 쪽에서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위기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자신들을 확 붙잡아줄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일정하게 충족이 되면서 한국당의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한국 갤럽’과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으로 보면, ‘갤럽’의 경우 한국당 지지율이 항상 낮게 나오는 경향인데도 25% 정도 나온다. ‘리얼미터’는 35%까지 올라갔다. 특히 지역별 지지율 기준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부정평가가 호남을 뺀 전 지역에서 모두 높아졌다. 총선 같은 큰 선거의 승패는 수도권이 결정하는데, 수도권 여론에서 일정한 역전현상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부정평가와 긍정평가 사이의 격차가 ‘갤럽’과 ‘리얼미터’ 모두에서 10%이상 벌어졌다. 부정평가가 높은 쪽이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도 ‘리얼미터’ 기준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차이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갤럽’은 아직 좀 격차가 있다. 하지만 추세를 보면 그렇다.

수도권에서 기존 여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한국당으로는 차마 못 오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있는데 그런 사람들 중 일부가 한국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들이 황교안 대표에 다시 기대를 갖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징후가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비호감도가 60%, 많을 때는 80%까지도 갔었는데 지금은 조금 줄어들어서 70% 아래, 60%대에 걸쳐져 있다. 여전히 비호감도가 높다는 사실은 장애가 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결국 통합의 과정이다. 통합을 얼마나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얼마나 혁신을 해낼 수가 있는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박형준 교수는 플랫폼 '자유와 공화'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고 정치적 통합의 계기와 역할을 하는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 <사진=플랫폼 '자유와 공화' 제공> 
▲ 박형준 교수는 플랫폼 '자유와 공화'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고 정치적 통합의 계기와 역할을 하는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 <사진=플랫폼 '자유와 공화' 제공> 


Q. 연동형 비례제도가 처음엔 다들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반반인 듯하다. 한국당에서도 여러 가지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보수세력의 방향에 대해 현실적인 방도를 고민하고 토론회를 가지는 등 노력하고 있는데, 보수통합 어디까지 왔다고 보시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영향과 그늘이 대단히 넓다고 생각한다. 그 영향이 지난 지방선거까지 이어졌고, 어쩌면 내년 총선도 굉장히 힘들다고 보여졌다. 그런데 정권의 실정으로 그 기회가 주어진 거다. 그 기회를 야권의 입장에서는, 특히 보수와 중도 입장에서는 새로 살려야하는데 ‘통합’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통합’의 전제는 그동안 나름대로 혁신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 그것이 안됐으니 ‘무조건 통합’이 아니라 ‘통합에 혁신을 심는 것’이 야권을 위해서도,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저는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그것을 위한 실천을 일부 하고 있다. 성사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작은 통합이든 큰 통합이든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단순한 ‘덧셈통합’, 또는 의미없는 통합이 아니라 좀 더 확장성이 있고 ‘덧셈효과’보다는 ‘곱셈효과’가 있는 통합이 됐으면 좋겠다. 그 성사 여부는 결국 야권의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우리 같은 정치권에서 한발 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촉구하고, 압력 넣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혁신의 과제들을 재현하는 것이다. 

변수는 선거법인데, 선거법을 찬찬히 뜯어보니 문제가 있다. 이번 선거법 내용은 전문가들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저는 기본적으로 선거제도도 바꾸고 개헌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략에 휘둘리면 올바른 선거제 개혁이나 개헌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선거제도를 개편하든 개헌을 하든 바로 다음 선거에 쓰지 말고, 합의를 통해 법을 통과시킨 후 그 다음 선거에서부터 적용하는 법을 만들라고 주장해왔다. 그럼 당장의 정략에 휘둘리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도 결국 다음 선거에 적용하다보니 결국 정의당의, 정의당에 의한, 정의당을 위한 선거법이 됐다. 민주당은 거기 편승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정략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굉장히 선전하고, 정의당도 선전해야 여권이 원하는 그 구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빠지고 있지 않은가. 만약 민주당의 정당지지율 35%선이 무너지면 과연 민주당이 선거법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철저히 정당 지지율에 연동된다. 자신들의 정국 구상에 의하면 이 정당 지지율 수준을 갖고 여권이 정의당과 합쳐서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얻어야 의미가 있다. 그렇게 안 된다고 할 때는 무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저는 선거법이 무조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월 11월 정국을 더 봐야한다. 거꾸로 야당 입장에서 보면 조국 반대 투쟁을 강하게 밀어붙여서 여권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이 선거법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보수가 통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야권이 더 크게 통합해서 국민적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면, 예컨대 정당지지율을 45% 내외 얻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여권 입장에서는 별로 기대했던 상황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본다. 국정지지도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국회의원 의석 수를 늘린다고 하면, 그것이 어떤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선거법 통과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엔 여당이 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Q. 보수통합의 대상에는 대표적으로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그리고 바른미래당(바른당)이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심재철 의원도 사람 수가 많은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해야 한다고 한다. 그 와중에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는 탄핵에 대한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통합하지 못한다고 강력히 얘기한다. ‘탄핵’에 대한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통합의 일차적인 대상은 우리공화당이 아니다. 보수를 통합하자는 이유는 확장성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우리공화당과 한국당이 통합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나. 

보수층 내에서도 탄핵 문제에 대해 생각이 서로 다르다. 탄핵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보수층 국민도 많이 있다. 특히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뿐만 아니라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분들도 보수가 문재인 정권에게 이대로 계속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정치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분열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이분들 자체가 전략적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수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의식은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 문제로 또 싸우는 것보다, 어쨌든 현재는 자유한국당이 중심에 있으니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주고, 그런 흐름 속에서 탄핵 문제 등이 정리되길 바라는 움직임이 강하다. 탄핵에 이르기까지 보수 정권이 잘못한 부분이나 반성할 부분에는 자기 성찰을 해야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담백하게 해야 한다. 탄핵이 잘못됐기 때문에 그 이전 박근혜·이명박 정권이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고 우리는 억울하게 당했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정치적 탄핵 과정에서 찬성·반대했던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 당시에 있어서의 정치적 행위들에 대해 입장이 굉장히 첨예하게 갈린다. 국회에서 있었던 정치적 탄핵이 잘못됐다고 의견을 어느 한 쪽으로 모으려면 잘 안 모아진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중도 보수가 등 돌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거꾸로, 그 당시 탄핵이 정당했다고 무조건 정리해버리면 보수층이 등 돌리게 돼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는 현재 ‘보수 분열’의 소재가 되지 ‘보수 통합’의 소재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유예를 해놓고,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보수정권이 민주 공화주의의 원칙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고, 결국 불행한 탄핵을 가져왔는데 그래서 지금 문재인 정권이 그것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공화주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느냐 의문이다. 이 정권도 권력의 자의적 남용이라는 그 틀에서 전혀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탄핵이 의도했던 건강한 의미, 효과가 제대로 실천이 못 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 자체가 성공적이었느냐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이 점은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


Q. 통합이 혁신을 끌어안는 모습을 말씀하셨는데, 그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새로운 통합 세력의 정당이니까, 정치세력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이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노선의 혁신이나 정당 혁신 못지않게 ‘공천 혁신’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 과거 정당들이 당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런 점들을 어떻게 제대로 구현할거냐는 문제가 또 있다. 이 정당이 실제로 지식정당, 전략정당같은 좀 더 ‘지적인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정당’의 모습을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못 갖췄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새로 바꾸는데 있어서 운영 방식이나 틀의 문제다. 

당면한 과제는 역시 공천 혁신 문제다. 그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얼마나 공정하게 할 수 있으면서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하느냐, 공천 방법에 있어서 과거와 다른 혁신적인 방법을 이끌어내서 인적 혁신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Q. 왕도는 없지만, 바람직한 공천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정당의 지난 3번의 공천이 보수가 궤멸직전까지 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18·19·20대 공천이 그야말로 위로부터의, 보수 중심의 공천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심공천·줄서기 공천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결국 보수의 분열을 가져온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다. 2008년에 압도적으로 이긴 정권이 무리하게 공천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의 공천을 일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 돌아서면서 총선도 어그러졌고 분열의 틈이 완전히 벌어진 것이다. 그때 ‘친박연대’라고 하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듣도 보도 못한 세력이 나오기도 하는 퇴행적 모습도 나타났다. 사실 그때부터 분열이 구조화 된 것이다. 그건 당시 집권세력의 책임이다.

그 이후 두 번의 공천은 거꾸로 ‘친박공천’ 형태로 갔다. 당내 권력을 강화하고 대통령에 충성하는 집단을 주로 공천하는 방식이 무리하게 나타나는 게 20대 공천이다. 총선 직전만 해도 거의 여당이 압승할거라고 예상했는데 국민의당 돌풍이 일어나고 사실상 총선에서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의 결과가 단순한 실패로 그치지 않고 또 분열을 가져왔다. 친박 내부의 분열이었다. 정당한 노선을 둘러싼 분열이라든지 창의적인 논쟁적 구도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데, 그야말로 정치적 권력의 왜곡된 사용을 둘러싼 분열이었기 때문에 각자에게도 굉장히 큰 상처를 입히고, 큰 감정의 골을 패이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기보다는 부정적인, 분열적·침체적 에너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탄핵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천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통합을 하더라도 ‘지분 나눠 먹기 공천’은 안 된다. 위에서 꽂아주는 공천은 안 해야 한다. 바람직한 공천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완전한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지만 그게 항상 답은 아니다. 많이 해봤지만 그것은 기득권을 강화하는 경쟁 방법일 수도 있고, 특히 당원들에게 상당한 어드밴티지(adventage)를 주면 그건 거의 조직 동원 방식의 경선이 될 수도 있다. 그걸 보완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 국민경선에 준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곳도 있고, 다른 새로운 방법을 써야 하는 곳도 있다. 여러 유형이 있는데 잘 결정하는 것이 공천 방법에 대한 합의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건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17대 때는 공천심사위원회를 앞에 두고 공개토론 하는 방식이었다. 지난번 한국당이 당협위원장 경선을 할 때는 슈퍼스타K(오디션) 방식을 사용했다. 일부에서지만 배심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현재의 보수 정당에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원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형준 교수는 올해 종영된 JTBC '썰전'에서 정치 평론가로 출연한 바 있다 <사진=JTBC 제공>
▲ 박형준 교수는 올해 종영된 JTBC '썰전'에서 정치 평론가로 출연한 바 있다 <사진=JTBC 제공>

Q. 총선 다음은 대선이다.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원희룡 등 보수 잠재 대권주자가 다 모여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한편 이들에게 부채가 많다는 말도 하셨다.

정치인들이 다 자산이 있고 부채도 있다. 처음 나오면 자산만 있고 부채는 없지만, 지금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분들이 이미 오래 정치를 하지 않았나. 자산이 있는 만큼 부채가 계속 쌓여있다. 부채라는 건 심하게는 안티층이나 비판으로 나타나고, 자산이라는 건 지지로 나타난다.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강력한 지지를 보이고 있는 후보는 없다. 황교안 대표가 상당히 앞서 있기는 하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하고, 그 외 대선주자들은 각자도생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본다. 부채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은 기업으로 치면 ‘부채가 많은 기업’이다. 정치에서 부채 청산이라는 건 새로운 계기를 통해 올라탐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의 부채는 돈을 갚으면 되지만 정치에서의 부채는 국민들 마음에 쌓아놓은 빚을 갚는 것이다. 지금 각자도생해서는 빚 갚기가 어렵고,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황교안 대표도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 면에서 황교안 대표는 야권의 리더로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통합해야 한다.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봤지만 혼자 독야청청해서는 나중에 어떤 수난을 당할지 모른다. 그 당시 한나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건 그럴듯한 후보들이 링 위에서 경쟁하면서 역동성을 만든 것이다. 서로가 갖지 못한 서로의 자산을 경쟁을 통해서 자신이 가져오는 생산적 경쟁의 틀을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거론되는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한 링 위에 올라와야 한다. 다른 사람의 정치적 자산을 나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경쟁에서 이기는 거다. 야당의 역대 대선에서의 경쟁은 역시 국민지지율이 결정한다. 링 바깥에 있으면 지지율이 올라가질 않는다. 안에서 활약하고 경쟁 속에서 뭔가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역전도 가능하고 뒤집기도 가능하다.

90년 민주자유당으로 활약했을 때 김영삼이 조직이 있었는가, 세가 있었는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국민 지지율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결국 지지율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통합 과정이고 총선 과정이고 총선 이후 경쟁 과정이다. 대선은 총선과 연접돼 있다. 총선에서 기본적 갈래가 만들어지는데 야권이 만약에 내년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야권 후보들이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쟁의 틀을 만들고, 향후 2년간 경쟁하면서 그 속에서 결국 확장성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거다. 


Q. 권력은 부모자식 간에도 공유를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관념이 잘못됐다고 본다. 특히 야당에 있어서 권력은 공유할수록 커진다. 과거 당나라에도 왕도의 길이 있고 패도의 길이 있다.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못 나눈다는 게 패도의 길이고, 권력은 공유할수록 커진다는 게 왕도의 길이다. 왕도의 길을 걷는 정치가 역사에서 항상 높이 평가받는, 실적을 많이 거둔 정권이었다. 


Q. 보수 대권 후보가 모두 링 위에 올라와야 한다는 말은 예전에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도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이 총선 전에 가능하겠나. 

나누어진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대단히 어렵다. 결국 수도권이 중요한데, 보수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러서 수도권에서 이기기가 확률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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